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식당창업 분투기 | 9편
실패의 악순환에서 빠져나오기 시작했다

생활비조차도 벌지 못하는 식당에서 직원들의 복지금을 주는 식당으로 성장했다. 
이렇게 되기까지 수많은 경험은 나에게 큰 밑거름이 되었다.


처음에는 상황이 좋지 않았다



미친 자신감으로 인해 홍보 한번 안 했으니 손님이 올 리 없었다. 물론 가진 게 없어 한 푼이라도 아껴 보려고 그랬지만, 어찌 됐든 써야 할 돈을 안 쓰는 것은 바보 같은 짓이었다. 더 큰 문제는 그 좁은 공간에서 12시간 동안 가족이 모두 함께 지내는 일이었다. 시부모와 며느리가 함께 하루 종일 지낸다는 것은 서로에게 여간 큰 스트레스가 아니었다. 
시간이 지나면 익숙해질 줄 알았지만, 상황은 좋아지지 않았다. 8평 식당은 너무 좁아 한가한 시간에도 어디에 앉을 만한 공간도 없었다. 그래도 나는 하루종일 일하는 게 이력이 생겼지만 나이 드신 부모님은 힘들어하셨다. 가끔 곤두박질치는 매출은 우리를 굶어 죽일거 같았다. 결국 카드의 현금 서비스로 어머니집과 우리집 두 가족의 생활비를 한동안 충당해야 했다.


빠듯한 생활비, 배달의 시작

당시 화정상권이 나쁘지 않은 터라 작은 나이트클럽이 4개나 있었고, 일산 쪽에 그렇다 할 상권이 형성되지 않았던 때라 매출은 조금씩 올라갔다. 그래도 여전히 가족들은 모두 힘들어했다. 더 매출을 올리기 위해 배달을 해보기로 했다. 2003년 당시에는 배달 서비스 같은 것이 없었고, 주문이 들어오면 내가 직접 배달을 하던지 아니면 아버지가 배달을 해야 하는 상황이었다. 
특히 식사 시간대에 들어오는 배달은 생각보다 쉬운 일이 아니었다. 배달 주문을 많이 받으려면 전단지 광고나 아파트 책자에 광고해야 했고, 비용도 꽤 들었다. 운전경력이 30년 넘은 아버지께서 배달을 주로 하셨는데, 오토바이로 배달을 간 아버지가 빨리 돌아오지 않으실 때면, 일하는 내내 내 시선은 매장 출입구로 향했다.



배달은 처음 해보는 일이라 주문 사고도 많았다.
젓가락을 빼먹어서,
초장을 빼먹어서,
돈가스 소스가 빠져서,
달빛마을 101동 갔더니 샘터마을 101동이라고…. 
두 지역의 거리는 오토바이로도 20분이 넘게 걸리는데… 그래도 배달을 다시 가야 했다. 배달은 좀 더 정확한 시스템이 필요했다. 5,000원짜리 한 개 배달을 위해 3킬로를 넘게 배달 가는 것이 다반사였다. 
그렇게 힘들게 배달하시는 아버지에게 잘해드리지는 못할망정 배달이 잘못되기라도 하면 나는 항상 아버지에게 잔소리를 해댔다. 지금 생각해보면 그때 부모님에게 그렇게 했던 것이 가장 마음이 아프고, 장사를 하고 가장 후회했던 순간이다. 나도 두 집안을 책임지는 가장으로서 예민했었기 때문이라지만, 그렇게까지 하면서 돈을 더 버는 것이 과연 누구를 위한 것이었는지. 돈을 위한 것인지 가족을 위한 것인지.


실패의 악순환에서 
빠져 나와야 한다

나는 더 부지런해지기로 했다. 새벽같이 일어나 부지런히 아파트로, 상가로 전단지를 돌렸다. 아버지가 배달을 못 가시는 날이면 내가 배달하고 아파트를 내려오면서 일명 찍찍이(전단지를 집집마다 붙이는 일)를 했다. 아파트 경비 아저씨하고 싸움도 많이 하고 아줌마들에게 혼도 많이 났다.
어느 날 공원에서 주운 디지털카메라를 주웠다. 주인을 찾아주지 못해 그 사진기로 우리 식당 손님 사진을 찍어주고 싶었다. 사진을 찍어 홈페이지에 그 사진을 올리고 댓글을 달아주면 서비스를 드리는 행사도 진행했다. 이것이 나의 첫 번째 온라인 마케팅이었고, 손님의 반응은 굉장히 좋았다. 



하지만 일이 끝나고 밤마다 사진을 올리는 일은 나에게 너무 힘든 일이었다. 어쨌든 그렇게 저렇게 열심히 하니 매출은 급속도로 올라 양쪽 집 생활비 정도는 나오게 되었다. 하지만 가족의 불화는 매출이 커진 만큼 커졌다. 그러던 어느 날, 아내에게 큰애가 생겼다.
세상에는 시행착오나 실패를 반드시 겪어야 성장하는 일들이 있다. 안 해보는 것보다 해보는 것이 훨씬 낫다. 작은 고통은 훗날 큰 거름으로 작용하고, 내가 결정하는 데 도움을 주는 결정적인 데이터가 된다. 하지만, 이보다 더 중요한 일은 실패나 시행착오에서 재빨리 빠져나오는 것이다. 항상 상황이 그렇다는 이유로 거기에 머무르면 안된다. 그 순간 우리는 악순환의 고리에 갇히기 때문이다. 

외식경영 전문가
민쿡의 식당창업 분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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