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랜차이즈 실패 법칙
20편 - 수영장의 법칙
“그 많던 레드망고 매장은 모두 어디로 사라졌는가?
전략 실패가 결정적인 이유다."
혜성같이 등장한 레드망고 🥭
레드망고는 2003년 혜성과 같이 등장해서 국내 최고 아이스크림 브랜드인 배스킨라빈스의 아성을 위협하다가 4~5년 사이 사라져버린 아이스크림 브랜드다. 레드망고는 맛있는 소프트 아이스크림 위에 과일, 견과류 등 고객이 토핑을 선택해서 먹는, 당시로서는 매우 앞선 방식으로 고객 호응도가 높아 선풍적인 인기를 모았다. 여기에 세련된 파스텔톤 매장도 눈길을 끌었다.
유명 브랜드 도입이 성공을 보장할까?
그보다 앞서 1986년 SPC그룹은 배스킨라빈스를 들여왔다. 배스킨라빈스는 미국의 탑브랜드는 아니었지만, SPC그룹은 국내에서 프랜차이즈 사업을 펼치기 위해 미국 세븐일레븐에서 프랜차이즈 경력을 쌓았던 정진구 사장을 CEO로 전격 영입한다. 정진구 사장은 이후 파파이스 아시아 지역 책임자를 거쳐 신세계와 미국 스타벅스 본사의 50:50 합작사인 한국 스타벅스 CEO를 맡아 국내 확산을 성공시킨 인물이다.사실 스타벅스 정도 되는 브랜드는 들여오기만 하면 성공할 거라 많이들 생각하지만, 유명 브랜드 도입이 꼭 성공을 보장하지는 않는다.
일본의 유명 파스타 브랜드인 ‘카프리초사’도 서울랜드가 국내에 도입했지만, 몇 년 못 가 철수했다.
세계적인 멕시칸 패밀리 레스토랑인 ‘칠리스’도 국내에서 자리 잡지 못한 채 지금은 미군 안산기지에서만 운영될 뿐이다.
이처럼 국내에서 세계적인 브랜드가 성공하지 못한 사례는 무수히 많다.
스타벅스와 배스킨라빈스의 입지전략
스타벅스 도입 당시 신세계 가격전략은 지금보다 훨씬 고가로, 5,000~7,000원 이상의 가격이었다.대기업 인력들이라 프랜차이즈 경험이 적어 그런지 모르겠지만, 외식 프랜차이즈에 적용되는 ‘실속의 법칙’을 간과하고, 개도국에서 잘 먹히는 ‘거품의 법칙’(비싸면 좋아 보이고 고급스러운 이미지면 잘 먹힌다는 생각, 그러나 외식에서는 통하지 않는다)만 생각한 것 같다.
정진구 사장은 가격대를 고객 눈높이에 맞게 낮추고 지금의 스타벅스 가격으로 출시, 국내 에스프레소 커피 시장을 여는 데 크게 기여했다. 현재 1,633개(2022년 기준) 스타벅스 매장을 확장하는 데 초석을 쌓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는 배스킨라빈스 초기 프랜차이즈 사업을 맡아, 프랜차이즈 정석대로 정확한 상권, 정확한 목에 차근차근 매장을 개설해나갔다.
정진구 사장이 런칭 시점부터 몇 년간 운영했던 배스킨라빈스의 입지전략(상권과 목)은 매우 훌륭하다. 지금도 상권분석 경험이 적은 직원들에게 배스킨라빈스 상권을 분석하라고 가르친다. 왜냐하면 목이 중요한 아이스크림 브랜드는 유동량이 A급인 목에 위치해야 하는데, 배스킨라빈스는 아직까지도 이를 어긴 입점 실패 사례가 거의 없기 때문이다.
훌륭한 입지전략 덕분에 견고한 프랜차이즈 시스템을 구축한 배스킨라빈스는 국내에서 누구나 인정하는 독보적인 1위 아이스크림 브랜드가 되었다.
이런 배스킨라빈스 아성에 도전했던 아이스크림 브랜드가 바로 레드망고다. 한때 프랜차이즈 업계에서도 이런 추세로 몇 년 가면 레드망고가 배스킨라빈스를 앞서는 게 아니냐는 의견이 나올 정도였다.
레드망고가 사라진 이유
그렇다면, 한때 대단한 경쟁력을 가졌던 레드망고 아이스크림은 왜 몇 년 반짝하고 국내 시장에서 사라졌을까?레드망고는 하이트광장, 육영탕수육, 사이버리아PC방과는 차원이 다른 태생을 지닌다. 가맹지사와 오더맨 중심의 부실한 프랜차이즈 시스템이 아닌, 스마트한 인력의 대명사인 펀드매니저 출신의 젊은 인력들이 의기투합하여 만든 브랜드가 레드망고다.
당시 회사 홈페이지를 보면, 시대를 앞서간 세련미까지 더해 신뢰감을 주기에 충분했다.
