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랜차이즈 실패 법칙
8편 - 한 개 브랜드의 법칙
“중소기업이면서 브랜드가 많다고 자랑하는 기업은
프랜차이즈 사업 원리를 깨닫지 못한 것이다.
프랜차이즈 기업은 10개의 신규 브랜드 런칭보다
1개 브랜드의 전국 확산과 시스템 구축에 집중해야 성공한다."
옛날에는 무조건 자식이 많은 게 자랑이던 시대도 있었다. 지금은 많은 자식보다는 제대로 키워낸 똑똑한 자식 한두 명이 더 귀하게 평가받는 시대다. 한 명의 아이를 길러내는 데도 많은 노력과 비용이 든다. 마찬가지로 이 치열한 시대에 자녀가 10명이라면 10명 모두를 경쟁력 있는 괜찮은 아이로 키워내기가 어렵다.
프랜차이즈도 마찬가지다. 여러 개 브랜드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전국을 석권할 수 있는 똑똑한 브랜드가 필요하다.
✔ 고기 프랜차이즈 중에 ‘신씨화로’를 이용해 본 적이 있는가. 필자는 신씨화로를 즐겨 찾는다. 메뉴구성도 괜찮고, 인테리어도 깔끔해서다.
✔ 홍대에 춘산이라는 이자카야가 있었다. 메뉴구성도 인테리어 분위기도 이자카야 업계의 선두 브랜드인 와라와라나 피쉬앤그릴보다 경쟁력에서 뒤질 것은 없어 보였다.
✔ 종로에 있었던 참이슬본가라는 바(Bar) 형식을 갖춘 분위기가 괜찮은 고깃집이었다. 숯불을 이용한 삼겹살과 다양한 안주를 제공해서 자주 이용했다.
이 모두가 신씨화로와 같은 동일한 회사 브랜드다. 이 브랜드 외에도 4∼5개의 브랜드를 더 개발해서 런칭한 것으로 알고 있다. 하지만, 일반인들이 알고 있거나 가본 곳은 신씨화로 정도일 것이다. 위에서 열거한 브랜드가 경쟁력을 조금만 더 갖추었다면 전국 확산이 가능하다는 것이 필자의 판단이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신씨화로가 40여 개로 확장했다가, 현재는 수도권에 14개 정도 남아 있고, 나머지 브랜드 매장 수도 미미한 정도다.
신씨화로 오너의 브랜드 개발 능력은 탁월했다. 국내에서 이 정도 수준의 개발 능력을 갖추고 있는 분은 손에 꼽을 정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신씨화로 본사의 프랜차이즈 전개 확산력은 이러한 수준에 미치지 못했다.
왜 이런 현상이 나타나는 것일까? 🙄
여기에 또 다른 훌륭한 브랜드가 있다.
‘새마을식당’이라는 맛있고 저렴한 고깃집이다. 돼지고기 ‘후지’라는 뒷다릿살을 이용한 고추장구이 고깃집인데, 고기 마니아라면 한 번쯤 가 본 매장일 것이다. 가격도 저렴해서 1인분 8,000원 수준이고, 비벼 먹는 된장찌개도 훌륭하다.
소나 돼지를 도축하면, 갈비, 갈빗살, 등심과 같은 선호 부위가 있고, 소는 우둔살, 돼지는 전지, 후지 등의 비선호 부위가 있다. 이 전지, 후지라는 돼지고기의 비선호 부위를 이용해서 업계 고민도 덜어주었을 뿐만 아니라, 가격도 저렴하다. 서민이 부담 없이 갈 수 있는, 맛있고 훌륭한 고깃집이다. 2020년 기준 120여 개의 매장이 운영되고 있다.
짬뽕 잘하는 집 ‘홍콩반점’을 가본 적이 있는가. 대부분 홍콩반점을 한 번쯤 이용해 봤을 것이다. 이런 고물가 시대에 4,500원 짬뽕을 고객에게 제공하는 것은 국민 복지에 작게나마 기여하는 일이다. 군만두도 맛있고 탕수육도 가성비가 높아 고객 반응이 좋다. 본가 갈비, 다정국수, 지금 열거하는 브랜드가 다 새마을식당과 같은 회사다.
2010년대 초 필자가 클라이언트의 요청으로 새마을식당 사업설명회에 참관하기 위해 본사를 방문한 적이 있다.
당시 그 회사의 브랜드는 30개에 가까웠다. 정말 놀랐다. 한 개인이 이렇게 많은 브랜드를 런칭한 것도 놀라웠지만, 회사의 규모에 비해 브랜드가 너무 많아 우려됐다. 제대로 브랜드를 관리하는 것이 불가능하다고 느꼈기 때문이다.
