뭣이 중헌디?!
#57 겨울에 맛있는 생선은 따로 있다?
수산물은 오해와 함께할 때가 많다.
교통이나 통신이 발달하지 않던 시절에 같은 생선을 두고 지역마다 달리 부른다는 것은 그냥 애교 수준이다.
예를 들어 밴댕이는 이름을 도둑맞아 반지가 밴댕이가 되었다.
🐟️ 군산에서는 본명인 반지라 부르지만, 목포는 송어, 강화도는 밴댕이라 부른다. 밴댕이는 청어과, 반지는 멸칫과로 서로 다른 생선이며 우리가 밴댕이로 알고 있는 생선은 사실 반지다. |
육지보다 느린 바다의 사계절
명칭 오류는 애교 수준, 사기에 가까운 것이 바로 수산물의 계절이다.
12월 중순, 육지 기온은 겨울이어도 바다는 늦가을이다.
물의 온도는 공기보다 쉽게 떨어지거나 올라가지 않는다. 그 바람에 계절이 달리 간다. 🌊
이 부분은 상당히 중요한 것으로 사람의 계절과 바다의 실 계절에 있어 시간 차이가 난다. 영하의 추위가 육지에서 며칠간 지속되어도 바다의 계절은 한 걸음 늦다.
겨울 육지에서 찾는 생선, 방어
겨울이 오면 어느 순간부터 육지에서는 방어를 찾기 시작했다.
방어는 12월이 가장 비싸다. 송년회가 몰려 있는 12월은 어획보다 수요가 많아 가격이 고가에 형성된다. 송년회가 지나고 설날이 다가오면 방어 가격은 조금씩 내려간다. 설이 지나면 산지 가격은 뚝 내려간다.
예전에 모 신문사에 글을 연재할 때 들은 이야기가
‘한라산에 눈이 두 번 와야 비로소 방어 맛이 든다🏔️’는 것이었다.
한라산에 눈이 오고 쌓이는, 비로소 바다가 겨울로 들어올 때가 가장 맛있다는 것인데 적어도 12월은 아니라는 이야기다.
즉 사람들은 방어의 맛이 들기 시작할 때 가장 비싸게 찾고 정작 맛있을 때 덜 찾는다.
여름 육지에서 찾는 생선, 민어
방어와 계절만 달리할 뿐 여름 민어 또한 그렇다.
민어는 말 그대로 ‘백성의 물고기’ 흔하게 잡히던 생선이었다. 그러나 무분별한 남획으로 정점을 찍은 어획량은 어느 순간 급격히 줄어들어 민어 가격은 폭등하게 되었다.
민어의 가격은 수요가 가장 몰리는 여름🥵 특히 삼복 때 가장 높은데, 여름은 민어의 산란 시기라 사람들은 가장 맛이 없을 때 제일 비싸게 사 먹는 셈이다.
그렇다면 언제 민어를 먹는 게 좋을까? 바로 산란을 준비하는 봄이다.
5월에서 6월 사이는 가장 맛이 좋을뿐더러 가격도 찾는 이가 드물어 삼복 때 비해 높지 않다.
숨겨진 12월 바다의 선물
12월이다. ❄️
이때 가장 먹고 싶은 회를 묻는다면 대부분 방어를 꺼낼 것이다. ‘겨울=방어’는 공식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필자에게 무엇을 먹을래? 묻는다면 난 광어를 답할 것이다. 똑같은 자연산이라면 방어보다 먼저 산란하는 광어가 12월이 제맛이기 때문이다.
초봄에 산란하는 모든 생선은 지금이 제철이다. 광어 말고 또 다른 생선을 묻는다면 삼치다. 겨울 삼치의 맛은 참치도, 방어도 따라오지 못한다.
겨울 바다의 생선은 추위가 주는 선물 같은 단맛을 지니고 있다.
겨울 생선, 뭣이 중헌디 알면 다양하게 찾을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