고객 스스로가 만드는 DIY 방식이 서서히 물꼬를 트기 시작할 무렵, 레드망고는 젊은 층이 선호하는 딸기와 같은 과일류, 넛츠류 등 여러 종류의 토핑으로 고객을 끌어모았다. 아이스크림도 맛있어서 당시 젊은 층에게 대단한 인기였다. 파스텔톤의 인테리어 색감이나 신선한 분위기도 앞서갔다.
🍧 배스킨라빈스 VS 레드망고 🥭
※ 공정거래위원회, 2020년
스마트하고 감각적인 본사 인력들이 내놓은 전략은 시장을 압도했고, 레드망고 열풍이 불었다.
그런데 왜 몇 년을 못 가고 주저앉았을까?
👉 그 이유는 수영장의 원리를
잘못 적용했기 때문이다.
수영장의 원리 🌊
수영장을 운영하는 분들을 만나본 적이 있는가?그들은 무더운 여름날 고객이 몰려오면, 수영장이 물(水)반 사람반이 되더라도 아랑곳하지 않고 입장객을 계속 받는다. 그러다 보니 고객 불평이 많다. 하지만 수영장 사업자는 오히려 볼멘소리를 한다.
👨💼 “저희는 두 달 장사해서 일 년을 먹고살기에 어쩔 수 없습니다.”
장사가 잘되는 여름 두 달 동안 최고 매출을 끌어올려야 한다는 게 이들의 장사 논리다. 그런데, 이 방식을 레드망고가 잘못 적용했다.
레드망고 역시 아이스크림 사업인지라, 더워지는 5월부터 찬바람 나기 직전인 10월까지 약 6개월, 즉 반년 장사인 셈이다. 비수기에는 매출이 절반 이하로 떨어진다. 그들은 벌 때 벌고, 그 돈으로 비수기인 11월부터 4월경까지 5~6개월을 버티는 전략으로 급선회하기 시작했다.
레드망고의 런칭 초기 오픈 방식을 보면 배스킨라빈스 입지전략과 유사하다. 처음엔 좋은 상권과 목 좋은 곳에 1층 점포를 10평 내외로 오픈하다가, 점차 ‘수영장의 원리’를 적용하여 고객을 최대한 많이 받을 수 있는 50~100평의 넓은 매장으로 옮겨갔다. 1층은 권리금과 임대료가 감당이 안 되므로, 투자 효율을 높이기 위해 2층에 입점하는 전략으로 바꾸었다.
처음에는 이 전략이 먹히는 듯했다. 적어도 무더운 한여름에는 아이스크림 고객으로 매장을 가득 채울 수 있었다. 매장이 넓어서 본사의 인테리어 수익에도 상당히 기여하고, 효율 극대화 전략이 성공했다고 확신했던 순간도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그들은 가장 중요한 한 가지를 놓쳤다.
👉 바로 매장 고객이다.
프랜차이즈 고객은 이중 구조다
1차 고객인 매장 고객(일명 매장 손님),
2차 고객인 가맹 고객(가맹점주)
두 고객 모두 만족시킬 때 프랜차이즈 사업은 장수한다. 수영장 논리로 보면, 2차 고객인 가맹점주는 만족시킨 것 같지만, 1차 고객인 매장 고객을 놓쳤다.
생각해보라. 한여름에 꽉꽉 찼던 매장을 이용하던 남녀 커플이, 어느 날 찬 바람이 쌩쌩 부는 한겨울에 매장을 방문했다고 상상해보자.
✔ 아이스크림을 먹다가, 그 넓은 100평 매장에 고객이 달랑 자기 둘 뿐인 것을 발견했을 때, 기분이 어떠했을까?
✔ 아무도 없으니 한적하고 너무 좋다고 이야기할 고객이 있을까?
✔ 추운 겨울, 썰렁한 매장을 이용하는 자신들의 라이프스타일이 뭔가 촌스러운 선택이라는 의구심이 들지 않았을까?고객이 없는 그야말로 썰렁한, 프랜차이즈 매장 중에서 이미지가 좋게 형성되고 유지된 사례는 없다.
이런 식으로 레드망고의 세련된 이미지는 서서히 무너져 갔다. 특히 겨울이 되면 텅 빈 매장, 썰렁한 고객 이미지가 점차 확산되기 시작했다.
우리가 보기에 맛도 없고, 별로인 매장도, 고객들로 넘쳐나면, 그래도 뭔가 있겠지 하면서 인정하는 것이 외식 브랜드다.
최근 트렌드도 변화하고 있다.대형매장, 대규모 매장 선호도가 사라지고, 고객이 줄 서서 기다리는 매장, 고객으로 꽉 찬 맛집 중심의 소형 매장이 고객에게 더 각광받고 있다. 비록 코로나19로 인해 외식업이 불황이지만, 소형 맛집에는 여전히 줄 서서 기다려서 먹는 손님들이 많다.
프랜차이즈는 인테리어가 매우 중요하다
시간이 지날수록 인테리어의 비중은 커진다.그렇게 중요한 인테리어의 화룡점정이 무엇인가?
