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칼럼 06 🐖
내 식당과 잘 맞는 돼지고기 품종은?
돼지고기 소비 트렌드 변화로 양돈 산업이 개편되면서 요즘 더 주목받는 돼지 품종이 있습니다.이 중 내 식당은 어떤 돼지고기를 선택하면 좋은 지 향후 방향성에 대해 전지적 식당 관점에서 살펴보겠습니다.
1 달라진 소비 패턴, 변화하는 양돈업
지금처럼 돼지고기를 자주 소비하는 식습관이 생겨난 것은 40여 년에 불과합니다. 한국의 경제성장 속도에 걸맞은 빠른 속도로 성장한 양돈업은 이제 ‘건강’을 중시하는 시대 흐름에 맞춰 양적 중심이 아닌, 다양성과 지속가능성을 목표로 공급 환경에 변화를 주고 있습니다.
농장이 직접 고객을 만나고, 농장과 지역 브랜드가 다양하게 소비되며, 품종과 사육방식이 주목받는 *뉴노멀 한돈산업 시대가 전개되고 있습니다.
🧐 뉴노멀 한돈산업이란?중단 없는 고성장 소비인 올드노멀 한돈산업이 아닌, 저성장, 지속가능한 한돈 소비 시대를 말합니다. |
▲자료출처: 김태경 박사
업계에서는 양돈업을 1기에서 5기로 구분하는데, 현재 4기에서 5기로 넘어가는 시기로 보고 있습니다.
[1기] 부업규모 | 전쟁 이후 전업으로서 양돈업이 아직 형성되지 않은 시기 [2기] 전업규모 | 삼겹살 구이가 성행하면서 전업 규모 양돈업이 형성된 시기 [3기] 기업양돈 | 저가의 수입 돼지고기가 본격적으로 유입된 시기 [4기] 집중화 한돈산업 | 삼원교잡종(YLD) 기반의 한돈 집중화와 이베리코의 등장으로 한돈 프리미엄 지위가 위협받은 시기 [5기] 뉴노멀 한돈산업 | 코로나19로 가속화된 뉴노멀 가치가 빠른 확산으로, 품종과 지속가능성이 부각되는 로컬브랜드 시기 |
뉴노멀 한돈산업 시대로 접어드는 지금, 품종은 여전히 삼원교잡종(YLD)가 물량의 주축을 이루겠지만, 차별화된 돼지고기 식당을 꿈꾼다면 특정 부위가 아닌 품종과 지속가능성의 관점으로 메뉴기획을 해야 합니다.
스페인 이베리코에서 시작된 돼지고기 품종에 대한 관심은 지난 수십 년간 변하지 않았던 돼지고기 소비 방식에 큰 변화를 가져왔습니다.
고기를 품종별로 소비한다는 것은 단순히 선택의 문제가 아닌 생태 환경의 변화와도 맞물려 있고, 근본적인 변화를 초래합니다.
이는 획일적 육류 소비의 폐해인 질병의 취약성과 생태계 불안정화를 해소하고, 생산 농가의 고소득화, 로컬 브랜드의 확장, 건강한 생태환경 조성 등 생태계 전반에 영향을 미치고 있습니다.
▲크라운 돼지의 난축맛돈 목살
지난 수십 년간 전 세계의 돼지고기는 다산성, 포유능력, 육질의 장점을 결합한 삼원교잡종(YLD-요크셔/랜드레이스/두록)이 대부분이었지만 선진국을 중심으로 지역별, 품종별 소비문화의 명맥도 계속 이어져 왔으며, 최근 국내에도 기존의 가격 소비가 아닌 가치소비 관점에서 돼지고기의 품종별 소비문화가 확산하고 있습니다.
YBD
한국의 대표적인 종돈기업인 다비육종에서 요크셔/버크셔/두록을 3원교잡한 품종으로, 흑돼지 계열에 비해 상대적으로 저렴한 가격과 YLD 대비 우수한 품질이 특징입니다. 일명, 얼룩돼지로 알려져 있습니다.
