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식왕소장

조미료는 정말 부끄러운 재료인가?

2022.05.27



🧂 칼럼 07 🧂
조미료는 정말 부끄러운 재료인가?

 



식당에서 흔히 쓰면서도 한편으로는 부끄럽게 여기는 조미료,

과연 조미료는 부끄러운 재료인지 업소용 조미료에 대해 전지적 식당 시점에서 탐구해 보도록 하죠. 

💡 이 글의 내용 중 상당 부분은 식품공학자 최낙언선생의 도서들에서 발췌했습니다.




대량의 음식을 저렴한 가격으로 맛을 내기 위한, 최고의 선택은 가공 조미료입니다.

조미료를 대표하는 L-글루탐산나트륨(MSG)은 사탕수수나 곡물의 자연소재를 설탕과 동일한 수준의 공정으로 만든 안전한 식품이지만, 유독 국내에서만 죄인 취급을 받고 있지요.

더구나, MSG는 천연소금(천일염 등)보다 40배 안전한 수준으로, 섭취할 수 있는 소재입니다.

따라서, 우리는 좀 더 떳떳하게 조미료를 사용해야 합니다. 소금을 쓰면서 죄책감을 갖지 않으니까요.

단, 요리를 업으로 하는 식당에 맞게 조미료의 종류와 투입량을 잘 알고 사용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1 감칠맛의 종류 이해하기


흔히 5미(맛)라고 알려진 단맛/짠맛/신맛/쓴맛/감칠맛 중 감칠맛 성분은 가장 나중에 발견되었습니다.

일본의 식품회사인 아지노모도의 이케다 박사가 1908년 발견하여 영어 명칭도 'UMAMI'로 불립니다. 참고로 매운맛은 '미각'이 아니라 '통각'으로 분류됩니다.

이 감칠맛은 단백질이 분해되어 나오는 아미노산 중 '글루탐산'에서 가장 많이 느껴집니다. 또한, 동식물 단백질에서 10~40% 정도가 존재합니다.

아미노산과 더불어 핵산에서도 감칠맛 성분이 나오는데, 대표적인 것이 이노신산(IMP)과 구아닐산(GMP)입니다.

감칠맛을 이해하려면 아미노산(글루탐산)과 핵산(이노신산/구아닐산)의 차이를 이해하고 구분할 줄 알아야 합니다.

감칠맛은 어떻게 구분되고 가공 조미료로는 어떻게 글루탐산과 핵산이 구분되거나 섞여 있는지 이해하면 실무에 적용하기 쉽습니다.


감칠맛의 종류와 천연소재에 함유된 감칠맛,
가공 조미료로 시판되는 상품




2 뭉치면 더 폭발하는 감칠맛


맛은 서로 상호작용하는데요, 적절한 감칠맛은 소금 사용량을 줄이는 수단이 되기도 합니다.

음식에 MSG를 소량만 첨가해도, 소금의 양을 20~40% 줄이고도 같은 수준의 맛을 낼 수 있는 거죠. 예를 들어, 간장은 글루탐산과 소금이 모두 들어있는 솔루션이기도 합니다. 또한 궁합이 맞는 감칠맛 소재가 함께 만나면 감칠맛이 크게 상승합니다. 아미노산인 글루탐산과 핵산인 이노신산이나 구아닐산이 만나면 일어나는 현상입니다.

예를 들어 샤부샤부 요리를 먹을 때, 다시마와 멸치 등을 우린 육수에 쇠고기/채소/해물/표고버섯 등을 넣고 끓여 먹다 보면 나중에 떠먹는 국물 한입에 아주 풍부한 감칠맛이 느껴지는데, 이것이 바로 글루탐산과 핵산IG가 만나 감칠맛이 폭발하는 경우입니다.

감칠맛 조합의 상승효과는 글루탐산과 이노신산(IMP)이 5:5로 만나면 원래보다 7배까지 높아지며, 이노신산을 10%만 넣어도 5배까지 높아집니다. 이런 조합 효과는 글루탐산과 구아닐산(GMP)이 더 강력한데, 5:5로 만나면 무려 30배나 감칠맛이 높아집니다. 구아닐산은 말린 표고버섯에 많이 들어있으며, 국물요리에 많이 사용되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감칠맛의 종류별로 많이 사용되는 재료




3 나라별로 감칠맛의 재료를 조합하는 방식


감칠맛의 시너지 효과가 과학적으로 밝혀진 것은 1960년대입니다. 그렇지만, 훨씬 오래전부터 요리사들은 경험적으로 이를 알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일본 다시마(글루탐산)와 가쓰오부시(이노신산)를 결합해서 사용해 왔고, 우리나라 다시마(글루탐산)와 멸치(이노신산), 표고버섯(구아닐산)을 같이 사용해 왔습니다.

중국은 채소(글루탐산)와 닭고기뼈(이노신산)를, 서양은 채소(글루탐산)와 소고기(이노신산)를 사용해 왔습니다.

한국에서 멸치를 이노신산 원천으로 사용한 것은 일제강점기부터 소고기 수탈로 인해 일본의 멸치 건조기술을 전수받은 이후부터였다고 보는 설이 있습니다.


국가별로 감칠맛을 조합하는 형태




4 가공 조미료 제대로 사용하기


한국 식당의 조미료 사용 실태 중 가장 바람직하지 못한 것은 바로 '묻지마 다시다 투입'입니다.