최근에는 본사 오너가 유명인이어서 매장이 폭발적으로 증가한다고 하지만, 프랜차이즈 사업의 핵심은 매장 숫자가 아니라 장수하는 데 있다. 매출 3.5조원의 SPC그룹도 브랜드가 20개가 안되는데, 당시 매출 1,000억 원도 달성하지 못한 본사가 - 그 당시에는 더 작은 규모였지만 - 20~30개 브랜드를 운영하면서 가맹점주들이 계속 생존하는 장수 브랜드가 과연 될 수 있을까?
🟢 더본코리아 브랜드 및 매장수 🟢
그렇다면 지금까지 열거한 두 개의 본사는 탁월한 브랜드를 여럿 가지고 있는 훌륭한 회사인데, 왜 여기서 소개한 것일까.
프랜차이즈는 2가지 관점으로 봐야 한다.
✔ 수익성이 좋은 제대로 된 직영 매장을 몇 개 만들고 굴리면서 개인 사업을 할 것인지
✔ 아니면 가맹사업으로 펼쳐서 기업으로 갈 것인지일단 가맹사업을 시작하면, 수억 원의 가맹비를 낸 가맹점주와 공동 운명체다. 사업 형태가 법인이건 아니건, 사회적 책임을 갖는 기업이 된다. 본사의 오너를 위해서도 망하지 말아야겠지만, 오너를 넘어 그 기업이 영속성을 가져야 하는 사회적 책임이 자동으로 부여된다는 의미다.
필자는 프랜차이즈 전문가로서, 직영점 몇 개 하는 개인 사업이 관심 분야가 아니다. 가맹점이건 직영점이건 브랜드 전국 석권이 주된 관심사다. 프랜차이즈는 시스템 구축을 통한 전국 확산이 사업 과제이므로, 그 관점에서 분석해 보고자 한다.
신씨화로, 새마을식당은 우수 브랜드이지만, 우수 프랜차이즈는 아직 아니다. 그럼 그 차이는 무엇인가. 개인 역량과 경험, 참여하는 인력의 숫자에 따라 달라지지만 한 개의 브랜드가 런칭되기까지는 많은 직접비용과 기회비용을 포함한다. 운영방식과 수익구조, 물류 구조에 따라 다르지만, 중형 프랜차이즈의 경우 1호점을 런칭한 후 가맹점이 최소 50~100개 이상 되어야 충분한 성과와 보상이 따르는 구조가 된다.
🟡 신씨화로
신씨화로의 경우 이제 겨우 직영 매장 3개 운영하는 본사 사장님으로서는 전국 40매장이 훌륭해 보이겠지만, 그 매장의 숫자로는 이 브랜드를 만들기 위해 소요된 직접 사업비, 시스템구축 비용, 물류구축 비용, 본사관리 비용, 시행착오 시 손실금 등을 계산하면 투자하고 고생한 것 대비, 매우 미흡한 수준이다.
문제는 가맹점 40개 정도 수준으로는 본사 관리비용을 유지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장수 브랜드로 가는 일은 오너의 굳건한 의지만으로는 어렵다. 단, 직영점이 10개 정도 된다면 얘기가 달라지지만, 현재 매장 수가 정체되고, 일부 줄어들고 있는 것 같아 우려된다. 신씨화로는 장수해야 한다. 필자도 신씨화로의 단골이기 때문이다.
🟡 새마을식당
새마을식당도 규모는 훨씬 크지만 유사한 면을 갖고 있다. 새마을식당 매장 120여 개, 홍콩반점 230여 개, 한신포차 140개 수준이다. 나름 약진하고 있지만 30개가 넘는 브랜드 중에 아직 전국을 제대로 석권한 브랜드가 많지 않다는 문제가 있다. 물론 최근에 폭발적으로 늘어나는 빽다방 브랜드의 약진은 긍정적이지만, 몇 년 안 된 브랜드는 늘 신중히 지켜볼 수밖에 없다.
프랜차이즈 평가 기준에서 우선시 돼야 할 것은 단순 매장 숫자가 아니라, 시스템과 브랜드 장수다. 몇 년 안에 수백 개 매장이 생기고, 몇 년 안에 모두 다 사라지는 사례를 한국 시장에서 무수히 보아왔기 때문이다. 더욱이 새마을식당은 단일 아이템 구조의 사업이라 고객이 쉽게 식상해 할 수 있는 위험성이 있다. 본사 오너인 백종원 CEO의 개인 인지도가 워낙 높지만, 프랜차이즈는 개인 인지도 위주의 사업은 장수하기 쉽지 않다. 현재 폭발적인 매장 수 증가만큼 얼마나 장수할 수 있을지는 신중히 지켜봐야 한다.
