뭣이 중헌디?!
#22 돼지고기 품종 🐷
돼지고기를 골라 먹는 시대다
난축맛돈, 우리흑돈, 이베리코, 미국 버크셔, 두록 등등 원산지만으로 유통하던 돼지고기 시장이 품종을 앞세우고 있다. 오늘 이야기는 품종 이야기에 바탕을 둔 부위 이야기다.다양한 종류의 돼지고기가 나오는 시대를 살고 있다. 필자는 그중에서 국산 버크셔를 가장 좋아한다. 혹자는 외국 종이 아니냐고들 하는데, 토종 돼지는 없다고 해도 무방하다.
문헌에 나와 있는 대로 복원하고 있는 것은 있다. 복원은 사라진 것을 되살리는 것이다.
버크셔와의 인연은 필자가 쿠팡에서 일할 때였다. 초록마을 다닐 때 황교익 씨를 통해 버크셔라는 품종이 남원에서 사육 중이라는 것을 알았다.
쿠팡에 다니면서 버크셔 품종을 팔아 볼까 궁리했다. 황교익 씨 통해 연락처를 받아 출장을 갔다.
버크셔의 첫 느낌
출장길에는 만화 <식객>의 스토리 작가가 동행했다. 그 덕에 식객2의 스토리 한 편의 주인공이 되는 행운을 누렸다. 기억으로는 아마도 2013년인가 그랬을 듯싶다.👉 버크셔의 처음 느낌은 ‘맛있다’였다.
👉 그리고 두 번째는 ‘질린다’였다.버크셔의 농후한 맛이 배부르기도 전에 쉽게 질리게 했다. 버크셔의 장점이 단점이 되었다. 이 문제를 해결하지 않는 이상 판매할 때 허들로 작용할 거 같았다.
버크셔의 질리는 맛을 잡기 위해 삶았다. 그나마 나았지만 농후한 맛이 조금도 가벼워지지 않았다. 만화에도 대파와 먹으라고 했지만, 대파는 아무 도움도 되지 않았다.
돼지고기 관련 논문을 뒤지고 뒤졌다. 내용 중에서 돼지고기의 기름기를 우엉이 잡는다는 것을 발견했다. 버크셔 수육을 삶을 때 우엉을 넣었다. 농후했던 국물이 차분해졌다.
당시 딸아이에게 밥해줄 때였다. 전날 먹은 수육과 국물을 데워서 국밥으로 주었다. 토종닭 백숙을 하면 잘 먹는 아이였다. 버크셔의 국물이 토종닭 국물과 얼추 비슷했다.
비슷하니 먹지 않을까 하는 단순한 생각으로 맑은 돼지국밥을 만들었다. 밥을 주고는 딸 반응을 살폈다. 별말 없이 한 그릇을 비었다.
맑은 돼지국밥의 탄생 순간이었다.
품종이 달라지면 맛도 달라진다
경남의 돼지국밥은 사골로 국물을 낸다. 소고기 국물을 섞는 곳도 있지만 대부분 그렇게 한다. 그 이후로 몇 번 돼지국밥을 만들고는 인터넷에 올렸다. 돼지갈비로도 끓였다.소 갈비탕보다 맛났다. 얼마 지나지 않아 옥동식 세프한테 전화가 왔다. 그 아이템으로 사업을 해도 되는지에 대한 문의였다. 한방에 OK를 했다.
그리고는 옥세프의 생각을 더한 레시피로 서교동에 돼지 곰탕집을 열었다. 누구나 알고 있듯이 돼지 곰탕은 새로운 메뉴로 자리를 잡았다.
여러 곳에서 따라 했다. 따라 했지만 오래가지는 못했다. 원가 때문에 다른 돼지를 사용하기에 옥동식 곰탕과는 다른 맛을 내는 것이 원인이었다.
▲ 옥동식 곰탕
삼원교배종, 이베리코, 난축맛돈, 우리흑돈, 포항 재래돼지, 봉화 흑돼지 등등으로 실험을 했었다. 흑돼지 계통은 비슷한 맛을 냈다.
삼원교배종은 어디에서 키우던 흑돼지와는 다른 맛을 냈다. 품종이 달라지니 맛도 달라졌다. 우엉이 나는 가을이면, 고기 구울 때 우엉 편을 같이 굽는다. 돼지고기 지방 맛을 우엉이 잡아 준다.
매운 갈매기살 국밥?
돼지 곰탕을 끓이면서 따로 테스트한 것이 매운 갈매기살 국밥이었다.갈매기살은 손질이 까다롭다. 잘하는 집은 근막을 깔끔하게 손질해서 손님상에 낸다. 못하는 집은 앞면하고 뒷면은 대충해서 낸다. 근막이 남아 있으면 고기를 씹어 넘길 때까지 질감이 남아 있어 유쾌하지 않다.
집에서 버크셔 갈매기살을 손질하다가 귀찮아서 삶았다. 삶은 갈매기살을 보니 근막이 쪼그라들었다. 구웠을 때는 성가신 식감이었던 것이 꽤 괜찮은 식감이 났다.
국물도 맛보니 앞다릿살로 했을 때보다 맛났다. 고춧가루, 대파, 고추씨 기름을 넣고 한 번 더 끓이니, 육개장보다 맛난 매운 곰탕이 되었다.
갈매기살은 참기름과 마늘로 양념해서 구워 먹는다. 익히 알고 있는 방식이다. 돼지갈비는 구이나 찜이 국롤이다. 고기 부위는 사람이 정했다.
삼겹살은 굽거나 삶거나, 등심은 튀기거나 햄으로 먹는다는 식으로 말이다. 사람들 사이에서 통용하는 상식은 맞지만, 법칙은 아니다.
부위, 어떻게 먹든 맛나게 먹는 것이 우선이다. 상식을 깨는 순간 새로운 아이템을 발견할 수 있다. 부위, 뭣이 중헌디 알면 새로운 아이템이 선물로 찾아온다.
농산물 전문가 김진영이 전해주는
생생한 식재료 이야기 뭣이 중헌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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