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식당창업 분투기 | 7편
남은 300만 원으로 떠난 폐업여행
실패의 원인은 무엇일까? 🙄💥
실패했을 때 모두 잃지 않고
그 속에서 실패의 교훈을 얻어간다면
그것이 과연 실패일까?
식당을 접은 이유
폐업을 결심한 날, 우리나라는 결국 독일과의 4강에서 패했다. 월드컵 응원도 거기서 끝이 났다.그것도 하필 내가 폐업을 결심했을 때…. 그래도 사람들은 축제의 여운이 남았는지 그 뒤로도 몇 개월 동안 월드컵 이야기는 끝이 없었다. 아니 기억을 더듬어보면 다음번 월드컵까지도 그랬던 것 같다. 월드컵이 막을 내려도 모두 축제 분위기였지만 나는 감흥이 없었다. ‘이번 월드컵은 왜 이렇게 잘한 건지… 젠장.’폐업을 결심한 뒤로 며칠 동안 집에서 잠만 잤다. 무기력하고 졸음만 왔다. 가만히 누워 내가 식당을 접은 이유를 생각해봤다.
💬 ‘내가 망한 이유는 일단 자리가 너무 나빴어. 동네는 왜 그렇게 후져가지고 내 요리를 이해할 수준들이 아니네... 내가 왜 저런 직원들을 뽑았을까?...’
실패 원인에 '나'는 없었다. 왜냐면 나같은 사람 몇 명만 있었다면 이 폐업한 식당은 대박이었을 테니까. 며칠 후, 폐업한 식당을 정리하려고 나갔다가 친구 아버지와 마주쳤다. 친구 아버지가 물었다.
👨 “자네 왜 가게 문을 며칠간 닫아놨나?”💬 “아무래도 더 장사하기 어려울 것 같아요. 죄송합니다.”
친구 아버지는 기다리셨다는 듯이
👨 “그래??? 그래~ 좋은 경험 했다고 생각해~ 그동안 열심히 잘했어. 가게는 언제 비워줄래?”장사를 접는다는 말을 엄청 반기시는 듯했다. 그 당시는 몰랐지만 지금 생각해보면 그분도 나 때문에 많이 마음을 끓이셨다. 그런 친구 아버지의 반응에 내심 서운하면서도 죄송했다. 아들 친구이니 나가라고는 말씀도 못하셨을 거다.
장점처럼 보였던 것들
짐을 챙기다 보니 가져갈 것도 없었다.옷 몇 가지
조리도구 몇 개
내가 아끼는 싸구려 생선회 칼 뿐...짐 정리를 끝내고 동네를 돌아다니며 장사 고만 한다고 주변 식당과 상점 사장들에게 인사를 했다.
사장들은 나의 폐업을 예상이라도 했다는 듯 수고했다는 인사를 건넸다. 그날 저녁 친했던 동네 사장님들과 한잔하면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했다.
나만큼 장사 안돼서 문 닫고 싶어 하는 미용실 남자 원장이 앞으로 어떻게 할 거냐고 나에게 물었다. 그런데 급작스러운 질문에 나는 뭐라고 할 말이 없었다.
💬 ‘난 그래도 가장인데….’ 대책이 없었다.
내 자신이 한심했다. 그날은 술을 먹어도 먹어도 취하지 않았다. 우울한 건지, 착잡한 건지, 들뜬 건지…. 처음 이 식당을 봤을 때 깨끗한 시설과 멋진 파사드, 그리고 모텔 1층이라는 장점, 시설비가 적게 들어가고, 얼마 사용하지 않은 집기들 이 모든 것들이 다 장사를 시작하기에 장점처럼 보였다.
하지만 모텔 1층으로 손님들은 들어오길 꺼렸고, 애매한 컨셉의 인테리어, 시설비는 적게 들지만 수익이 난다해도 수익을 나눠야 하는 부담감, 판매 금액과 맞지 않는 상권 등이 사실 모두 단점이었다.
헌데 시작하기 전에는 그게 왜 거의 다 장점처럼 보이거나 단점도 아주 작아 보였을까?
내가 식당에 꽂혔기 때문이었다. 나는 간절히 식당을 하고 싶었고, 누군가 도움이 없다면 시작하지도 못한 것이었다. 물론 십 수년이 지난 후에 그 경험은 나에게 엄청난 피와 살이 된 건 사실이지만, 그 당시의 사건만 봤을 경우엔 그건 어쨌든 실패였다.
다음날 은행을 돌아다니며 이것저것 정리하고 보니 수중에 남은 돈이 통장에 300만 원과 그동안 열심히 모아 반 정도 차 있는 큰 돼지 저금통, 그리고 매일 시장 보러 다닐 때 타고 다니는 파란색 중고 프라이드가 전부였다.
폐업 여행을 갔다
폐업 당일 저녁, 밥을 먹다가 아내한테 물었다.
😏 “그동안 우리 고생했는데 여행이나 갈까?”아직은 어리고 철이 없던 아내는 엄청 좋아했다. 망했는데도 나에게 돈이 좀 있다고 생각했던 건지, 나를 그냥 믿어서 그런건지 …. 그 당시 나에게 남은 돈의 액수는 의미가 없었다. 300만 원이 남아있던 100만 원이 남아있던 할 수 있는 것이 많지 않았기 때문에, 고생한 아내와 여행이라도 가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다음 날 아침 우리는 파란색 프라이드를 끌고 제주도로 떠났다. 여행하는 내내 즐겁게 지내려고 노력했지만, 나는 즐거울 수가 없었다. 식당에서 싸우는 게 습관이 된 건지 제주도 가는 중에도 아내와 싸우고 가서도 아내와 싸웠다. 그래도 또 놀 때는 엄청 신나게 놀았다.
돼지 저금통에 들어있는 잔돈을 열심히 썼다. 신혼여행, 이별여행, 해외여행 등 많은 여행이 있지만 1주일간의 잊지 못할, 인생에 딱 한 번뿐이었으면 했던 폐업 여행. 돌아오는 배에서 바닷바람을 맞으며 갑자기 이런 생각이 떠올랐다.
💬 ‘모텔 입구에 있는 식당으로 사람들이 밥 먹으러 오고 싶을까?’
기대에 부풀어 식당을 시작할 때면, 내 눈엔 그 식당의 단점은 작게 보이고 장점도 아닌 것을 장점이라고 생각하게 된다. 하지만 식당이 어려워지거나 식당을 접을 때쯤엔 비로소 내 식당을 좀 더 객관적인 눈으로 보게 된다.
외식경영 전문가
민쿡의 식당창업 분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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