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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장님119
추어탕 이야기 3편 : 추어탕이 변화하는 이유
[황광해] 지역별 다양한 추어탕의 형태 / 추어탕에 들어가는 또 다른 생선? / 추어탕을 공부하는 이유
황광해
음식 인문학 전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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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식
#지역특산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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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어탕 이야기 3편

: 닮은 듯 다른 지역별 추어탕



서울식 추어탕, 화려한 레시피의 유래

🔗추어탕 이야기 2편에서는 서울식 추어탕의 특징에 대해 살펴보며 글을 마무리했다.

현재 서울에서 널리 내놓는 추어탕과 닮은 형태일제강점기에 시작되었다.

아래는 1924년 발간된 “조선무쌍신식요리제법”에 기록된 추어탕 끓이는 방법이다. 🍲

1. 미꾸라지에 물을 넣고 소금을 넣고 가만히 두었다가 해감을 다 토하도록 한다.

2. 맹물에 업진이나 사태를 녹도록 끓인 다음 고기는 꺼내어 식힌다.

3. 밀가루를 걸쭉하게 풀고 두부를 길쭉하고 납작하게 썰고 생강을 껍질을 벗겨 대강 다진다.

4. 고추를 씨를 빼내어 다지고 파도 다지고 고사리나 표고버섯이나 송이버섯 등의 버섯을 굵게 찢어 넣는다.

5. 곱창이나 양도 삶아 썰어 밀가루 풀어 놓은 것에 모두 다 넣고 휘저어가며 눋지 않게 끓인다.

6. 5)에 미꾸라지를 급히 쏟아 넣고 뚜껑을 얼른 닫는다.

7. 저어가며 미꾸라지가 다 익으면 달걀을 깨어 풀고 떠내어 먹는다.

  • 후춧가루와 계핏가루를 치고 국수를 말아 먹으면 좋다.

  • 생강을 많이 넣으면 좋다.

  • 미꾸라지를 넣을 때 밀가루를 술술 뿌리면 저희들끼리 저절로 묻게 되므로 그때 넣는 것도 좋다.


“오주연문장전산고”의 추두부탕은 “조선무쌍신식요리제법”으로 연결되고, 곧 오늘날 서울식 추어탕으로 이어진다.

서울식 추어탕은, ‘손님에게 제공하는 음식’에서 시작되었으니 상당히 화려하고 고급스럽다. 💎

귀한 업진살이나 사태를 이용해 국물을 낸 “조선무쌍신식요리제법”의 방법을 그대로 차용하고 있다.

이와 다르게 남쪽 지방 농경 지역의 추어탕은 간결하다.





간결하고 담백한, 남부 지방의 추어탕

고기를 사용하는 서울식과 달리, 남쪽 농경 지역의 추어탕은 채소를 활용해 국물을 낸다.


남부 지방 추어탕 만드는 법 🥬

된장, 간장 등으로 간을 잡고, 얼갈이 배추, 토란대, 고사리, 시래기 등을 넣는다.

여러 종류의 채소를 사용하지 않고, 한두 종류로 만족한다. 두부, 유부, 달걀 등은 아예 없다.

청양고추를 다져서 매운맛을 내지만, 고춧가루나 고추장을 사용하지는 않는다.

산초를 사용하거나 부산, 경남 등지에서는 평소 즐겨 먹는 방아잎을 넣기도 한다.



추어탕의 국수는 우연이 아니다 🍜

서유구의 ‘밋구리죽’밥이 아니라 죽이다. 국수는 없다.

가난한 농경 지역의 음식이었기 때문에 여러 곡물이 섞인 죽으로 끼니를 때워야 했다.

“오주연문장전산고”에는 메밀가루(교맥분)를 쓴다고 했고, 시간이 흘러 “조선무쌍신식요리제법”에서 처음으로 국수가 등장한다.

오늘날 추어탕 가게의 국수는 이런 과정을 거쳤다.

점차 국수가 흔해지자 남부 농경 지역의 추어탕에도 국수가 등장했다.

역시 레시피는 섞이고 있다.



서민의 음식으로 등장한 추어탕

1930년대 경성(서울)에 추어탕집들이 서서히 등장한다.

📍 무교동(다동)의 ‘용금옥’

📍 상명대 부근 ‘형제추어탕

이제는 사라진 ‘곰보추탕’ ‘희망의집’ 등이다.


처음부터 추어탕 전문점으로 문을 열기도 하고, 분식 가게처럼 여러 종류의 음식을 팔다가 손님들의 요구에 따라 추어탕 전문점이 된 가게도 있다.

저자거리에 서민의 음식으로 추어탕과 설렁탕이 등장한 것이다.



