뭣이 중헌디?!
#54 겨울에 시금치가 맛있는 이유
겨울이다. ⛄
기온은 점점 내려가 영하의 날씨가 일상이 되고 있다.
작물 중에는 추워야 비로소 가치가 올라가는 작물이 있다. 출장을 다니다 보면 경기나 충청권의 논과 밭은 무채색이지만 전라남도 무안, 경상남도 창녕, 진주 등의 남쪽으로 내려가면 무채색 사이사이 푸른빛이 돈다.
푸른빛의 주인공은 대략 양파, 마늘, 보리, 밀 등이다. 좀 더 남쪽으로 내려가거나 동쪽의 상대적으로 따듯한 곳으로 가면 푸른빛을 띠는 작물이 더해진다. 🥬🥦
추워지면 푸릇푸릇하던 색이 진녹색으로 변하기도 한다. 심지어 검은빛을 슬쩍 비추기도 한다. 진녹색 나는 채소를 살짝 데치고는 최소의 양념만 더해 무치면 단맛 가득한 나물이 된다.
이 진한 녹색의 채소는 바로 시금치다.
오늘의 이야기는 추울수록 제맛이 나는, 겨울 대표 채소 ‘시금치’ 이야기다.
겨울 작물 재배에 적합한 남쪽 동네
시금치의 적정 온도는15도 내외다.
시금치는 추운 시베리아에서 자라는 품종도 있을 정도로 추위에 강하다.
사람이 가장 많이 사는 수도권이 영하 이하로 떨어질 때 남쪽의 남해, 고흥, 해남, 진도, 신안 등은 영상의 기온일 때가 많다. 서울이 아무리 추워도 남녘은 영상과 영하 사이를 오간다. 동해의 포항 또한 그렇다. 추워도 수도권처럼 쨍한 추위가 아니기에 저온에서 잘 자라는 것을 재배에 적합하다.
예를 들어 한겨울 포항의 평균 기온은 가장 추울 때가 영하 3도다. 포항 바닷가 근처의 시금치 밭에 가면 작물이 땅바닥에 딱 붙어 있거나 키가 작다. 매서운 겨울 바람을 피하기 위한 방식이다. 💨 포항뿐만아니라 남해, 고흥이나 신안의 것 또한 그렇다.
김밥 쌀 때 먹었던 추억의 시금치
여름에 나는 시금치는 겨울과 달리 색이 예쁘고 보기도 좋다. 대신 맛은 심심하다. 필자가 겨울과 초봄에만 시금치를 사는 이유다.
어릴 때는 시금치를 싫어했다. 무슨 맛인지 도통 알 수가 없었다. 시금치를 억지로 먹을 때는 김밥을 쌀 때였다. 운동회나 소풍 때 소시지, 계란 지단, 단무지와 함께 시금치를 먹었다.
운동회나 소풍은 주로 따뜻한 늦봄에 치르기에 시금치가 맛이 없을 때 먹을 수밖에 없다. 아마도 내가 시금치를 싫어했던 이유가 그것이 아닐까 싶다. 🤸
겨울 시금치가 맛있는 이유
그렇게 싫어했던 시금치를 이제는 겨울이면 산다. 겨울 시금치는 추위나 서리를 맞을수록 단맛이 가득하다. 설탕물이 잘 얼지 않는 것처럼 추워지면 시금치는 당분을 최대로 끌어올려 대비를 하기 때문이다.
겨울부터 봄까지 나는 것은 주로 동양종이다. 길이가 짧거나 아예 바닥에 쭉 퍼진 모습이다. 포항초나 남해초는 길이가 짧고, 신안의 섬에서 나는 것은 바닥에 딱 붙어 자란다. 참고로 시금치를 브랜드한 곳은 포항이다. 포항초가 널리 알려지면서 시금치의 대명사가 되었다.
겨울에 나는 시금치는 지역이 어디든 다 맛있다. 점점 계절이 바뀌어 벚꽃이 지면 시금치의 단맛 또한 서서히 빠진다. 하지만 기온이 올라가도, 한여름에도 시금치는 난다. 여름에는 겨울과 달리 서양종이 난다. 여름에 나는 대부분 채소가 그렇듯 여름 시금치 또한 키가 크고 보들보들한 식감이다.
시금치를 많이 먹으면 몸에 담석이 생긴다?!
시금치 하면 수산(옥살산)과 담석을 이야기한다. 시금치를 많이 먹으면 몸에 담석이 생기니 어쩌고저쩌고하는 이야기가 빠지지 않는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얼마나’이다.
도대체 얼마를 먹어야 담석이 생길까? 🤔 궁금해서 자료를 찾아봤다. 기사로 나온 내용으로는 하루 500g 이상 꾸준히 먹어야 담석이 생긴다고 한다.
아무리 시금치를 좋아해도 하루 500g이면 상당히 많은 양으로 꾸준히 먹는 것은 미션 임파서블이다.
식품과 관련한 영양적 효능을 과장함과 동시에, 먹지 말아야 할 이유에 대해서는 정확한 양에 대한 이야기 없이 그저 먹어라 혹은 먹지마라 한다. 이런 말들에 현혹되지 않았으면 한다.
그저 엄마들이 흔히 이야기하는, ‘적당히 골고루’ 먹는 것이 중요하다.
겨울이면 시금치를 산다.
시금치에 비타민 A가 당근보다 많아서? 아니다. 겨울의 시금치가 가장 맛있기 때문이다.
시금치, 뭣이 중헌디 알면 딱 맛있는 지금부터 바로 사야 한다. 그리고 시금치는 검은빛을 띨수록 달다.
농산물 전문가 김진영이 전해주는
생생한 식재료 이야기 뭣이 중헌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