뭣이 중헌디?!
#18 전복 🦪
백과사전 속 전복 📔
전복을 백과사전에서 검색하면 황당한 내용이 나온다.
💬 ‘산란기는 11월경으로 산란하기 전 8~10월이 가장 맛있고, 겨울에는 살이 말라 맛이 없다’. |
바른 내용을 안다면 실소가 절로 나온다. 예전에 잘못 알려진 것이 그대로 적혀있다. 오류는 발생할 수 있지만, 바로 잡지 않고 방치한다면 잘못이다.
우리나라 최대 전복 생산지인 완도를 한 번이라도 갔다 왔으면, 저 글이 오류가 많다는 것을 바로 알 수 있다.
아마도 책상에서 검색을 통해서만 쓴 글인 듯싶다. 수산과학원 자료는 전복의 산란기가 7~11월 사이라고 한다. 수온에 따라 산란 시기가 결정되기 때문이다.
또한, 산란기의 조개류는 맛이 없다. 게다가 백과사전에서 이야기한 8~10월 사이가 가장 맛있다고 했지만, 실상은 가장 맛없다.
진도에서 생산한 치패를 완도에서 3년간 키워 시장에 낸다. 진도 바닷가를 돌아다니면 전복 새끼를 키우는 양식장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진도 옆이 완도다. 완도 바다에는 전복 양식장이 가득하다.
전복 양식장 바로 옆에 미역과 다시마 양식장을 같이 운영한다. 미역과 다시마는 전복의 먹이로, 옆에서 양식하니 먹이 주기가 편하다. 크레인이 있는 배로 미역을 통째 전복 양식장에 먹이로 넣어 준다. 미역과 다시마는 수온이 내려가야 잘 자란다.
한여름은 미역과 다시마가 자라지 않는다. 겨울에 미역이 나고, 봄에 다시마가 난다. 겨울부터 이듬해 6월까지는 먹이를 먹으면서 부지런히 몸을 키운다. 보통 1년에 2~3cm 정도 자란다고 한다.
가끔 ‘라면 전복’ 하는 것도 똑같이 3년 키운 것이다. 다만 크기가 그럴 뿐이다. 라면 전복은 다 큰 전복이지 새끼 전복이 아니다. 6월까지는 먹이를 충분히 먹고 몸집을 키운다.
그리고는 7월, 8월, 9월, 10월, 11월까지는 쫄쫄 굶는다. 체내에 축적해 놓은 에너지를 야금야금 사용하면서 12월까지 버틴다.
12월이 되면 햇미역이 나오기 시작한다. 미역을 먹기 시작하고 보름 정도 지나야 소진한 에너지를 채우고 맛이 들기 시작한다.
12월 중순 이후부터 이듬해 6월까지다. 전복을 가장 맛나게 먹는 방법은 산지에서 먹는 것이다.
겨울, 완도나 진도에서 먹는 전복은 달다. 향긋한 바다 향도 지닌다. 전복은 서울 노량진이나 가락동 등 각 지역에 있는 수산시장으로 보내진다. 그리고는 중매인, 소매인, 식당을 거친다. 이 기간이 길어지면 전복 맛은 떨어진다.
식당에서 먹는 거야 어쩔 수 없지만, 집에서 먹는다면 산지 직거래가 정답이다. 산지에서 수확한 전복은 며칠 육상 수조에서 때를 벗긴다. 3년 물속에서 있는 사이 펄을 뒤집어쓰고 있기 때문이다.
깨끗한 바닷물에서 며칠 둔 다음 경매장으로 보낸다. 산지 직거래를 한다면 중간 과정 없이 바로 받을 수 있으므로 가장 맛난 전복을 만날 수 있다.
다른 조개보다는 가격이 나가지만, 더는 귀한 식재료는 아니다. 손님이나 요리사나 귀하다고 여전히 생각하기에 한정식이나 다른 코스 요리에 단골 식재료로 사용한다.
문제는 1년 내내 사용한다는 것이다. 제철 식재료를 사용한다는 고급 식당에서 11월에 전복을 사용한 메뉴가 있었다. 11월이면 전복이 1년 중 가장 맛없는 시기.
그걸 모르는 것도 문제지만, 만일 알면서도 낸다면 요리사 자격이 없다. 맛없는 식재료임을 알면서도, 고객의 요구 때문에 어쩔 수 없다는 이야기를 한 요리사 생각이 난다.
제철 조개를 내면 전복보다 못하다는 손님 잔소리에 어쩔 수 없다는 것이다.
제철 식재료를 선호한다고 하면서 제철은 정작 모르는 경우가 많다.
비싸든, 싸든 모든 식재료는 제철은 분명히 있다. 전복, 뭣이 중헌디? 생각해보면 답은 분명하다.
여름과 가을 사이, 전복은 가장 맛없다.
한여름에 전복을 추천하는 요리 연구가나 교수는 더 이상 안 봤으면 한다. 전복은 미역과 다시마를 충분히 먹은 6월이 가장 맛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