버크셔K
버크셔K의 아버지라 불리는 박화춘 박사가 미국에서 우수한 버크쇼 품종을 들여와 한국 시장에 맞게 맛과 생산성을 개량한 품종입니다. 육지의 대표적 흑돼지 품종이며, 쫄깃한 식감과 진한 육향이 특징입니다. 지리산 흑돼지로 널리 알려져 있습니다.
제주흑돼지
제주의 재래돼지와는 구분되는 품종으로, 영국 흑돼지인 버크셔 품종을 제주흑돼지 개량사업단에서 육종 개선하여 20여개 제주 축산농가에서 생산하고 있습니다. 난축맛돈, 버크셔K에 비해 흑돼지 특유의 특징이 다소 적다고 할 수 있습니다.
난축맛돈
제주 난지축산연구소에서 제주재래 흑돼지와 랜드레이스를 교잡하여 고정한 토종품종으로 제주흑돼지 중 난축맛돈만이 토종의 형질을 지니고 있습니다. 난축맛돈은 이베리코 흑돼지의 열풍에 대응하고 축산 농가를 살리기 위해 서울대 문정훈 교수님과 뜻있는 셰프님들이 직접 나서서 확산시킨 노고가 담긴 품종입니다. 근내지방의 함량이 높아 마블링이 좋은 편이고, 앞다리나 뒷다리도 구이용으로 상품성이 좋습니다.
우리흑돈
2015년에 축산과학원에서 이베리코 등의 수입 프리미엄 돼지 시장을 잠식하기 위해 국산 재래되지 품종에 생산성이 우수한 두록 돼지를 교잡해 만든 품종입니다. 일반 돼지보다 근섬유가 촘촘해서 보수력(수분)이 좋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감칠맛이 높은 편이나 육질이 단단합니다. 고기를 구울 때 버터에 빵을 굽는 냄새가 난다고 하여 일명 ‘팝콘돼지’로도 불립니다. 2021년 기준 전국 20여 개 농가에서 사육을 시작하였지만, 아직은 많은 양이 나오고 있지 않습니다.
위 식당의 특징은 아주 유명한 곳이거나, 돼지고기 품종을 다양하게 풀어가는 곳들로, 특히 MZ세대에게 주목받고 있는 힙한 곳이라는 점에서 식육식당이 주목할 만한 벤치마킹 포인트가 있습니다.
축산물을 소비할 때 맛이나 가격 차이가 아닌, 가치를 더 고려해서 소비하는 것을 지속가능성이라고 합니다.
개인이 소비하는 축산물 시장(마트/온라인)을 살펴보면, 항생제나 성장촉진제를 맞지 않은 고기, 유기사료를 먹고 더 넓은 공간에서 행복하게 자라서 인도적으로 운송/도축된 고기를 소비하려는 움직임인 ‘미닝아웃(신념)소비’ 트렌드로 자리매김하고 있습니다. 이제는 외식업에도 이런 니즈를 반영할 때가 되었습니다.
육류 메뉴의 차별화는 고기의 차이에서부터 시작됩니다. 고기의 차이는 품종>사육방식>사후숙성 순으로 구분됩니다. 고유한 특징을 가진 품종의 돼지고기 공급망은 이제 성장 단계입니다. 따라서 당분간은 품종의 차별화만으로 식당의 차별화를 만들 수 있습니다.
사육 방식이 차별화된 친환경 축산 공급망은 아직 시작 단계입니다. 가격도 매우 높아 외식업에 적용하기는 쉽지 않습니다. 숙성은 이제 성장 단계이지만, 식당에서 할 수 있는 기술적인 방법을 다양하게 갖추고, 나만의 스타일을 찾아 적용하면 꽤 좋은 콘셉트를 개발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