뭣이 중헌디?!
#51 겨울에 군고구마가 맛있는 이유 🍠
밤고구마, 호박고구마, 꿀고구마
2000년대 후반이었나? 호박 고구마가 한창 인기를 얻기 시작하면서 이상한 이야기가 돌았다.
호박과 고구마를 접붙여서 만든 게 호박고구마라는 소문이었다.💬
아님이 밝혀졌지만 만들어진 소문은 쉽게 사라지지 않고 때가 되면 좀비처럼 살아나곤 했다.
호박고구마가 유행하면서 일본 품종인 ‘베니하루카’ 품종이 주목받았다. 달곰한 맛에 ‘꿀고구마’라는 별칭까지 얻었다. 🍯
1971년에 태어난 필자가 알던 고구마는 두 가지였다. 밤고구마와 물고구마다.
2000년대에 태어난 아이들은 밤고구마와 호박고구마, 꿀고구마(베니하루카), 이렇게 세 가지를 보통 알고 있다. 그 외에 '강화도 속노랑 고구마’도 있다.
고구마의 종류
- 분질, 점질, 중간질의 고구마
고구마는 분질, 점질, 중간질, 이렇게 크게 세 가지로 나뉜다.
밤고구마처럼 수분기가 적은 고구마는 분질, 수분기 많은 호박고구마같은 고구마는 점질, 그리고 애매하게 중간에 있는 꿀고구마같은 고구마는 중간질의 고구마다.
점질 고구마의 수확은 보통 10월에 한다. 비싼 가격 때문에 하우스에서 자란 것들은 8월이면 시장에 나오기도 한다.
분질 고구마는 비교적 수확이 빨라 7월부터 시장에 나온다. 중간질도 분질과 같은 시기에 수확한다.
맛있는 고구마가 되는 과정
고구마 수확은 줄기를 걷어낸 다음, 트랙터가 지나가면서 땅을 헤집는다. 지나간 자리에는 땅속에 박혀 있던 고구마가 드러나 있다. 뒤따라 가던 사람들이 고구마을 걷어 들인다.
걷어 들인 고구마는 30도 조금 넘는 온도와 90% 이상의 습도에서 3~4일 보관한다.
고구마는 수확 중에 상처 난 부위를 스스로 치유하면서 전분은 효소작용으로 엿당과 유리당으로 변한다.
따라서 고구마는 수확 직후가 가장 맛없다.
한겨울 군고구마가 가을에 굽는 것보다 맛난 이유이기도 하다. ⛄
추워서 또는 분위기 때문에 군고구마가 맛있는 것은 아니었다. 원래 그때가 가장 맛있다.
보관 기간에 따라 변하는 식감
앞에서 고구마는 분질, 점질, 중간질로 나눈다고 했는데, 수확하고 바로 구우면 맛으로 구분하기는 어렵다.
처음에는 이들 모두 분질성을 띤다. 막 수확한 ‘베니하루카’는 찌거나 구우면 밤고구마처럼 퍽퍽하다.
12월은 돼야 원래 기억하고 있던 베니하루카의 촉촉하고 부드러운 식감이 된다.
10월에 안면도를 다녀오는 길에 로컬푸드 매장에 들렸다. 국내 육성 호박고구마 품종인 ‘풍월미’, ‘소담미’가 있었다. 풍월미는 먹어봤기에, 안 먹어 본 ‘소담미’를 샀다. 집에 와서 구워보니 단맛은 있어도 식감은 밤고구마와 비슷했다.
밤고구마도 마찬가지다. 밤고구마도 오래 보관하면 나중에는 물고구마처럼 말랑해진다.
겨울에 받은 고구마 박스📦,
안 상하게 보관하는 법
보관 기간에 따라 씹는 식감이 변하는 고구마 특성 때문에 한겨울에 받는 고구마가 쉽게 상하는 경우가 있다.
택배로 고구마를 받고서 깜빡하고 있다가 개봉했을 때, 물러지거나 곰팡이가 핀 경우가 있을 것이다.
상한 것을 보냈나 생각할 수 있겠지만 이것은 오해다. 🙅
추운 겨울에 이동하면 따뜻한 상자 안에 습기가 찬다. 습기는 물방울이 되어 떨어지고, 상자 안 고구마 중에서 약한 것부터 상하기 시작한다.
단단한 전분이 있다면 버티겠지만 몇 달 보관하고 있었기에 당분이 증가한 고구마는 곰팡이의 좋은 표적이 된다.
겨울에 고구마가 택배로 도착하면, 상자를 열어 수분기를 날려 보내야 한다.
신문지를 넓게 깔아 건조하면 더 좋다. 📰
고구마, 단맛 유지하며 맛있게 먹는 법
고구마는 찐 것보다는 굽는 것이 더 달다. 굽는 행위는 수분을 날아가게 하기 때문이다.
같은 당도라면 수분이 적은 것이 더 달다. 한 컵의 물에 한 스푼 설탕보다는 90% 정도 담긴 컵의 탄 설탕 한 스푼이 더 단 것처럼 말이다.
전자레인지로 고구마 요리를 하기도 하는데, 직화보다 단맛이 덜하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이는 고구마의 전분 분해효소의 활성이 둔화하여 고구마 특유의 엿 향이 부족해지기 때문이다.
겨울의 군고구마가 맛있던 이유
고구마, 뭣이 중헌디 알면 10월보다는 11월이, 11월보다는 12월이 맛있는 이유를 안다. 겨울에 군고구마가 맛있던 것은 다 이유가 있었다.
농산물 전문가 김진영이 전해주는
생생한 식재료 이야기 뭣이 중헌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