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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세이
네, 제가 주인입니다(2)
주인과 손님의 미친 친화력으로 선보이는 환상의 콜라보
안녕워녕
카페 사장님의 일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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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카페 일을 하면서 내가 친화력이 굉장히 좋은 사람이라는 걸 깨닫고 아주 놀라고 있는데, 어떤 손님들과는 두런두런 이야기를 한다. 어떤 손님은 커피 한잔을 다 마실 때까지 나랑 이야기하고 있기도 한데, 도대체 우리가 무슨 이야기를 그렇게 오랫동안 하고 있었는지는 모르겠다.


신기하게도, 내가 친화력이 좋아지면 좋아질수록 손님들도 친화력이 좋아진다.

보통은 카페 주인인 내가 먼저 다가가 "주말은 잘 보내셨어요?", "아침은 드시고 나오시는 거예요?", "커피맛 어떠세요? 괜찮으시죠!"라고 말을 거는 편인데, 요즘 손님들이 먼저 다가와"사장님! 오늘은 비가 오니까 산뜻한 커피를 먹어야겠어요", "지난번 커피 정말 너무 맛있어서 오늘 또 먹으러 왔어요", "사장님! 여기 있는 책 다 사장님 거예요? 빌려가도 돼요?"라고 말을 거는 일이 점점 많아지고 있다.

오늘 오전에는 샐러드와 바닐라라떼를 드시던 한 손님이 갑자기 전화 한 통을 받으시더니 "다 못 먹고 가서 죄송해요, 다음에 다시 와서 천천히 먹을게요"라며 급하게 나가시길래, 나도 같이 뛰어나가 쿠키 한 봉지를 손에 쥐어주면서 "이거라도 드시면서 가세요! 배고프잖아요!" 했더니 그 손님은 "사장님 이렇게 고마워서 어떡해요. 시간 여유 가지고 다시 올게요!" 하며 쿠키를 손에 들고 뛰었다.

주인과 손님의 미친 친화력이 콜라보레이션을 이룬 케이스였다.


어떤 분들은 한 달에 한 번 동호회 모임을 하시는지, 여러 지역에서 네다섯 분 정도가 모여 이 동네에서 식사를 하시는데, 식사 후 우리 카페에 와서 커피를 드신다. 어제 두 번째로 오셨는데 내가 아는 척을 하자, 너무나 좋아하시면서, 집 앞 카페 쿠폰은 안 받아도 여기 쿠폰은 챙겨놓았다면서 쿠폰을 내미셨다.

연세 지긋하신 아저씨 손님들이셨는데, 커피 드시는 자리에 찾아가서 커피맛 어떤 거 같으냐고 물어보니 너무 좋다면서, 나한테 혹시 카페에 아르바이트생 필요하면 자기를 알바로 써달라는 귀여운 투정까지 부리셨고, 나는 "너무 좋죠!"라고 했지만, 정작 뒤에서 설거지하던 진짜 우리 알바생은 심각한 얼굴이 되었다.

이 아르바이트생은 아주 싹싹하고 손님 응대도 친절하게 잘하는데, 한 번은 이렇게 말한 적이 있다. "사장님, 아무래도 알바생의 친절과 사장님의 친절은 뭔가 다르네요. 저는 제가 되게 친절하게 한다고 하는 건데, 사장님이 하는 건 도저히 못 따라 하겠어요."


이 말을 듣고 나는 나를 돌아보았다.

혹시 내가 그동안의 사회생활에서 숙련된 스킬을 사용하는 건가. 친절하게 한다면서 닳고 닳은 사람의 면모를 한껏 내보이는 건 아닌가. 혹시 어떤 손님들에게는 내가 징그러워 보이진 않았을까.

며칠 동안 이 고민을 했다. 이게 나의 친절인 건지, 사회적 스킬인 건지. 결론은 이렇게 내렸다. 아니지만, 조심하자. 나는 친절한 게 맞았다. 똑같은 친절한 말을 이 손님, 저 손님에게 하지 않았다. 나는 '그 손님'에게만 할 수 있는 말을 했고, '그 손님'과 개인적인 친분을 쌓는 느낌으로 유대감을 쌓았다.

(하지만 조심할 필요는 있었다. 내 안에 잠자코 있는 단순 영업 멘트와 제스처가 어디서 갑자기 튀어나올지 나도 모르는 일이니.)


각 사람에게 맞는 특별한 대접을 하면서 생색도 조금 낸다.

"손님한테만 제가 특별히 해드릴게요." 그렇게 손님들은 한 사람 두 사람 자기의 이름을 나에게 알려주고, 한 번씩 더 올 때마다 더 많은 이야기를 해준다. 손님들은 다른 사람을 데리고 와서 "우리 엄마예요!", "우리 회사에서 제가 가장 아끼는 후배예요"라며 소개를 시켜주기도 한다. 나는 "어머나 반갑습니다! 더 정성껏 커피 내려드려야겠어요!"라며 호들갑을 떠는데, 그러면서 우리의 관계는 조금씩 더 깊어진다.

이렇게 개인적인 친분을 쌓는 일은 내가 주인이라서 할 수 있는 일이다. 나는 여기서 일을 하는 게 아니므로. 나는 나의 공간에서 놀고 먹다가 나를 찾아온 사람을 반갑게 맞이하고 즐겁게 대접하는 일을 하고 있었다. 내 집에 온 손님을 기억하는 게 당연했고, 그래서 두 번 만나면 아는 척하는 게 당연했고, 그 사람과 나눈 이야기를 기억하는 게 당연했다.

나는 주인이므로.


저녁에는 한 손님이 선물을 주셨다.

원두를 구매할 수 있냐고 물어보신 분인데, 내가 직접 핸드드립으로 시연도 하고 맛도 보게 해 드렸더니 가방에서 주섬주섬 카스타드 하나를 꺼내 주셨다. 나는 카스타드를 두 손에 고이 받아 들었다. 아, 나의 손님. 손님을 떠나보내고 나는 한참을 카스타드만 바라보았다. 그러는 사이 다른 손님들을 혼자 맞이하느라 우리 알바생이 잠시 분주했지만, 나는 이 카스타드와의 시간이 너무나도 중요했다. 손님에게 받은 첫 선물이었다.

아니, 그 손님이 선물이었다. 아, 나의 손님.

네, 제가 이 카페 주인입니다.

저희 집에 놀러 오세요. 극진히 대접해드릴게요.



👉 [네, 제가 주인입니다] 1편 보러 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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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03월 15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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