30개 브랜드를 모두 동시에 성장시키는 방식은 잘못된 전략이다. 핵심사업으로 적정 수를 정한 뒤 본사의 인력, 자금력, 마케팅력을 집중해야 한다. 1~2개 브랜드를 전국의 해당 상권에 모두 입점시켜 전국 프랜차이즈 시스템 구축을 먼저 해야 한다.
전체 규모는 작다고 할 수 없지만, 사업 규모 대비 브랜드 숫자가 너무 많다. 이렇게 되면, 전국을 석권할 프랜차이즈 시스템 구축이 어렵다. 예를 들어 아버지 수입은 대기업 과장 수준인데 자식이 10명이면, 모두 유수한 대학에 진학시키는 건 불가능한 것과 유사하다. 학원, 과외 다 필요 없는 공붓벌레 수재들이 태어나지 않는 한, 교육투자를 제대로 할 수 없어 10명 다 좋은 대학 진학은 불가능하다. 반대로, 자식이 하나거나 둘이라면 어떤가. 충분히 둘 다 좋은 대학에 진학 가능한 경제 구조다. 프랜차이즈 브랜드도 이와 마찬가지다.
외식이라고 해서 모두 다 동일한 시장접근과 마케팅이 이루어지지 않는다. 고기 브랜드냐, 밥 브랜드냐, 주점 브랜드냐에 따라서 시장 트렌드가 다르기 때문이다. 본사는 아이템별로, 브랜드별로 서로 다른 시장에서 생존하기 위해서는 그 분야의 연구와 개발을 깊이 있게 해야 한다. 또한, 시장의 트렌드에 맞춘 마케팅 전략을 계속해야 한다. 뿐만 아니라 가맹점주들의 성향도 다르고, 수퍼바이저들이 매장관리하는 시스템과 방식도 다르다. 서로 집중화해야 할 부분도 다르다는 것을 항상 염두에 둬야 한다. 이렇듯 프랜차이즈는 수십 개의 브랜드가 동시에 경쟁력을 갖고, 제대로 관리하기란 불가능에 가까운 구조다. 다음의 맥도날드 사례는 그런 면에서 시사하는 바가 크다.
28년 기자 생활 동안 인상적인 일 중 하나가 미국 맥도날드 연구소 취재였다. 이 회사 초청으로 시카고 부근 연구소를 찾은 건 8년 전. 연구소에 도착하니 입구에 아무 표시도 없었다. “기밀 유지를 위해 간판을 달지 않았다”는 것이었다. 피식 웃음이 났다. “뭐 그리 대단한 비밀이 있다고”. 하지만 내부를 둘러본 뒤 하찮게 여긴 자신이 부끄러웠다. 신제품 및 조리기구 개발에 상상 이상의 자금과 노력이 투여되고 있음을 본 탓이었다. 연구소의 최대 관심은 조리시간 단축이었다. 한 연구원이 새 조리기구를 소개하며 “감자튀김에 소금 뿌리는 시간을 획기적으로 줄였다.”라고 강조한 것도 이런 이유에서였다. 실제로 맥도날드의 성공 비결은 ‘맛’이 아닌 ‘신속함’에 있었다. 2000년대 중반까지 맥도날드에는 ‘90초 룰’이 존재했다. 90초 내에 주문을 처리해야 한다는 원칙이었다. 그랬던 게 5~6년 전부터는 60초로 줄었다. 컴퓨터 단말기 보급으로 처리 시간을 확 단축할 수 있었다. 결국 맥도날드 못지않게 맛난 업체는 적지 않지만, 여기만큼 균질한 햄버거를, 1분도 안 돼 내놓은 경쟁자는 없었던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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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54년 설립한 맥도날드는 전 세계 119개 국가에서 약 3만 5,000여 개 매장을 운영하고 있으며, 종업원 수도 190만 명에 달한다. 2022년 맥도날드 매출액은 30조 6,129억 원으로 추산되는 세계 최고의 프랜차이즈 브랜드다. 이런 맥도날드도 브랜드 수십 개로 60~70년을 생존한 것이 아니다.
