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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세이
네, 제가 주인입니다(1)
누군가 나를 부를 때, 사장님? 대표님? 아니면 주인?
안녕워녕
카페 사장님의 일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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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인이세요?"

이번엔 카페 싱크대에 달아놓은 전기온수기가 고장 났다. as기사님은 땀을 뻘뻘 흘리며 1시간이 넘도록 온수기를 수리하셨다. 할 수 있는 모든 조치가 다 끝나고, 그래도 안되면 센터에 들고 가서 조각조각 분해해야 한다면서, 우선 20분 정도 기다려보자고 했다. 혹시나 물이 데워질 수도 있으니. 물이 데워질지도 모르는 20분 동안 우리는 이런저런 이야기를 했는데 그 이야기의 시작은 바로 이 질문이었다. "주인이세요?" 나를 처음으로 '사장님'이라고 부른 사람이 있었고, 처음으로 '대표님'이라고 부른 사람이 있었다.

나는 처음으로 '사장님', '대표님'이라고 불렸던 그 순간을 기억한다. 어색하고, 간질간질하고, 이렇게 불려도 되나 싶고, 그런데 또 그게 맞긴 맞아서, 너무 당황하거나 으쓱한 티를 최대한 내지 않으려고 마음을 가라앉히고 표정을 관리하던 바로 그 순간. 그랬던 내가 '사장님', '대표님'이라는 호칭에 익숙해져서 지금은 길을 걷다가 누군가 "사장님!"하고 부르면 내가 괜히 뒤를 돌아볼 정도로 이 호칭에 적응되었다. 하지만 '주인'이라고 불려진 건 이번이 처음이었다.

"주인이세요?" "네, 제가 주인이에요."라고 대답하면서 나는 왠지 벅찼다.


문득 가슴 한켠이 울렸다.

아, 내가 주인이구나. 그렇네. 내가 여기 주인이네.

나는 주인이라서 아침에 일찍 나와 가게 앞을 빗자루질한다. 밤에 눈이 많이 오면 아침에 가게 앞 눈을 쓸 생각에 아침에 조금 더 서둘러 집을 나선다. 나는 주인이라서 테이블을 계속 닦고, 의자를 줄 맞춰 정리한다. 나는 주인이라서 냉장고에 뭐가 들어있는지, 재고가 얼마나 쌓여있는지, 유통기한이 지났는지 안 지났는지를 확인한다.

나는 주인이라서 어디 불이 나간 전구는 없는지, 현재 온도는 쾌적한지, 음악 볼륨이 너무 크거나 작지는 않은지 예의 주시한다. 나는 주인이라서 하루에도 몇 번씩 가게 앞에 떨어져 있는 쓰레기는 없는지 나와서 보고 줍고, 밖에서 가게 앞을 괜히 한 번 지나가 본다.

나는 주인이라서 화분에 물을 주고 말을 건다. "자, 오늘도 힘내 보는 거야." 나는 주인이라서 잘못 내려진 커피가 손님에게 나가는 것보다 그 커피를 그냥 가차 없이 버리는 편을 택한다. 나는 주인이라서 가게에 오는 모든 손님들의 얼굴을 익히려고 한다. 두세 번 온 손님을 알아보고 아는척할 때 매우 즐거운, 나는 이곳의 주인이다.

내 주위의 몇몇 사람들은 내가 너무 힘든 게 아니냐면서 걱정해주고 있다. 아침부터 밤까지 있으려면 너무 피곤하겠다면서. 역시 돈 버는 게 쉬운 게 아니라면서. 그럼 하루에 열두 시간이 넘도록 가게에 있는 거냐면서. 손님은 좀 있냐면서. 나는 괜찮다고 하면, 아직 장사한 지 얼마 안 돼서 그럴 수 있다면서, 코로나 때문에 손님이 별로 없어서 그런 거 아니냐면서 그들은 나의 '괜찮음'을 평가절하했다.

아닌데. 난 정말 괜찮은데. 하나도 안 피곤한데.


나는 주인이라서 내 가게가 편하다.

손님이 있든 없든, 이곳은 나의 공간이다. 하루 온종일 일하는 느낌이 아니라, 하루 온종일 나의 공간에서 놀고먹고 있는 느낌이다. 나는 나의 공간에서 먹고 싶은 것들을 먹고 하고 싶은 일들을 한다. 집에 있으면 수면바지에 뿔테 안경을 쓰고 했을 일들을 내가 좋아하는 니트 옷을 입고 카페에 나와 하고 있다.

아침에 집을 나와 또 다른 나의 집으로 자리를 옮기는 느낌이다. 밤이 되면 나는 이 집을 떠나 또 나의 집으로 자리를 옮긴다. 그뿐이다.

나의 공간에서 나는 평안하다. 손님들은 나의 하루하루를 특별하게 해주는 선물 같은 존재들이다. 손님이 오면 커피를 내려주고, 음료를 만들어준다. 디저트를 내어주고, 브런치를 만들어준다. 한꺼번에 여러 손님이 몰려와 이것저것 주문하면 잠깐 정신이 없긴 하지만, 그건 그 나름대로 그날을 기억할만한 특징적인 에피소드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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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네, 제가 주인입니다] 2편 이어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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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03월 15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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