뭣이 중헌디?!
#19 감자 🥔
“감자가 감자지 뭐 딴 게 있나요?” 🤨
직장 후배가 내 이야기에 질문 겸 토를 달았다. 모 유통업체에 제안할 감자를 설명하는 자리였다.내 이야기의 주제는 ‘감자, 품종을 팔자’였다. 생각해보면 감자? 별거 있나 한다. 인지상정이다.
살면서 감자에 대해 크게 신경 쓰면서 살지 않는다. 나처럼 음식 관련 일을 하지 않는 이상 알기 힘들다. 가끔 TV에 나오는 감자 칩 광고를 보면서도, 사람 이름으로 알고 있는 이들도 있을 거다.
수미칩에서 칩을 떼 낸 ‘수미’는 사람 이름이라 생각하기 안성맞춤이다.
수미는 1970년대 미국에서 들여온 감자 품종이다. Superior가 원래 이름으로, 잘 자라고 모양이 좋다. 이래저래 쓰기 좋아 인기가 많다. 최근에는 최고 인기 자리를 두백이란 감자가 넘본다는 이야기가 들린다. 그래도 여전히 우리가 먹는 감자 대부분이 수미다. 국내 감자 시장의 70~80%를 수미가 차지한다.
수미 감자가 득세하기 전에는 남작이라는 감자가 있었다. 하얗게 분이 잘나는 감자다. 지금은 찾기 힘든 품종이다.
감자가 다 같은 감자가 아니다?
감자를 왜 품종으로 구분하려고 했는지를 찬찬히 설명했다.감자는 분질과 점질로 나눈다. 분질은 밤고구마와 식감이 비슷하다. 감자를 막 삶아내면 잘 부서진다. 감자가 식기 시작하면 진득진득해진다. 숨어 있던 점질성을 드러내고, 부서지지 않고 덩어리진다.
분질 성질이 강한 품종으로 볶음을 하면, 기름을 많이 넣어도 자기들끼리 붙는다.
반면 점질 감자는 달라붙지 않는다. 이런 사실을 모르고 감자를 샀을 때 애꿎은 프라이팬이나 기름을 의심한다. 감자가 다 같은 감자가 아님을 알았으면 요리가 달라졌을 것이다.
일본 출장 때였다 🚶♂️
후쿠오카 하카타역에 있는 유명한 음식점에서 밥을 먹은 적이 있었다. 찬으로 마요네즈로 버무린 감자샐러드가 나왔다. 부드럽게 씹히는 맛이 좋았다.맛나게 먹고는 호텔로 돌아왔다. 비즈니스호텔로 비싸지 않아도 일본 호텔답게 아침이 나왔다. 아침 정식에도 어제 식당에서 먹은 감자샐러드가 있었다. 아무 생각 없이 맛을 보고는 갸우뚱했다. 어제 먹은 감자샐러드와 달리 덩어리져서는 진득거렸다.
어제 감자와 오늘의 감자가 달라서 차이가 난 것이다. 어제 맛있게 먹으면서 품종 생각은 떠올리지 못했다. 아침에 진득거리는 감자샐러드를 만나니, 그래서야 감자 품종을 떠올렸다. 한쪽은 한없이 부드러웠고, 또 한쪽은 한없이 진득거렸다. 품종이 달라지니 같은 요리법이라도, 결과물이 달라진다.
남대문에서 유명한 횟집에서 술을 마실 때 회는 먹지 않고, 딸려 나온 감자조림만 먹은 적이 있다. 살살 ‘녹는’다는 표현이 적합할 정도로 입안에 부서졌다. 쥔장께 감자를 어디서 샀고, 품종을 물으니 채소 상인이 가져다준 걸 썼다는 대답만 돌아올 뿐 품종은 모른다는 대답이었다.
우리네 감자 현실이다. 감자의 성격은 제각각이어도 요리는 같은 방법으로 한다. 결과는 사용한 품종에 따라 달라진다.
품종이 달라지면
요리법도 달라져야 한다 🥢
지금 다니는 그린랩스 팜모닝에서 새로운 시도를 하고 있다. 감자를 품종으로 유통하려는 시도다.새로운 감자 품종을 알려고 검색을 하고, 연구소에 메일을 보냈다. 감자가 품종이 달라지면 요리법이 달라진다는 것을 알리고 싶어서였다.
지성이면 감천, 하령이라는 분질 감자와 풍농이라는 점질 감자를 구했다. 아직은 수확 전이라 판매는 못 하고 있다. 7월이면 팔지 않을까 싶다. 풍농은 저장 기간이 길어질수록 단맛이 나는 품종이다. 먹기 좋게 잘라서 볶는다면 아삭하면서 단맛 나는 볶음이 될 것이다. 하령은 그냥 찌거나 닭도리탕에서 넣으면 살살 부서지는 식감이 날 것이다. 만일 풍농을 닭도리탕에서 넣는다면, 아마도 국물을 흡수하지 못한 감자 덩어리를 만날 것이다.
수미는 점질성과 분질성 동시에 지니고 있다. 양쪽 성질이 있어 편하지만, 양쪽 다 만족시키진 않는다.
우리가 알고 있는 감자는 사실 수십, 수백 품종이다. 감자, 어디 지역이 중요한 것이 아니다.
감자 뭣이 중헌디 알면, 감자 선택할 때 지역보다는 하고자 하는 음식에 따라 선택하는 것이 중요하다. 감자탕! 살 많은 뼈도 중요하지만, 그에 걸맞은 감자도 중요하다.
매출 올리는 비법은 따로 있지 않다. 고객의 입장에서 생각할 때 길이 보인다.
농산물 전문가 김진영이 전해주는
생생한 식재료 이야기 뭣이 중헌디?!
👉 여름에 전복 메뉴를 내면 안 되는 이유
👉 대비하라! 비건 시대가 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