뭣이 중헌디?!
#17 맛집 😋
전국 어디를 가도
순댓국 맛난 곳이 있다 🥘
전국에 체인점까지 있는 이름 난 병천이 아니어도 괜찮다. 시장이 있으면 필시 안에 순댓국집이 있다. 순대국밥 한 그릇에 저마다 나름의 개성을 자랑한다.어느 동네는 머릿고기가 맛나고
다른 곳은 내장이 좋다
또 어떤 곳은 특이한 피순대가 좋은 곳도 있다
물론 맛없는 곳도 있다
혼자 다니는 일이 많기에 만만하게 먹을 수 있는 음식이 국밥이다. 순대든, 장터국밥이든 한 그릇 뚝딱하고는 일 보러 간다.이렇게 다니면서 먹다 보니 깨닫는 게 있다. 유명한 것은 ‘맛있다’와는 같지 않다.
병천도 가보면 노포라고 딱히 더 맛있지는 않다. 병천 길가에 있는 수많은 순댓집 중에서 가던 곳이니 갈 뿐이다.
순댓국 먹을 때면 엄마가 떠오른다
부평이 떠오른다. 시장 가던 길이 떠오른다. 어릴 적 엄마 쫓아 시장에 따라갔다. 버스 타고 가나, 걸어 가나 비슷한 시간. 갈 때는 손이 가벼워 걸어가고, 올 때만 버스를 탔다.시장에서 엄마 뒤 졸졸 다니다가 바나나 사달라고 했다. 절대로 안 사줬다. 1970년대, 오백 원 지폐 한 장이 필요한 바나나를 사줄 리가 없었다.
시장통에서 입이 삐쭉거려봤자 돌아오는 것은 등짝 스매싱이나 지청구였다. 그렇게 삐져서 엄마 뒤를 쫓아 가면 대신 사주는 것이 부평 순대 골목의 순대였다.
한 접시 몇백 원, 좌판에서 엄마랑 앉아서 순대를 먹었다. 플라스틱 접시 가득 순대와 간을 내줬다. 순대 먹는 사이 바나나는 잊었다.
2015년? ⏲
그때도 있던 순대 골목이 사라졌다
수많은 집과 좌판이 사라졌다. 가끔 인천 집에 갈 때 시장에 들려 순대를 사 갔다. 봉지에 담고는 신문지에 돌돌 말아주던 정치가 사라졌다.순댓국에 대한 추억은 대학교 때까지 없었다. 처음으로 선배들과 시장통에 있는 순댓국집에 마주 앉았다. 첫 순댓국이었다. 전날 먹은 숙취해소가 절실했지만, 순댓국으로 해장할진 몰랐다.
선배들은 내장 듬뿍 넣어 달라고 했지만 나는 빼달라고 했다. 순대를 국으로 먹는 것도 생소했거니와 내장을 먹는다는 게 영 이상했다.
해장하는 날이 쌓이고 쌓인 어느 날부터 내장까지 넣고 먹었다. 그동안 이 좋은 걸 왜 안 먹었지 하면서 말이다.
오랜 만에 부평에 갔었다
시장 골목 유일하게 남은 순댓집을 찾아갔다. 순댓국을 바라봤다. 기다란 나무 의자에 앉아 엄마랑 순대 먹던 생각이 났다. 골목에 다닥다닥 붙어 있는 시장 순대 골목은 커다란 아파트로 바뀌었어도, 그때 풍경은 여전히 선하다.
순댓국 중 여기가 제일이라 여기는 곳은 영광. 영광하면 굴비인데 순대도 괜찮냐 묻는다면 내 대답은 “Yes”다. 전에는 창평국밥이었는데 바뀌었다.
영광 시장 근처에 몇 집이 모여 있다. 장날이라서 사람이 많지만 그중에서 사람들이 몰려 있는 곳을 선택했다.
순댓국에 들어가는 것 중에서 머릿고기를 가장 중히 여긴다. 이곳은 푸짐하게 올려주는 머릿고기가 좋다. 물론 내장도 실하게 들어 있다.
영광 순댓국은 최고다. 내 기준에서는 말이다. 도축장 있던 동네라면 순댓국집이 많다. 부평만 하더라도 십정동 쪽에 도축장이 있었다. 그 덕에 부평시장에 순댓집이 많았다.
순댓국 이야기가 아니다
맛집 이야기다
맛집이라는 것이 그렇다.유명하다는 것일 뿐 맛까지 보장하지는 않는다고 생각한다. 병천은 순대로 유명하다. 오다가다 시간이 맞으면 먹는다. 굳이 찾아가지는 않는다.
영광이나 김제, 함양에서 먹었던 맛있던 순댓국도 마찬가지다.
▲ 함양에서 먹은 순댓국
음식은 편하게 먹는 게 제일이다. 줄 서는 맛집은 사람이 사람을 불러 모으는 경우가 많다.
근래에 소고기 국밥집에서 밥을 먹었다. 대기가 많은 집 근처 같은 메뉴를 파는 음식점이 있다. 줄 서지 않은 음식점에서 국밥을 먹었다. 굳이 줄 서서 먹을 생각이 없었기 때문이다.
국밥을 먹다가 옆집 맛이 궁금해졌다. 서둘러 먹고는 바로 옆집으로 갔다. 국밥을 보니 담음새와 내용물이 비슷했다. 국물 맛을 봤다. 옆집보다 조금 순했다. 얼큰함이 좋은 사람은 옆집이, 해장으로는 여기가 제격이다.
유명함에 끌려 기다리기보다는 내 시간이 소중하다. 뭣이 중헌디 생각해보면 답이 있다.
농산물 전문가 김진영이 전해주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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