교촌치킨은 치킨 1개 브랜드로 연 매출 4,358억 원(2020년 기준)에 폐점률 0%에 가까운, 가맹점 모두가 본사를 신뢰하는 기업으로 성장한 훌륭한 브랜드다. 이디야 커피도 커피 1개 브랜드로 연 매출 2,239억 원(2020년 기준)으로 폐점이 거의 없는 우수 브랜드로 커피 시장을 석권해 가고 있다. 물론 한 기업이 한 개 브랜드만을 운영해야 한다는 것은 아니다. 다만, 단순히 운영하는 브랜드 숫자만으론 자랑이 될 수 없다. 사업 규모에 걸맞은 브랜드 숫자를 유지함이 현명한 프랜차이즈 전략이다.
한 예로 경복궁, 삿포로, 녹동당으로 유명한 엔타스 외식그룹이 있다. 전국에 200~300평 규모로 100여 개의 가든형 초대형 매장을 모두 직영으로 운영하는 본사인데, 본사 직접매출 규모는 더본코리아의 몇 배가 넘는다. 그런데도 운영브랜드는 모두 10여 개 수준에 지나지 않는다. 브랜드를 만들어낼 능력이 없어서가 아니다. 기업이 충분한 관리와 마케팅의 힘을 발휘할 수 있는 수준에서 적정 숫자를 유지한다.
그것은 넘치는 능력과 열정 때문이다. 우선 브랜드를 개발하는 분들은 창의적인 능력과 끼가 넘쳐나고 아이디어가 솟구치는 특징이 있다. 일반인에게는 없는 귀한 능력이다. 그런데 기업 관점에서 보면 힘 조절과 사업 절제가 없는 것이다. 이들은 새로운 생각이 솟구친다. 멋지게 만들어서, 주변 지인들에게 창의성을 검증받고 싶은 욕구가 강하다. 이를 여과 없이 표현하다 보면 사업 규모의 적정성을 넘는 과도한 숫자의 브랜드가 탄생한다.
탁월한 창의성으로 모두의 찬사를 받는 브랜드가 나올지 모르지만, 장수하는 프랜차이즈 본사를 만들기 위해서는 적정 수의 브랜드만 해야 한다.
브랜드 숫자가 과한 본사의 특징이 하나 있다. 프랜차이즈 시스템을 구축하기 위해 필요한 영업력, 추진력, 관리력, 체계적 업무처리, 조직 장악력 등을 겸비한 경우가 매우 드물다는 점이다. 이런 분야의 우수인력을 어떤 식으로든 확보해야 프랜차이즈 사업이 더 크게 성공할 수 있다.
한국 시장은 미국 시장, 일본 시장 대비 규모가 작은 것은 사실이다. 그래서 모두가 프랜차이즈 사업의 성장을 위해선 다(多)브랜드 전략을 외치고 있다. 물론, 다(多)브랜드 전략이 틀렸다는 얘기는 아니다. 그러나 제대로 된 한 개 브랜드의 위력은 어설픈 10개 브랜드보다 엄청나다. 한 개 브랜드로 전국을 석권하고 중견기업을 넘어 대기업이 될 수 있고, 세계시장 공략을 통해 글로벌 기업도 될 수 있다. 한 개 브랜드가 맥도날드나 파리바게뜨처럼 어느 수준까지 도달하느냐가 관건이다.
한 개 브랜드에 좀 더 집중해야 한다. 어설프게 여러 브랜드를 만드는 일에 시간 분산, 인력 분산, 기회 분산을 하지 말자. 우리 브랜드가 더 높은 경쟁력과 시스템을 가질 수 있도록 집중해야 한다. 또한, 연구개발(R&D) 비용을 아까워해서는 안 된다. 연구개발 비용을 그냥 새는 돈이라고 아까워하거나, 신규사업 비용은 혹시 모를 대박을 안겨줄 아깝지 않은 투자라는 식의 생각을 버려야 한다.
맥도날드처럼 30초를 단축하기 위해 연구소를 운영하지 아니더라도, 연구 개발비, 시장 조사비, 시스템 구축비에 더 투자해서 한 개 브랜드를 더욱 강하게 만들어서 장수 브랜드를 만들어야 한다. 고객은 물론 가맹점주, 직원, 오너 그리고 관계 하청회사까지 모두를 행복하게 해주는 것이야말로, 프랜차이즈 사업의 사회적 책임이자 핵심이다.
🧐 한 개 브랜드의 법칙이란?여러 개 브랜드를 동시에 성장시키는 다(多)브랜드 전략이 아닌 한 개 브랜드에 먼저 집중하는 전략이다. 전국 석권을 통해 인력과 자금과 시스템을 구축한 다음, 이미 갖추어진 인프라와 검증된 프랜차이즈 시스템을 바탕으로 다른 브랜드로 확장할 때, 사업의 효율이 높아지는 법칙을 말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