👉 바로 사람(고객)이다.
매장을 방문하는 사람(고객)이 인테리어의 핵심 요소다. 좋은 인테리어에 세련된 수준 있는 고객 위주로 매장을 채우면 그 매장은 분위기가 더 좋아지지만, 촌스러운 분위기의 아줌마와 아저씨들만 잔뜩 몰려 있다면, 세련된 분위기는 전혀 기대할 수 없게 된다.특히, 아이스크림 전문점, 커피 전문점, 디저트 전문점 등은 트렌디한 아이템이다. 그렇다면 한겨울 고객이 드문드문 앉아있는 썰렁한 레드망고 매장에 커플 고객이 또 오겠는가? 그들은 분명 다른 카페나 유사한 매장을 찾는다. 데이트 분위기에 플러스가 되는 브랜드로 옮겨간다.
5월이 되어 다시 더워지면,
그들은 레드망고 매장에 다시 찾아갈까?
👉 그런 고객은 극소수다.
이미 자기들 나름대로 대체 브랜드나 대체 매장을 찾아 이용하고 있기에, 다시 레드망고를 찾아 돌아오는 고객 수는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그래서 매장은 망가지기 시작한다. 단골로 꾸준히 매장을 유지해야 장수할 수 있는데, 그것을 놓친 것이다.
그렇다면, 배스킨라빈스는 어떨까?
배스킨라빈스는 처음부터 일부 카페(cafe)형으로 시도하는 매장을 제외하고, 아직도 10평 내외의 매장을 운영하고 있다. 테이블은 보통 4~5개 내외가 많다. 주로 테이크아웃 고객을 위주로 한다. 전체 테이블 4~5개 중 2~3개에 고객이 앉아 있어도, 꽉 차 보인다.여름에는 꽉 차 보이고, 겨울에도 2~3개 테이블에서 적어도 1~2개 테이블은 고객이 앉아 있으니 매장이 썰렁해 보이지 않는다. 오히려 겨울인데도 매장 이용고객이 꾸준해 보이는 착시효과가 생겨난다.
사실 고객은 전체 테이블 중에서 몇 테이블에 고객이 앉아있는가, 하는 감각적인 느낌으로 브랜드의 고객 이용도를 체크한다. 매장이 몇 평인지, 테이블이 몇 개인지 관심 없다. 그냥 보기에 전체 매장 테이블의 몇 %가 앉아 있는지가 브랜드 평가의 첫째 기준이다.
똑같은 4개 테이블에 고객이 앉아 있다고 할 때, 전체 테이블이 4개라면 4개 테이블이 꽉 찬, 100% 점유율인 매장은 장사가 잘되는 만석집 이미지로 기억한다.
반면, 전체 테이블이 30개인 매장에서 5개 테이블에만 고객이 착석했을 경우, 15%밖에 안 찬 썰렁한 매장으로 인식한다. 이것이 외식 고객의 평가방식이다.
31가지 메뉴를 다양하게 제공하는 배스킨라빈스는 겨울에도 대부분 매장이 북적인다. 꽉 차 보이게 만들어서, 겨울에도 고객이 늘 이용하는 좋은 매장으로 분위기를 이어가는 것이다.
또 다른 사례도 있다
바로 설빙이다 🍦
2014년에 부산에서 시작한 빙수로 히트 친 브랜드로 널리 알려져 있다. 인절미 빙수라는 좋은 아이디어와 재치 있는 아이템으로 시작한 브랜드다.그런데 안타까운 건 ‘설빙’이 레드망고의 전철을 밟고 있다는 점이다. 설빙 역시 트렌디한 계절 브랜드인데, 여름 장사하는 아이스크림과 유사한 연간 매출구조로 되어 있다.
그런데 최근 오픈하는 매장을 보면 레드망고와 같이 2층 또는 3층에 80평, 100평대의 대형매장 중심으로 오픈했다. 더군다나 코로나19로 인해 매장 손님이 급격히 줄어들면서 대형매장은 더욱 썰렁해 보인다. 겨울이 다가온 요사이 지나다 보니 매장의 고객이 잘 보이지 않는다. 이번 겨울이 지나면 앞으로 어찌 될지 우려된다. 설빙과 유사한 미투 브랜드인 호미빙, 파시야, 위키드스노우 등은 이미 시장에서 사라지기 시작했다.
설빙은 수영장 원리를 도입해서 낭패를 본 레드망고의 전철을 밟지 말고, 더 탁월한 전략을 찾아내 장수 브랜드가 되길 기대해본다.
🧐 수영장의 법칙이란?두 달 벌어 일 년을 먹고사는 수영장 사업처럼, 여름철 매출 극대화를 위해 넓은 매장, 2층 대형화에 치중하다 보면, 비수기에는 고객이 급격히 줄어든다. 이럴 경우 브랜드 이미지가 급격히 추락하여 사업이 위태롭게 된다. 이를 수영장 법칙이라고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