뭣이 중헌디?!
#33 커피 ☕
커피를 좋아한다. ☕
고등학교 시절 도서관 다니면서 설탕 블랙 하나, 우유 뽑아 라떼 만들어 먹기도 하면서 커피에 소위 ‘인’이 박이기 시작했다. 대학은 물론 회사 다니면서 커피 믹스는 하루에 몇 잔씩 마셨다.
2000년대 중반까지 원두커피는 무슨 맛으로 먹는지 이해가 안 되었다. 커피의 황금 공식인커피, 설탕, 프림이 ‘둘, 둘, 둘’ 들어간 것이 최고였다. 시간이 지나 가끔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마시곤 했어도 여전히 황금 공식을 신봉했다.
핸드드립 마니아
2007년도, 초록마을 목동점을 개점하면서 카페를 같이 세팅했다. 그 당시는 드물었던 카페에서 로스팅한 커피와 핸드드립 전문으로 기획했다. 목동 수준이면 핸드드립 커피 수요가 있겠다고 생각했다. 너무 일렀는지 망했다.
카페는 망했지만, 카페를 기획하면서 핸드드립 마니아가 됐다. 핸드드립을 위한 모든 도구를 사고는 매일 아침 커피를 내리고 있다. 회사를 그만두고 글을 주로 쓸 때는 하루에 두세 잔 마셨다.
석 잔 정도 마신 날, 가끔은 신물이 나기도 했다. 피곤하면 한 잔 생각이 났다. 일본 출장 갔을 때 카페 없는 시골에 있다가 편의점이라도 만나면 커피 먼저 찾았다. 인이 박이다가 중독까지 되었다.
커피 끊기 🙅♂️
어느 날이었다. 신문 기사를 보다가 커피 끊기 기사를 봤다. 나처럼 하루에 몇 잔씩 커피를 마시던 사람을 대상으로 한 실험이었다. 커피를 끊은 첫날부터 나흘이 가장 힘들었다는 내용을 포함에 2주 동안의 과정을 자세히 소개하는 기사였다. 궁금함이 밀려왔다.
기사 내용처럼 아침 일어날 때 개운할까? 마침 새벽에 일찍 일어나 매일 출근하게 되어 겸사겸사 커피 끊기 시작했다. 완전히 끊기는 어렵고 하루에 한 잔으로 정했다. 매일 하던 루틴대로 머리 감기 전 물을 끓이고 감고 나와서는 원두를 갈았다.
텀블러에 커피를 담고는 출근했다. 그걸로 하루를 버텼다. 오후가 되면 커피 생각이 간절했다. 오후 커피 생각은 한 달 정도 간 듯싶었다. 시간이 지나니 간절했던 커피 생각은 시나브로 사라졌다.
변화
대신 변화가 찾아왔다. 아침이 개운해졌다. 알람 없이도 일어날 시간이 되면 일어났다. 대신 밤 열 시가 넘어가면 졸음이 밀려왔다. 밤 1시까지 잠 안 자고 책을 읽거나 글을 썼던 것이 아득히 먼 기억처럼 느꼈다.
이 글을 쓰는 오늘 아침, 여름 휴가지만 여섯 시에 일어났다. 더 자고 싶어도 잠이 안 온다. 아침 정신이 맑아졌다. 아침뿐만 아니라 오후에 피곤함도 사라졌다. 카페인에 의존해 겨우 살아가던 몸이 아침이면 완충이 되었다.
지속되는 피로감 🥱
쓴 만큼 채워야 하지만 우리는 그러지 못했다. 에너지 드링크의 주요 성분은 ‘고카페인’. 흔히 내일 쓸 에너지를 오늘 쓰게 한다는 우스갯소리를 듣는 음료 말이다.
카페인은 신경계를 교란해 각성 효과를 일으킨다. 피곤함에도 피곤함을 못 느끼게 한다. 일과를 마치고 잠을 잔다.
잠은 충전의 시간, 하지만 내일 쓸 에너지를 당겨쓴 탓에 자도 피곤함이 풀리지 않는다. 오래된 배터리처럼 충전이 제대로 되지 않는 것이다. 피곤함이 밀려오니 대책은 커피뿐. 다람쥐 쳇바퀴처럼 피곤하니 찾고, 찾아서 마시니 ‘해결할’ 수 있는 피곤함이 쌓인다.
간단한 해결책 💡
해결책은 의외로 간단하다. 커피를 줄이면 된다. 정 끊기 힘들면 나처럼 하루에 한 잔으로 제한해도 괜찮다. 어떤 주말은 두 잔을 마시기도 한다. 평일은 잘 지키고 있다. 벌써 6개월째 하고 있다. 아침이 달라진다. 매일 오후만 되면 누가 어깨를 짓누르는 것처럼 힘들던 몸이었는데 더는 아니다.
커피가 주는 향긋함은 참으로 좋다. 커피를 갈 때, 내릴 때 나는 각각의 향이 참으로 좋다. 입에 딱 맞는 적절한 산미 또한 좋다. 딱 거기까지. 적당함이 필요한 음료가 커피다. 커피 뭣이 중헌디 알면 함부로 마시지 않는다. 끊는 순간, 비타민이나 건강식품 먹지 않아도 활기찬 아침을 만날 수 있다.
Just do it!
농산물 전문가 김진영이 전해주는
생생한 식재료 이야기 뭣이 중헌디?!
👉 MSG는 죄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