뭣이 중헌디?!
#20 비건 🍴
비건김치를 만들고 있다
요새 새로 입사한 회사에서 신규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거창하게 신규 사업이라 말하지만, 아직은 신규 아이템 진행 정도다.비건 김치를 만드는 일인데, 이 일을 하기로 한 이후부터 온통 머릿속이 비건으로 가득 찼다. 아주 미묘한 흥분이 나를 자극한다.
▲ 비건인증 김치만두
마치 20년 전, 한겨레 초록마을에 입사 이후 몇 개월간 느꼈던 감정과 흡사하다. 초록마을을 처음 시작할 때 일 년 매출은 고작 5억이었다. 매장 사업을 시작하고는 10년 만에 1,000억이 되었다. 친환경 시장의 삼대장인 생협, 한살림, 초록마을의 연간 매출액이 1,000억이 안 되었다가, 2021년 현재는 1조가 넘는다.
지금 비건이 20년 전 초록마을 시작할 때와 비슷하다는 느낌이 든다.
비건 인구가 10년 만에
열 배가 늘었다
단체마다 다르지만 대략 150만~250만 사이로 추정된다. 프랑스에서 한식 전문점을 운영하는 후배 말로는 찾아오는 손님 중 열에 두 명 정도는 비건을 찾는다고 한다.아직 비건은 국내에서는 미풍이지만, 환경 문제를 인식하는 사람이 늘어날수록 비건 인구 또한 증가하고 있으며, 이는 시간문제다.
며칠 전에 급식하는 지인을 만났다. 비건 김치를 제안하기 위해서였다. 이런저런 대화를 나누다가 신문에서 본 것을 이야기했다.
학교나 군대에서 비건 메뉴를 갖춰야 한다는 내용이었다. 돌아온 대답은 학교는 이미 공문이 내려왔다고 한다. 생각보다 빨리 세상이 돌아가고 있었다.
▲ 생햄
온라인 쇼핑몰에 입점한 비건 상품의 종류가 늘어나고 있다. 대체육에 대한 수요도 늘어나는 듯 보였다. 대체육의 일종인 햄을 사 봤다.
어떤 맛일까 궁금함에 한 입 먹고는 버렸다. 고기도 두부도 아닌, 식감이 거슬리는 향이 전부였다. MZ 세대인 딸조차도 이건 아니라고 하면서 두 번 다시 먹지 않았다.
요새 인기인 녹두 전분을 이용해 만든 달걀 대체품 또한 대체육 햄과 비슷했다. 달걀 대체라고는 하는데, 색깔만 대체할 뿐 맛은 전혀 달랐다.
부드러운 핫케이크와 떡의 중간 정도? 설명이 모호하지만 맛본 소감은 그렇다. 색으로 인공 향으로 흉내는 내지만, 오리지날이 가지고 있던 식감까지는 못 내는 것 같다.
정말 흉내낼 수 있을까?
뉴스에서 3D 프린터로 고기를 만드는 장면이 가끔 나온다. 검색하면 많은 영상이 있다. 영상을 보면 단백질과 지방의 색을 번갈아 가면서 차곡차곡 쌓아 가면서 고기 비슷한 모양을 만든다.모양은 그럴 듯하지만, 실제 소의 미세 근육까지는 어쩌지 못하는 것처럼 보였다. 모양은 비슷해 보여도 잘린 단면적을 보면 미세한 근섬유는 보이지 않았다. 미세 섬유가 얽히고설켜서 내는 식감과 그사이에 품고 있는 육즙까지 따라 하지 못한다.
흉내쟁이지만, 시장은 끊임없이 성장하고 있다. 모자란 맛이지만 앞으로 어찌 변할지는 아무도 모른다.
필자가 어렸을 때 하우스 농사로 농산물이 나왔을 때 어른들 이야기가 아직 생생하다.
😕 “햇빛을 보지 못한 것이 무슨 맛이 있누!”
그랬던 하우스 농산물이 대세가 되었다. 지금 자라는 세대들이 경제 활동을 할 무렵이면, 이렇게 생각할 것이다.
하우스 맛없다고 했던 어른들과, 대체육 등 비건은 맛없다고 하는 어른들이 별반 다르지 않다고 말이다.
선진국이다
서울이나 지방에 출장 갈 때마다 깜짝 놀란다. 언제 우리 주변에 이렇게 공원이 많아졌지, 하면서 말이다.여유에 대한 수요가 많다는 이야기이고, 그걸 받쳐줄 예산이 있다는 게 우리가 선진국이라는 증거다.
현재를 유지하는 것은 힘들다. 현재가 잘 되는 것 또한 중요한 일이다. 유지는 멈춤이다. 성장하는 주변에 비해 멈춤은 곧 퇴보를 의미한다.
💬 “비건, 남의 일이야!” 하는 순간 퇴보의 시작이다. 뭣이 중헌디 알면, 일단 공부부터 해보자.
곧 손님 열 명 중 두 명이 찾아와 비건 메뉴를 찾을 것이다. 다시 외국 여행객이 찾아온다. 열에 두 명이 비건 손님이다.
농산물 전문가 김진영이 전해주는
생생한 식재료 이야기 뭣이 중헌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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