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랜차이즈 실패 법칙
23편 - 차별화 포기의 법칙
“지금도 프랜차이즈에서는 차별화의 강박에 밀려,
억지 차별화가 생겨나고 있다.
이에 매달리지 않고, 오히려 고객만족과 기본에 충실한
역차별화 전략이 성공으로 가는 지름길이다. "
요즈음 점점 치열한 마케팅 시대로 접어들었다. 이런 세상에 첫 번째 화두는 단연 차별화다. 너무도 많은 제품과 메뉴, 상품이 넘쳐나는 시대에 살고 있으니, 시장에서 생존하기 위해 차별화해야 했다.
대부분 상품과 제품이 서로를 벤치마킹하고, 모방하면서, 고객 눈에는 다 비슷하게 비춰질 수밖에 없다. 우리는 오리지널과 짝퉁이 구별되지 않는 시대에 살고 있다. 시장에 묻히지 않기 위해선 돋보여야 하고, 다른 브랜드와 구별되어야 한다는 차별화 마케팅의 절대 명제를 무시할 수가 없다.
그렇다면, 프랜차이즈 사업에서 차별화는 과연 어디까지 바람직한가? 🧐
여기서는 잘못된 차별화 사례를
몇 가지 살펴보고자 한다.
파스쿠찌의 원 사이즈 전략 ☕
파리바게뜨로 잘 알려진 SPC그룹은 배스킨라빈스, 던킨도너츠, 파스쿠찌, 파리크라상 등 15개 브랜드를 보유한, 약 3조원의 매출액(2021년 기준)으로 국내 프랜차이즈 업계의 최강자다.스타벅스, 커피빈을 확장할 때, 이어서 파스쿠찌 커피 전문점을 런칭했다. 이태리 커피 브랜드로서 새로운 분위기를 연출하기 위해 고급스러운 인테리어로 하고, 서브메뉴도 보강했다. 여기까지는 좋았다.
파스쿠찌는 커피 종류를 원 사이즈 하나로 차별화했다.
반면, 스타벅스는 커피 사이즈가 숏, 톨, 그란데, 벤티 4종류로, 고객은 자신의 취향에 따라 고를 수 있다. 보통 때는 양이 많은 벤티를 먹는 커피 마니아층도 식후나 배가 부른 상태에서는 작은 사이즈인 숏이나 톨을 선택할 수 있도록 했다. 기본적으로 고객에 대한 배려가 있다. 커피빈도 그 정도까지는 아니지만, 레귤러와 스몰로 고객 취향에 맞춰 있다.
🙄 “작은 사이즈는 왜 없냐?”
고객의 질문에 파스쿠찌 매니저는 이런 답변을 내놓았다.
☕ “이태리 브랜드라서 원사이즈 하나”
그때 필자가 로마나 밀라노 시장조사 경험이 없었다면, 그 말에 한 수 접고 조용히 수용했을 것이다. 에스프레소 커피의 시작이 미국이 아닌 이탈리아다 보니, 오리지널 이미지를 강조하고 싶었던 것 같다. 스타벅스의 슐츠 회장도 이태리 커피를 맛보고 시애틀에서 스타벅스를 시작했으니 말이다.
하지만, 그것은 ‘강조’가 아니라 ‘강요’다. 고객의 취향을 무시한 매장운영은 마케팅 차별화가 아니다.
차별화 주체는 고객이어야 한다. 고객의 취향과 만족을 위한 차별화여야지, 다른 브랜드와 달라진다고 해서 차별화가 아니다.
그렇다면, 파스쿠찌의 원 사이즈 전략은 지금은 어찌 되었을까?
결국, 수년 전에 스몰과 레귤러 2종류로 나눠 판매하는 방식으로 바꾸었다. 억지 차별화 전략이었음을 스스로 자인한 셈이다.
TGi Friday의 스카치테이프 🍴
90년대 패밀리 레스토랑을 이끄는 선두 브랜드는 TGI Friday였다. 강남에서 생기기 시작한 TGI에서 모임이나 미팅이 있는 날이면, 미국이나 유럽의 라이프스타일을 즐기는 듯한 기분이 들었고, 그것을 세련된 라이프스타일이라 착각했던 시절이었다.그런데 그런 TGI만의 웃지 못할 차별화 전략이 있다.
바로 옛날 방식 그대로 포크와 나이프를 종이 냅킨에 둘둘 말아서 끝이 풀리지 말라고 스카치테이프로 붙여서 내주는 서비스다. 경쟁 브랜드인 아웃백이 하얀색 천의 냅킨에 둘둘 말아서 내주고 있으니, 차별화하기 위해 지금까지도 그런 서비스를 하고 있다. 스카치테이프를 떼어내면 종이가 찢어져 너덜너덜 해지는 냅킨으로, 3∼4만 원 스테이크를 먹는 고객을 만족시킬 수 있다고 생각한 것일까.
