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업의 시작
운전병 입대를 앞둔 어느 날, 진 대표의 아버지는 2억원의 빚을 유산으로 남긴 채 50세에 생을 마감했다.
청년 진광종은 어떻게 해서든 빚은 반드시 자신의 손으로 갚겠다고 결심했다. 그 굳은 의지가 전라도식 족발 탄생의 시발점이 됐다.
섬광처럼 스쳐가는 창업 아이템, '족발' 🍖
여러 사업을 하다가 힘겨워지고 또 3억원의 사기를 당하고 자포자기 상태의 피폐해진 심신으로 살아가던 그에게 손을 내민 건 아내였다.👋🏻
창업 정보를 알아보러 다니던 어느 날 저녁 집에 족발을 사가지고 왔다. 그런데 그의 부인은 차갑고 퍽퍽해서, 아이들은 한약냄새가 난다며 먹지 않았다.
그 순간 섬광처럼 스쳐가는 생각이 있었다. 따뜻하고 보들보들하면서 한약 냄새 나지 않는 족발을 개발해 팔면 온 가족이 맛있게 먹을 것 아닌가! 👀
족발을 창업 아이템으로 결정하고 다음날부터 전국의 유명 족발집을 찾아다니며 벤치마킹을 시작했다. 하루에 대여섯 곳을 다녔다. 횟수가 늘수록 실력과 안목도 늘었다.
문제는 조리법을 배우는 일이었다. 경기 파주의 실력 있는 업소에서 한 달간 꼼꼼하게 전수받았다. 전수받은 뒤로도 한 달간 혼자 조리 연습을 했다.
족발은 차별화가 어려운 음식이다. 그렇지만 구매처에서 직접 고른 양질의 원족을 사용하고 한약재를 넣지 않아 남녀노소 누구나 거부감이 없는 담백한 맛을 냈다. 그의 시제품을 먹어본 사람들 평가가 좋아 자신감을 얻었다.
2014년 3월, 처음 <백족발> 문을 열었다. 창업자금이 부족해 고깃집이었던 전 점포의 기물들을 대부분 그대로 사용했다. 기대했던 대로 족발 맛에 대한 고객 반응이 뜨거워 첫 달부터 수익이 발생했지만 기쁨도 잠시, 세월호 사건이후로 적자로 돌아섰다. 인건비로 쓸 돈이 부족해 부부가 알바생 두 명을 데리고 일했다. 9시 30분에 출근해 새벽 4시에 퇴근했다. 그래도 1년 넘도록 매출은 오를 기미가 안 보였다. 😥
예상치 못한 부상, 그로 인한 깨달음 🔔
- 목적 있는 삶, 생각하는 장사
개업 2년차인 2016년 어느 날 천장에서 물이 샜다. 방수공사를 하려고 진 대표가 플라스틱 통을 놓고 올라섰다. 이때 통이 쓰러지면서 진 대표가 바닥으로 굴렀다. 떨어질 때 손목에 심한 상처를 입어 몇 차례 수술을 받았고, 한 달간 손을 전혀 쓸 수 없게 되었다.
몸을 쓰지 못하게 되자 ‘어떻게 하면 장사를 더 잘 할 수 있을까’🤔를 궁리하게 됐다. 그동안 일만 죽어라 했지 생각이라는 것을 해본 적이 없었다.
대박집은 어떻게 하는지 배우고, 광고를 활용해 내 족발의 우수성을 알리자고 생각을 정리했다.
우선 지역 광고 책자에 <백족발> 광고를 게재했다. 바로 효과가 나타났다. 차츰 손목 상처가 아물고 운전 정도는 할 수 있게 되자 배달 판매도 병행했다. 매출은 거짓말처럼 급격히 늘었다.😄
“세상에는 100% 좋은 일도 나쁜 일도 없다. 음지와 양지가 동시에 존재한다. 빚지고 다친 건 분명 불행한 일이지만 목적이 있는 삶, 생각하는 장사를 시작하게 된 계기가 됐다. 심하게 다치지 않았다면 지금도 나는 여전히 주방에서 허덕이며 매출은 평행선을 이어왔을 것이다.”
한 주점 대표의 말을 듣고 시작한 외식업 공부 ✍🏻
2018년, 2호점을 개점해 동생에게 내줬을 때 쯤이다. 이웃의 어느 주점 대표가 인테리어 작업을 하는 새 점포를 구경하러 왔다. 그 주점 대표가 무심하게 던진 말이 진 대표에겐 큰 울림으로 다가왔다.
👦🏻“식당하려나 봐요? 이젠 외식업도 공부해야 돼요. 주먹구구식으로는 안 되지”
나중에 그로부터 외식사업 분야를 연구하는 교수를 소개받고 진행하는 교육 프로그램에 등록했다. 지도교수로부터 외식업 트렌드, 마케팅, 회계관리, 상권분석 등 외식업 경영에 필요한 여러 지식과 기법을 배웠다. 또한 한국조리협회로부터 그동안의 조리대회 수상경력을 인정받아 조리 명인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
배운 지식을 실전으로! 타겟 설정과 차별화 메뉴
처음으로 시도한 것은 표적 고객(타겟) 설정이었다. 👀
40대 직장인 남성을 타겟으로 정하고 그들이 선호할만한 안주 메뉴에 개발력을 집중했다.
두 번째는 철저한 차별화 전략이었다.⭐
지금까지 없었던 ‘전라도식 족발’을 자신의 손으로 완성하기로 마음먹었다. 족발은 호남과는 인연이 적은 음식이다. 진 대표는 오히려 이 점을 파고들었다. 남도 밥상의 이미지를 살려 반찬 가짓수를 늘리고 싶었지만 원가가 높아져 현실적으로 힘들었다.