다슬기국과 함께한 추어탕

📍 부산의 ‘구포식당’

📍 청도의 ‘역전식당’ ‘의성식당’

📍 남원의 ‘새집식당’,

📍 영천의 ‘금호할매추어탕고디*탕’


농경 지역형 추어탕 가게들은 1950-60년대 문을 연 노포이다.

서울을 제외한 남부 농경 지역에서는 추어탕의 상업 음식 역사가 짧았다. 그래서 대부분 추어탕과 다슬기국을 동시에 내놓는 경우가 많았다. 🐚

* ‘고디’는 다슬기의 사투리 표현이다.
전북 일대에서는 ‘대사리’, 충청권에서는 올갱이, 경북 북부에서는 골부리, 꼴부리라고 부른다.




남원 추어탕,원주 추어탕은 있다, 없다?

‘남원식’, ‘원주식’ 등의 표현은 일정 부분 맞지만 틀렸다.

✔ 남원식 추어탕
: 농경 지역의 추어탕치고는 채소의 사용이 다양하고 화려하다. 그뿐, 별다른 차이점은 없다. 농경 지역의 추어탕 변형이다. 🥬

원주식 추어탕
:쇠 가마솥에 정해진 분량을 넣고 손님들이 밥상 위에서 직접 끓여 먹도록 한다. 그러나 내용물을 살펴볼 때, 서울식 추어탕과 별다른 차이점이 없다.


오히려 추어탕을 공부하면서, 다른 이에게 추천하고 싶은 추어탕은 따로 있다. 바로 청도 추어탕포항 추어탕이다.

청도 추어탕메기 등 잡어를 미꾸라지에 더한다. 주로 메기를 썼는데 이유는 간단하다. 민물고기 중에는 메기가 단연 맛있기 때문이다.

메기는 살이 붉고 단단하다. 겉으로만 보면 마치 바다 생선 같은 느낌이다. 맛도 달고 깊다. 메기를 추어탕에 넣는 이유다.



내륙 지방의 추어탕, 털레기 탕

경기도, 충청도의 내륙 지방에서는 ‘털레기 탕’을 즐겨 먹었다.

5-6월 무렵 비가 부슬부슬 내리면 하루 들일을 하지 않는다. 🌧️

그러면 동네 사람들이 모여 논배미나 작은 웅덩이에서 가리지 않고 물고기를 잡는다. 밭에서 한창 자라고 있는 채소도 이것저것 훑어 온다. 민물고기와 채소를 죄다 털어 넣으니 털레기 탕이다. 팔팔 끓을 무렵 수제비를 떠넣으면 완성이다.

털레기 탕은 편한대로, 대중없이 해 먹는 음식이다. 레시피라고 정해진 규칙은 없다. ‘편한대로’가 규칙이라면 규칙이다.

미꾸라지와 메기를 더한 것도 마찬가지다. 이렇게, 저렇게라고 정해진 바는 없다. 메기가 맛있고 구하기 쉬우니 넣었다. 그뿐이다.



고등어가 들어간 포항 추어탕

포항추어탕은 정확하게는 고등어 추어탕이라 해야 옳다. 🐟️ 추어탕 대신 ‘고추탕’이라고 부르는 이들도 있다.

포항 북부 지역인 흥해, 포항 시내, 구룡포에 이르기까지 고등어 추어탕 가게들이 여기저기 박혀 있다.


고등어 추어탕 만드는 법 🎣

고등어를 삶은 후, 곱게 간다. 나머지 과정은 남부의 농경 지역식 추어탕과 같다. 산초 가루나 후추를 넣기도 한다.




시대에 맞춰 변화하는 우리의 전통, 추어탕

청도의 메기 들어간 추어탕과 포항의 고등어 추어탕을 소개하는 이유가 있다.

추어탕오랫동안 변화, 발전, 진화한 음식이지만 바다 생선이 흔해지면서 점차 사람들이 찾지 않는 음식이 되고 있다.

추어탕이 살아남기 위해서는 기존의 끓이는 방식에서 더 새롭고 설득력이 강한 방법을 고안해야 한다. 맛을 위하여 메기를 넣거나, 미꾸라지에 고등어를 더하거나, 미꾸라지를 고등어로 대체하는 방식도 가능하다.

이미 추어탕은 일본과 중국에서는 거의 사라져 한국만 지키고 있는 음식이 되었다. 우리의 소중한 음식을 후대에 물려주려면, ‘전통 그대로’는 부족하다.

전통을 살리되 전통을 넘어서야 한다. 이것이 추어탕 변화 과정을 공부하는 이유 📖






음식인문학 전문가
황광해 의 추어탕 이야기 보러가기


👉🏻2편: 서울식 추어탕의 특징



2023년 01월 06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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