1인당 객단가 30,000원이 넘어가는 중고가 외식 매장에서 종이 냅킨 서비스는 시대착오적인 발상이다. 객단가 15,000원 수준의 이태리 레스토랑들도 고객 서비스를 위해 종이 냅킨을 사용하지 않는 매장도 많다. 트렌드를 무시한 채, 아웃백과 억지 차별화를 위해 이런 서비스를 해왔던 것이다.
아웃백은 식전빵으로 ‘부쉬맨빵’을 제공해 왔다. 이 서비스는 고객들에게 인기가 많았다. TGI도 오래 전부터 메인 메뉴가 나오기 전 시장기를 달래는 식전빵을 달라는 고객 의견이 많았지만, 그렇게 하지 않았다. 아웃백이 식전빵을 내놓지만, ‘우리는 없다’는 게 그 이유다.
이게 무슨 차별화 논리인가. 고객만족으로 차별화를 해야지 남과 무조건 다른 게 차별화가 아니다.
결국엔 2013년부터 식전빵이 부활했지만 2018년부터 식전빵 서비스가 종료되었다. 2022년인 지금도 식전빵이 없는 매장이 상당수 존재한다.
결국, 한때 40∼50개 매장으로 탑브랜드였던 TGI는, 전국 100개 매장으로 석권한 아웃백에 추월당해 2위로 밀렸다가, 다시 빕스가 70∼80개 매장으로 확장하며 3위로 밀려나고 말았다. 탑브랜드가 3위권으로 밀려난 건 우연이 아니다. 추락하는 데는 다 이유가 있다. 사소해 보이지만, 크게 다루어질 법한 냅킨 서비스를 방치한 시스템도 한몫 했다.
차별화는 꼭 필요하지만, 그 기준이 ‘무조건 남과 다르게’가 아니다. 경쟁 브랜드와 다르다고 해서 차별화가 아니라는 말이다.
차별화 기준은 고객만족이다. 😀
그 차별화를 통해 고객이 더 좋아하고 더 만족해 하느냐다.
프랜차이즈 사업은 모두가 매장 운영을 통해 이루어진다. 옛날식 표현으로 장사다. 가게를 운영하는 것이다.
체계적인 장사 시스템, 그게 프랜차이즈 사업이다. 오히려, 억지 차별화를 통해 애쓰느라 고생할 필요 없다. 마케팅팀은 ‘차별화를 위한 차별화’에 힘쓰지 마라. 억지 차별화를 포기하고, 평범해 보이는 기본(Basic)에 충실하는 것이 매출을 높이고, 브랜드 가치를 높이는 마케팅이다.
평범한 기본이란 무엇일까?
✔ 첫째, 외식은 누가 뭐라 해도 맛이다.
맛있어야 고객이 몰려온다. 맛있는 소스 개발과 맛있는 메뉴개발은 필수다. 모든 외식 업종에 해당하는 일이다. 메뉴개발, 외식 연구개발(R&D)에 모든 시간과 비용을 집중해야 한다. 일반 판매업 프랜차이즈도 마찬가지다. 한 매장의 퀄리티가 모든 것에 우선한다.
✔ 둘째, 서비스이다.
이미 개발된 맛이 상수라면, 서비스는 변수이다. 상수가 아무리 좋아도 변수 점수가 낮아지면, 매장에 대한 평가는 낮아진다. 친절한 서비스는 고객 만족도를 높이는 훌륭한 변수다. 평범한 기본(Basic)에 충실해야 성공한 브랜드가 되고, 계속해서 기본(Basic)을 놓치지 말아야 장수 브랜드가 된다. 억지 차별화로 고민할 시간에 평범한 기본(Basic)에 시간과 열정을 쏟는 브랜드가 우수 프랜차이즈가 된다.
차별화를 위한 차별화는 포기해야 한다. 고객이 빠져버린 자기들만의 리그 같은, 마케터끼리 우리 직원끼리 하는 차별화는 이제 멈추어야 한다. 껍데기뿐인 보여주기식 차별화전략을 짤 시간에 알맹이를 더욱 충실하게 보강하는 기본(Basic)을 강화해야 한다.
🧐 차별화 포기의 법칙이란?프랜차이즈에서 차별화의 강박에 밀려 억지 차별화가 생겨나고 있다. 억지 차별화에 매달리지 않고, 고객만족과 평범해 보이는 기본에 충실한 차별화 포기 전략이 오히려 성공으로 가는 지름길이 되는 법칙을 차별화 포기의 법칙이라고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