뭣이 중헌디?!
#23 충무김밥 🍙
1년에 한 번 이상은 통영에 간다
통영은 가더라도 더는 충무김밥을 먹지 않는다.거제 출장 갔다 오다가도 통영에 잠시 들러 사 먹기도 했지만, 이제는 그러지 않는다. 일부러 찾아가서 먹지 않을 맛으로 변했기 때문이다.
충무김밥은 김밥을, 반찬을 따로 먹는다. 맨밥을 김에 싸서 무김치와 해산물을 매콤하게 무쳐서 같이 먹는다. 오징어, 꼴뚜기, 말린 홍합 등 가게마다 비슷한 해물 무침이다.
해산물은 예전에는 매번 같지 않았다고 한다. 전날 장터에서 가장 저렴한 해산물을 사서 무쳤다고 한다. 주꾸미, 갑오징어, 꼴뚜기 등 해산물이 많이 날 때에 따라 바뀌었다고 한다.
지금처럼 오뎅 몇 개, 오징어 몇 개 나오지는 않았다고 한다.
60년대를 충무에서 고등학교 시절을 보낸 배진호 대표(을지로 충무집 운영) 이야기에 따르면, 연락선이 충무에 들어오면 많은 이들이 김밥 들고 연락선으로 달려갔다고 한다.
배에서 타고 내리는 사람들 사이에서 김밥 등 요깃거리를 팔았다고 한다. 저녁이면 충무 사람들도 김밥을 사 먹었고, 그중에서 지금도 널리 알려진 뚱보 할매네가 가장 인기가 있었다고 한다.
그 시절, 충무의 패스트푸드는
버거킹도, 롯데리아도 아닌충무김밥이었다.
충무김밥을 찾지 않는
이유 두 가지
🍱 첫째, 같이 먹는 반찬이 달다
무김치가 맛이 없다.
재료가 가진 단맛이 아니라 겉만 달짝지근한 것이 김밥하고는 영 맞지 않는다. 같이 나오는 오뎅과 해산물은매운맛과 단맛이 각각 따로 논다.그저 맵고 단 음식일 뿐이다.
지금이야 사시사철 무가 나지만 충무김밥이 태생하고, 80년대 초반까지는 여름 무는 귀했다. 아마도 여름에는 무김치 외에 다른 것이 대체하지 않았을까 한다.
🍚 두 번째는 밥이다
장사가 잘되는 곳은 김밥을 미리 말아 놓는다.
열을 품고 있던 밥이 식으면서 밥끼리 뭉친다. 열을 발산하지 못해서 물방울은 다시 김과 밥에 흡수되어 김밥끼리 뭉친다. 김밥집 가면 빠른 게 미덕이라 이야기하지만, 빠름은 기본이다.
하지만 빠름보다는 맛있는 게 미덕이다. 통영 중앙시장에서 서호시장 가는 길에 많은 김밥집 대부분 사정이 비슷하다. 밀려 들어오는 손님을 빠르게 받기 위해서라 이야기한다.
누구를 위해 김밥을 마는가?
누구를 위해 김밥을 마는지 생각하면 답은 분명해진다. 미리 말아 놓는다는 것은 손님을 위해서가 아니다.쥔장을 위해서다.
빠른 회전은 매출과 직결. 손님은 핑계일 뿐이다.
통영까지 가서 김밥을 사 먹는 마음을 헤아린다면 그리해서는 안 된다. 일하는 사람들에게는 일상이다. 반복적인 일을 하다 보면 요령이 생긴다.
가끔 생활의 달인 나오는 사람들처럼 특이하게 잘 하지 않더라도 일을 편하게 하려는 생각이 들고 그렇게 한다. 그런 일련의 과정이 쌓여 김밥을 미리 싸놓는 것이다. 바쁠 때 대비해서 말이다.
그들에게는 요령이고, 손님에게는 저주다.
저주라 표현할까? 말까? 🙄
잠시 고민했다. 낸 금액에 비해 동떨어진, 쥔장 입장만 배려한 음식이라면 저주가 맞다.
충무김밥은 김밥, 무침, 시락국
세 가지가 조화를 이루는 음식이다
세 가지 중에서 재료를 제대로 쓰고, 제대로 관리하는 음식점이 많지 않다. 그저 손님 오면 ‘쳐내는’ 식당이 많을 뿐이다. 그래도 아주 가끔 생각이 나면 가는 곳은 서호시장 근방의 식당이다. 그나마 여기는 따스한 밥에 김을 싸서 내준다.
충무김밥, 뭣이 중헌디 알면 그렇게 음식 내지 않는다. 충무김밥뿐만 아니다.
손님은 매출이다. 함부로 대할 대상이 아니다.
농산물 전문가 김진영이 전해주는
생생한 식재료 이야기 뭣이 중헌디?!
👉 고기 부위, 요리방식에 얽매이지 마라
👉 닭, 구워야 제맛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