뭣이 중헌디?!
#24 토종닭 🐔🐔
양념의 시대
송파구 문정동으로 출근하고 있다.
점심이면 주변 상가에서 점심을 해결한다. 식당마다 다른 메뉴에 각자의 비법을 이야기한다.
양념으로 낼 수 있는 비법의 세상은 오후 6~7시 사이에 방송하는 프로그램류의 존속 비법일 뿐이다. 실제에서 적용하기도 어렵거니와 원가 또한 맞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원재료에 관한 이야기는 적고, 양념에 대해 이야기만 하다가 끝나는 경우가 많다.
칼럼을 통해 재료가 달라지면 맛이 달라진다는 강조의 글을 자주 썼다.
오늘 이야기는 닭이다
개중에서 토종닭 이야기다.
8년간 글을 쓰면서, 27년 식품 MD로써 지내오면서 누누이 이야기했다. 양념의 시대가 끝나면 원재료 시대가 올 것을.
치킨은 여전히 양념의 시대지만 최근에는 무항생제니, 동물복지니 하는 재료를 사용했다는 것을 CF에서 볼 수 있다.
조금씩 변화가 있다.
몇 년 사이에 토종닭도 튀긴 것이 나오지 않을까 싶다. 지면을 통해 춘천 닭갈비 식당에서도 토종닭 굽는 곳이 생겼으면 좋겠다고 했다.
토종닭 구이
얼마 전이었다. 강원도 화천으로 신품종 감자인 ‘풍농’을 계약하러 가는 길이었다 🥔🥔. 단맛이 좋아 볶음용으로 딱 좋다고 하는 녀석이다. 서울에서 출발해 춘천 나들목을 빠졌다.
때가 점심 때, 기왕 먹는 것이니 맛난 것으로 먹자는 생각으로 검색을 했다. 혹시나 하는 생각에 토종닭 구이를 검색했다. 혹시나 했더니 실제 있었다. 게다가 남춘천 나들목 근방이었다.식당에 도착해서 주문하니 부위별로 뼈를 발라낸 닭이 나왔다.
다리 살, 가슴살, 안심, 목살, 날개를 숯불 위 불판에 올리고 굽기 시작했다.
강원도에서 먹어 보는 두 번째 토종닭 구이였다. 홍천 서석면에 있는 나래밭 쉼터에서 처음으로 맛봤다.
춘천처럼 소금구이가 아닌 간장 양념구이였다. 짭조름한 맛이 제법 괜찮았다. 식사를 하면서 한 마리 혹은 반 마리 주문이 가능했다.
여기서 맛을 보면서 춘천에서도 이랬으면 좋겠다고 이야기를 했고, 지면에도 썼다.
구운 토종닭의 가슴살
3년 후 춘천, 구운 닭의 가슴살을 맛봤다. 보통은 퍽퍽 살이라고 해서 아이들은 좋아해도 어른들은 싫어하는 사람이 많은 부위다.
토종닭은 두 달에서 석 달 사이에서 출하한다. 한 달 남짓 키우는 육계와는 자라는 속도가 다르다. 조금 더디 자라는 덕에 살에 탄력이 있다. 퍽퍽하게 부서지는 것이 아니라 쫄깃하게 씹힌다.
가슴살이 이 정도니 날개나 다리 살은 말할 필요가 없다.
토종닭 구이의 백미는 껍질이다
닭의 맛이 열 냥이면 아홉 냥이 껍질이다. 껍질 먹으면 닭 한 마리 먹은 것과 진배없다.
이 식당은 의욕이 앞선 나머지 껍질을 따로 요리해서 나왔다. 쫄깃한 맛이 장점인 껍질이 질겅질겅 씹혔다. 식당에 들어서기 전 후배 사원에게 말했다.
“닭은 구워야 맛이다” 🍗
나올 때 후배가 “맞네요, 구운 닭이 이렇게 맛이 좋을지 몰랐습니다” 하는 이야기를 들었다. “가족들 데리고 와야지” 혼잣말할 정도였다.
변화하는 트렌드
서울에도 닭을 전문으로 굽는 가맹점이나 전문 식당이 생기기 시작했다.
가맹점도 거의 다 먹어봤다. 양념 차이가 조금 있을 뿐 별다른 매력을 느끼지 못했다. 얼마 전이었다. 서울 중구와 강남에서 유명한 닭구이 전문점인 ‘은화계’에서 식사를 한 적이 있다.
닭구이 전문점은 닭만 굽는다. 이곳은 닭구이 외에 몇 가지 메뉴를 더 했다. 개중에서 중화 닭 날개 튀김도 좋았지만, 토종닭 파개장은 따로 식당을 차려도 될 정도의 완성도였다.
쥔장은 토종닭 순살을 받으면 바로 메뉴에 적용하고 싶다고 하는데, 아직은 시장이 형성되지 않았다.
닭은 튀기거나 삶는 요리가 대부분이었다.
닭은 구워야 제맛이다
닭갈비로 유명한 춘천도 철판에 볶는 것이 아직은 더 알려져 있다.
닭은 구워야 제맛이다. 본연의 맛을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재료가 달라지면, 음식 맛은 달라진다. 토종닭을 구우면 맛이 달라진다.
1인당 국민 소득이 3만 불이 넘는다. 비싼 시장이 열리고 있다.
춘천이나 홍천 찾아가서 먹던 사람들이 도심에서 먹을 수 있다면, 찾아올 것이다.
회사 근처라면 법인카드가 해결할 것이고, 중심가라면 가치 소비를 하는 MZ 세대가 있다. 재료 뭣이 중헌디 알면 생각이 바뀔 것이다.
토종닭에 관한 이야기는 앞으로 두어 편을 더 할 생각이다. 몇 년 전, 일본에서 1m까지 자라는 닭을 먹고 나서 확신했다.
🐔 '닭은 구워야 제맛이다.’
농산물 전문가 김진영이 전해주는
생생한 식재료 이야기 뭣이 중헌디?!
👉 더 이상 충무김밥을 찾지 않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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