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 밀가루에 대한 심층연구
🥄 1편 🥄
밀가루를 아는 것이 힘이다
지난 시간에 이어 밀가루에 대한 심화 학습을 해보도록 하겠습니다. 깊이 들어가면 정말 어려운 화학 공부가 되지만, 개념 정도만 알아도 밀가루를 다룰 때 도움이 됩니다.자동차에 비유하면, 운전하는 사람은 운전만 하면 됩니다. 하지만 조금 더 관심을 가지고 정비까지 공부하면 차에 대해 이해하게 되고, 다양한 문제되는 상황에서 스스로 대처할 수 있습니다.
마찬가지로 재료에 대해 자세하게 알면 남에게 물어보지 않아도 스스로 본인이 원하는 피자 도우를 만들 수 있습니다.
여러가지 밀가루의 성질
기본적으로 피자를 만드는 이탈리아 밀가루로 티포제로제로(TIPO00)를 쓴다는 이야기를 했습니다. 그대로 쓰는 경우도 있지만, 섞어서 쓰는 경우도 흔하기 때문에 다른 밀가루의 성질에 대해서도 잠시 언급하겠습니다.
🧐 회분율이란?밀가루를 태워서 남은 재의 무게를 재서 비율로 표시한 것. |
✔TIPO0(티포제로)는 회분율이 0.65%입니다. 프랑스의 T65와 가장 흡사합니다. TIPO00에 비해 조금 굵은 느낌이고 색상도 조금 더 어둡게 보입니다. 회분율이 TIPO0보다 더 높기 때문에 피자를 구웠을 때 좀 더 고소한 맛이 느껴지고, 일반적으로 글루텐 비율도 11% 이상으로 조금 더 높습니다.
✔TIPO1(티포우노)는 회분율이 0.8%입니다. 일반적으로 글루텐 비율도 12%로 조금 더 높습니다. 프랑스 T80에 해당되며 입자가 조금 더 굵고 색상이 어둡습니다.
✔TIPO2(티포두에)는 회분율이 0.95%입니다. 프랑스 T110에 해당됩니다.
✔ Farina Integrale(파리나 인테그랄레)는 통밀을 이야기합니다. (호밀과 구분) 회분율이 1.7%이며 색상이 가장 어둡습니다. 프랑스 T150에 해당됩니다.
이탈리아에서 피자나 빵을 만들다 보면 일반적인 TIPO에 속하지 않은 밀가루 중에서 마니토바라는 제품을 접하기도 합니다. 이 밀가루는 사실 TIPO00나 TIPO0로 존재하며 밀가루 품종이 다릅니다. 경질밀(굳은밀) 종류의 하나로 글루텐 함량이 높고 피자나 빵의 볼륨감을 좋게 만들어줍니다. 캐나다 중부 매니토바주의 이름에서 유래되었습니다. 파네토네를 만들 때 쓰는 밀가루로 유명한데, 이것 역시 피자를 만들 때 섞어 쓰기도 합니다. 단, 가격은 조금 비쌉니다.
누볼라는 구름이라는 뜻입니다. 피자를 구울 때 고르니쵸네(엣지)가 구름처럼 부풀어 오르기에 붙여진 이름입니다. 카푸토 밀가루 회사에서 만든 밀가루로 카푸토 회사 고유의 이름입니다. 일반적으로 최근에 유행하기 시작한 canotto(까노토 타입) 피자를 만들 때 사용됩니다. 슈퍼누볼라는 엣지가 부푸는 힘이 비교적 강합니다. 나폴리에 있을 때, 까노토 타입을 만들던 매장에서 잠시 일한 적이 있는데, 누볼라와 슈퍼누볼라를 블렌딩해서 사용했습니다. 가격은 비싸나 손쉽게 입체적인 피자를 만들 수 있어서 편리합니다.
기왕 제품명이 나온 김에 나폴리 피자집들이 많이 쓰는 카푸토 밀가루의 종류 중에서 많이 쓰는 밀가루 2가지 소개해 드리겠습니다.
첫째는 Pizzeria(핏제리아)라고 써있는 밀가루입니다. 25Kg 대용량은 파란색으로 포장되어 있어서 흔히 블루라고 말하기도 합니다. 이름에 써 있는 것처럼 피자집에서 많이 쓰는 밀가루입니다. 글루텐을 포함하여 총 단백질 함유량이 12.5%이고 W값이 260~270정도 입니다. 일반적으로 당일 반죽용으로 많이 사용합니다.
두번째는 Saccorosso(사코로쏘)라고 써 있고, 25kg 대용량은 빨간색으로 매장에서 레드라고 부릅니다. 글루텐을 포함하여 총 단백질 함유량이 13%이며 W값이300~320입니다. 힘이 더 강해서 피자용보다는 빵용으로 나온 것이지만, 실제로 장기발효가 필요한 피자에 많이 사용합니다.
👉 W값은 조금 생소한 표현일 수 있지만 밀가루를 다룰 때 중요한 지표이므로 W값을 포함하여 다양한 밀가루 측정과 관련된 부분을 다음 편에서 소개하겠습니다.
그 외 다른 회사의 밀가루 중에서도 좋은 제품이 많습니다. 친퀘스타지오니, 베르데 역시 좋은 제품이고 한국에 수입되어 있으나, 마케팅이 잘 되지 않아 한국에서 많이 쓰지는 않습니다.
밀가루의 특성을 조금 더 공부하고 있는데 점점 더 어려워져서 포기하시는 분들이 계실까 걱정입니다. 다음 편까지는 조금 어려울 수 있지만 최소한 프로가 되기 위해선 이 정도는 알아야 하는 범위라고 생각합니다. 꾸준히 공부하셔서 터득하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