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식당창업 분투기 | 10편
고강도 노동 끝에 터져버린 디스크
영업시간을 늘려 돈을 벌어보니 매출은 늘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건강은 악화했다. 신경은 점점 더 날카로워 졌다.
임신 소식과 함께 무거워진 어깨
임신 소식은 아빠로서 가장으로서 책임감에 어깨를 더 무겁게 했다. 임신소식이 있던 바로 그날 나는 아내를 내 가게에서 해고하고, 집안 살림만 맡겼다. 내일 당장 홀 서빙 할 사람이 어머니뿐이었지만, 어쩔 수 없었다. 그 뒤로 나는 시장도 더 열심히 다니고, 마치 미친 사람처럼 일을 했다. 그래서 그랬는지 다행히 매출은 조금씩 늘어 동네에서 꽤 유명한 식당이 되어갔다. 좌석 14개는 항상 만석. 하루 5회전은 기본이었다.
조금씩 자신감은 생겼지만, 하루 16시간이 넘는 노동은 나를 예민하게 만들었고, 그전에는 손님이 없어서 걱정하더니 이제는 손님이 많아서 짜증이 났다.
💬 ‘동네가 바뀌니까 내 실력을 좀 알아보는 사람이 많네. 역시 동네가 좋은 곳으로 왔었어야 했어.’
손님이 많아지는 것은 당연한 거라 생각했고, 오만함은 점점 커졌다.
고강도 노동의 끝
노량진 수산 시장으로 장을 보러 다녔다. 잠이 많은 나로서는 11시가 넘어 퇴근해서 새벽 4시에 일어나 시장에 간다는 것이 불가능하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살아야 한다는 절박함으로 새벽에 눈을 뜰 수 있었다. 노량진 시장이 넓어 어디서 뭘 싸고 좋은 걸 살수 있는지 방법을 몰라 처음에 많은 시행착오를 겪어야 했다. 새벽시장을 다녀오면 시계는 어느덧 6시를 넘겼다. 이것저것 많은 식재료를 혼자 정리하고 손질하면 8시쯤 되었다. 하루 14시간이 넘는 근무에 새벽시장까지 다니는 것은 정말 고강도 노동의 끝이었다.1시간가량 짬잠을 자고 일어나면 오픈 준비 시간. 매장 청소를 하고 나면 어머니와 아버지 그리고 아르바이트가 출근했다. 그렇게 6개월을 휴무 없이, 휴게시간 없이 일했다. 가장 짜증 나는 일은 밥을 먹고 있을 때 손님이 들어올 때였다. 손님이 오면 고마워 해야하는데 오히려 화가 났다.
예전에 직원으로 생활했을 때 ‘내가 식당 하게 되면 밥 먹는 시간만큼은 꼭 문을 닫아야지’라고 생각했는데…. 막상 시작하니 그놈의 돈 때문에 그렇게 할 수가 없었다. 밤 10시가 다 되어 집에 가려고 할 때 손님이 문을 열며 😯 “끝났어요?” 하고 들어올 때가 많았다. 힘들어 쓰러질 것 같지만 매출이 없는 날은 그마저도 손님을 받아야 했다. 오늘 매출이 없으니 어쩔 수 없이.
😄 “아니요~아니요! 어서 들어오십시오. 제가 좀 더 있으면 됩니다~” 반가우면서 실망하는 내 얼굴.
💬 ‘내일도 새벽시장 가야 하는데….’
손님은 만취되어 1시를 넘겨 문을 나서면 나는 집에 들어가 소주에 라면을 하나 끓여 먹고 잠을 청했다.
허리디스크가 터졌다
그렇게 무리하게 영업시간을 늘려 장사를 해오던 어느 날, 아침에 일어나려는데 일어나 지지가 않았다. 다리에 힘이 들어가지 않아서 일어날 수가 없었다. 병원도 갈 수가 없었다.👀 ‘요 며칠 허리가 아파서 숨도 쉬기 힘들었는데…’
드디어 올 게 온 것이다.
😟 ‘생활비를 벌어야 하는데 몸을 움직일 수 없으니 당장 가게 문을 닫으면 어쩌지?’
겁 없던 내가 덜컥 겁이 났다.
😦 ‘한 번도 이런 일이 생길 거라고 생각해본 적이 없었는데… 괜찮아, 내가 다 해낼 거야!! 할 만큼 강했었는데….’
그런데 이렇게 누워서 꼼짝도 못하고 아내가 챙겨주는 밥을 누워서 먹어야 하고, 화장실도 가기 어려운 내 모습이 너무 참담했다.
그렇게 누워 열흘을 보낸 후 일어나 병원에 치료를 다니다가 간신히 걷기 시작할 수 있을 때부터 바로 다시 일을 시작했다. 이때 치료가 제대로 되지 않은 상태로 계속 일을 하는 바람에 몇 년 뒤에 제대로 디스크가 터져 수술했다. 그렇게 가게 문을 열흘 이상 닫고 나서 생각이 많아졌다. 무작정 일만 해서 버는 돈이 모두 내 돈이 아니라는 것을 깨달았다.
나에게 중요한 것 💌
영업 중간에 편하게 밥을 먹고 좀 쉴 수 있는 크로스 타임을 갖고, 일주일에 하루는 문을 닫고 쉬기로 했다. 매장에서 아버지가 편하게 앉아서 식사하시는 모습을 보며 ‘내가 그동안 무슨 짓을 했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쉬는 날과 쉬는 시간을 정하는 것이 쉽지 않은 결정이었지만, 이번 사고는 돈을 버는 것보다 나에게 더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 깨닫게 되는 계기였다. 조금 쉬기 시작하니 나에게 ‘여유’라는 것이 생겼고 그 여유는 나의 눈과 생각을 바꿔주기 시작했다.
드디어 문을 닫고 쉬는 날, 온 가족이 다른 식당을 예약해서 밥을 먹을 수 있는 날이 왔다. 그리고 곧 큰애가 나를 보기 위해 세상에 나왔다.
때로는 살면서 목이 차오를 정도로 힘들 때가 있다. 그것이 꼭 삶에 필요한 것이든 아니든 넘고 나면 웬만한 것들은 힘든 축에도 들지 않게 된다.
외식경영 전문가
민쿡의 식당창업 분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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