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식당창업 분투기 | 6편
내겐 최악의 월드컵이었던 이유
외식업은 외부의 영향에 민감하다.
가장 빠르고 크게 받는 사업이다.
그럴 때는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가? 🤔
어느 때보다 뜨거운 열기
최고의 월드컵
2002년 월드컵 예선을 통과하고 뜨거운 열기 속에 본선이 시작되었다. 내가 장사를 시작하고 거의 1년쯤 되었을 때였다. 대한민국은 거의 연승으로 본선까지 올라왔고, 사람들은 월드컵 응원으로 축구에 미친 것처럼 모두 열광의 도가니였다. 내 식당이 월드컵 상암 경기장에서 가까운 거리여서 월드컵의 열기는 어느 곳보다 더 뜨거웠다.
월드컵이 시작되기 전부터 동네는 축제 분위기였다. 대한민국이 4강에 오르자 저녁만 되면 대형 TV가 있는 술집으로 사람들이 모였다. 대형 TV가 없는 식당들은 뒤늦게라도 TV를 구매해 손님을 끌어 드리려고 노력했다. 나도 그렇게 대형 TV를 사서 달아볼까도 했지만, 돈도 없었고 이런 일식집에 그렇게 술 마시며 응원하러 올 사람들도 없어 보였다.
그때부터 전국의 호프집은 영업시간에 축구 채널을 켜놓았고, 대형 TV가 술집의 필수품이 되었다.
내겐 최악의 월드컵
월드컵 기간 내내 손님은 더 줄고 줄어 하루 방문 손님이 5팀을 넘지 못했다. 손쓸 방법이 없었다. 사람들은 언제나 흥분 상태였고 축구 이야기만 했다. 때로는 손님이 들어왔다가도 TV가 너무 작다고 다시 나갔다. 그런 분위기가 한 달 넘게 지속되자 손님이 없는 날은 냉장고의 식재들이 모두 썩어갔고, 식재를 적게 준비했다. 그러다보니 손님이 조금만 들어도 바로 준비하면서 메뉴를 조리하느라 메뉴를 제공하는 속도가 너무 늦었다.그러자 거래처에서는 식자재 결제가 밀려 식재를 더이상 대주지 않겠다고 했다. 계속해서 매출이 감소하니 생활비도 부족했다. 거의 매일 카드에서 현금 서비스를 받아 쓰는 지경이 되었다. 남들은 모두 들뜨고 즐기는 월드컵 경기가 나에게는 식당폐업의 전야제 행사처럼 보였다. 그때 크게 활약한 박지성이 미웠다. 감독인 히딩크는 더 미웠다.
직원들도 모두 들떠서 매일같이 월드컵 이야기를 했다. 그런 직원들이 보기에 나는 스크루지처럼 뾰로통해 이 축제를 즐기지 못하는 사람처럼 보였을 것이다. 남들 다 월드컵 구경 간다 하고, TV 보며 한국 축구를 응원하고 난리 칠 때 나는 좁은 오피스텔 집에서 TV 드라마를 보며 우울하지 않은 것처럼 보이려고 노력했다. 한국과 다른 나라와의 월드컵 경기가 있는 날이면 아예 문을 닫을 수밖에 없었다. 왜냐면 진짜 손님이 한 팀도 안 왔기 때문이다.
폐업을 결심한 순간
아마도 우리나라가 4강에 진출해 독일과의 경기였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그날은 나도 문을 닫고 가게에서 맥주를 마시며 집사람과 직원 한 명, 그렇게 셋이서 월드컵 4강전을 보며 마지못해 응원했다. 보는 내내 우리는 그래도 대한민국이 이길 거라며 박수 치고 신나게 열심히 응원했다.하지만 나는 눈만 TV를 향해 있었을 뿐 머릿속에는 온통 딴 생각뿐이었다. 결국 마지막 맥주잔을 비우고 오징어를 씹으며 알게 되었다.
😟 ‘나… 망했구나.’
그때 나는 폐업을 결심했다. 2002년 사상 최고의 월드컵은 나에게는 최악의 월드컵이었다.
외식업은 특히나 외부적인 요인에 큰 영향을 받는 사업이다. 비교적 작은 사건이라도 음식과 관련된 사안이라면 소비자는 민감하다.
외부 요인이 내 사업에 영향을 미치는 것은 내가 어찌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이렇듯 외부 요인에 휘둘리지 않으려면, 강한 상품력과 고정 고객, 영업 시스템을 반드시 갖추어야 한다.
외식경영 전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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