그 대안으로 전라도식 ‘한상차림’을 선택 메뉴로 구성하고, 선명한 차별화와 함께 테이블 단가를 높였다.
한상차림은 고객이 1만원을 더 내면 주문한 족발 외에 코다리 튀김, 통 오징어, 부대찌개 등의 술안주를 한상차림 형태로 푸짐하게 제공하는 일종의 사이드 메뉴다.
한상차림은 가성비가 높고 40대 직장인뿐 아니라 누구나 좋아하는 음식으로 구성돼 만족도가 매우 높다. 찾는 고객이 서울 등 외지인도 적지 않다. 고객의 70% 이상은 한상차림으로 주문한다.
이젠 <백족발>의 당당한 시그니처이자 전라도식 족발 이미지를 부각시켜주는 효자 구실을 톡톡히 한다. 살짝 데친 쪽파인 ‘파숙지’를 족발에 곁들인 점도 남도음식 체취를 느끼게 해준다. 파의 알싸한 맛에 식감이 좋고 족발 냄새도 잡아주면서 비주얼도 살린다. 북방계 음식인 족발에 남방계 음식문화의 옷을 제대로 입힌 것이다.
마케팅 분야 전문가로 발돋움
진 대표는 외부에서 강의 요청이 들어올 정도로 마케팅 분야 전문가로 발돋움했다. 코로나19 발생 이후 온라인 마케팅의 중요성은 더 커졌다.
진 대표는 2021년 8월부터 ‘명인 이벤트’를 실시했다. 3000만원의 상금을 건 대대적인 상품권 제공과 할인 행사였다. 사전에 세부계획을 PPT로 만들어 직원들에게 브리핑했다.
이벤트 실시를 블로그와 SNS뿐 아니라 전단지로 대중에게 알렸다. 이 중 어느 매체를 보고 찾아왔는지 고객 설문을 통해 분석하고 결과를 다음 마케팅 집행 시 반영했다. 이벤트 기간에 목표액의 99.8%의 매출을 달성했다. 행사 기획과 실행을 마케팅 대행업체에 의뢰하지 않아 비용을 크게 절감했다.
👨🏻💼“오너는 고객이 어떤 경로로 내 가게를 찾아왔는지 알아야 한다. 고객이 우리 가게의 존재를 인지하고 방문을 결정하기까지의 단계인 이른바 ‘구매여정 6단계’를 이해하고 각 단계별 마케팅 전략을 세워야 한다."
나를 키운 건 8할이 ‘악플’이다. 💬💣
진 대표는 홍보 마케팅 외에 펀 마케팅 기법도 적절히 혼합해 구사한다. 쟁반국수는 젓가락이 공중부양한 듯한 형상으로 제공해 고객에게 재미와 호기심을 준다. 그는 마케팅의 핵심 포인트로 고객과의 소통을 꼽는다. 댓글 하나에도 고객이 진정성을 느낄 수 있도록 정성껏 달아주면 충성도가 올라가고 반드시 재방문한다는 것. 여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악플에서 기회를 잡을 것도 충고한다.
👨🏻💼“식당은 악플로 성장한다. 그래서 나는 악플을 사랑한다.”
처음부터 악의를 가진 나쁜 고객은 극히 드물기 때문에 어떤 형태로든 리플을 달았다는 건 내 음식과 내 가게에 관심이 있다는 뜻으로 받아들인다고 한다. 악플을 분석해 솔루션을 도출해내는 과정을 반복하다 보면 좋은 식당으로 변하게 된다는 게 그의 지론이다.
마케팅, 어려울 때 큰 힘이 되는 자산
진 대표는 ‘마케팅은 자산을 쌓는 일’이라고 정의한다. 유무형의 경험과 가치, 고객의 신뢰가 쌓이다 보면 그게 그 점포만의 자산이 된다는 것이다.
평소 쌓은 자산은 어려울 때 큰 힘이 된다. 이를 입증한 사례가 있다. 2020년 12월 31일 광주에 강풍 동반 폭설이 내렸다. 배달은 불가능한 상태. 잔뜩 삶아놓은 족발을 하나도 팔지 못할 상황이었다.
카카오채널을 통해 📢‘눈보라 때문에 배달이 안 됩니다. 직접 찾아오시면 1만원 할인해드립니다’는 메시지를 발송하자, 400~500만원 어치 족발이 금세 팔렸다. 2021년 8월 말 현재 그의 네이버 블로그에는 6153명의 고객이 들어와 있고 2300명이 구독 중이다. 이들에게 매월 1회 새로운 서비스 시행 안내 문자를 발송한다. 별도의 마케팅 비용을 들이지 않고 고효율의 마케팅 활동을 이어가고 있는 것이다.
진 대표의 현재와 미래
진 대표는 요즘 제 2 브랜드를 기획하고 있다. 원재료 가격 등락폭과 업주의 노동강도가 낮으면서 포장과 배달이 용이한 아이템 가운데 고르는 중이다. 새로 론칭하면 100년이 가는 장수 브랜드로 정성을 들여 키울 예정이다. 향후 <백족발>,<리얼마케팅>과 함께 진광종 대표의 실력을 맘껏 펼칠 무대가 될 것 같다.
식당경영 개선전문가 📝
식당밥일기의 성공한 외식인 생생스토리
2편 - <미강식당>오동환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