조미료 역할은 식재료 고유의 맛을 더 지속시키고 증폭시키는 보조 역할이어야 하는데, 업계에서는 조미료에 너무 많이 의존하고 있습니다.

계란찜에도, 참나물무침에도, 심지어 해물 요리에도 널리 쇠고기다시를 사용합니다. 사실 조미료만 바르게 써도 같은 컨디션의 식재료라면 훨씬 자연스럽고 완성도 높은 맛이 납니다.

이제 조미료의 종류별로 주 사용법을 알아보겠습니다.



글루탐산 조미료

흔히 미원으로 부르는 조미료입니다. 된장이 사용된 음식에 꼭 넣어야 합니다.
된장의 뾰족한 맛과 향을 백색 조미료가 매우 잘 잡아주며 맛을 동그랗게 다듬어 줍니다.
가장 유명한 식자재 된장인 미화합동찌개된장에 L-글루탐산나트륨이 사용된 이유이기도 합니다.
채소 위주의 국물요리에도 백색 조미료가 잘 어울립니다.
이노신산이 함유된 재료(쇠고기, 생선, 멸치 등)에 넣으면 감칠맛 효과가 대폭 상승합니다.

글루탐산+핵산 조미료

글루탐산 조미료에 비해 훨씬 적은 양을 넣어도 되므로, 조미료 특유의 느낌을 최소화할 수 있습니다(위의 1번 감칠맛 조미료 종류 도표 참고).
간이 세지 않은 요리, 자극적이지 않은 요리에 넣으면 좋습니다.
조미료에 핵산이 많이 함유될수록 가격은 높으나, 상대적으로 투입량이 대폭 줄어들기 때문에 업소에서 충분히 사용 가능한 원가 수준입니다.

글루탐산+호박산 조미료

조개 맛이 나는 호박산이나트륨이 들어있는 제품으로는 중화용미원, 중찬미, 맛짱 등이 있습니다.
글루탐산+핵산 조미료와 함께 중식에서 널리 사용되고 있습니다.
특히 해물 식재료가 들어간 요리에 잘 어울립니다.

쇠고기다시 조미료

연간 3천억 원이 팔리는 쇠고기다시의 시장은 백설 다시다가 시장의 85% 이상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많이 팔린다고 그만큼 효과가 좋은 것은 아닙니다.
쇠고기다시를 고를 땐 쇠고기 함량이 몇 %인지 전면의 표시사항을 확인하여, 높은 함량을 고르면 좋습니다. 다만, 브랜드마다 복합적인 풍미가 다르기 때문에 반드시 사용해 보고 선택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백설 다시다보다 쇠고기 풍미가 좋고 가성비가 괜찮은 상품으로는 화미골드다시와 새한BIF의 본다시, 대상진국다시 정도를 추천합니다.
쇠고기다시는 쇠고기 요리에 잘 어울리지만, 돼지고기 요리에 사용해도 큰 무리가 없습니다.
다만 채소 요리나 닭고기 요리, 수산물 요리 등에는 사용하지 않는 것이 좋습니다.

닭고기 조미료

치킨스톡, 치킨파우더 등으로 나온 제품입니다.
중식뿐만 아니라 양식과 한식에도 잘 어울립니다.
닭고기 함량이 높고 품질이 좋은 브랜드로는 메기치킨스톡/파우더, 크노르치킨스톡/파우더, 이금기치킨파우더 등이 있습니다.
양식에는 메기나 크노르, 중식에는 이금기의 맛이 잘 어울립니다.
한식에는 메기 브랜드가 이금기보다 잘 어울립니다.

국내 제조품인 백설(다시다)치킨스톡은 치킨의 풍미가 좋지 않고, 인공적인 느낌이 많이 들어 추천하지 않습니다.
대상(미원) 치킨스톡은 백설보다 완성도가 좋고 치킨 풍미도 괜찮은 편입니다.
코리아제니스 치킨파우더(속칭 닭가루)는 인공 닭고기향을 많이 넣고, 조미료 함량이 높아 사용 시 주의가 필요합니다.

한식의 닭도리탕, 닭백숙, 삼계탕, 닭개장 등에도 쇠고기다시보다는 닭고기 조미료를 사용하면 훨씬 좋은 맛을 표현할 수 있습니다.
액상타입은 주로 국물이 없거나 적은 요리에, 분말타입은 국물요리에 사용하면 편리합니다.

가쓰오부시 조미료

혼다시로 대표되는 가쓰오부시 조미료는 일식에서 각종 쯔유와 함께 널리 사용됩니다.
혼다시는 일본의 아지노모토 제품이고, 국내 제조품으로 명진 다시노모도, 미담채 혼가쓰야 등이 있습니다.
국내 제조품은 혼다시에 비해 가쓰오부시의 맛이 날카롭게 튀는 경향이 있습니다.
한식의 동태탕, 해물탕, 아귀찜, 해물우동 등에도 글루탐산 조미료와 함께 사용하면 좋습니다.




과유불급 조미료, 정확히 사용하면 최고!

업소용 식재료는 항상 최상급을 사용하기 어렵습니다. 그럴수록 용도에 맞는 조미료의 사용은 정말 중요합니다.

음식에 딱 맞는 조미료를 적당히 사용할 때 고객의 입이 질리지 않고, 오랫동안 찾게 되는 멋진 음식이 되지 않을까요? 😃


[참고도서]
최낙언, 『아무도 알려주지 않는 진짜 식품첨가물 이야기 MSG편 ,예문당(2020.10)
최낙언, 맛의원리 ,예문당(202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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