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랜차이즈 실패 법칙
3편 - 오더맨의 법칙
“가맹 영업 시스템에서 오더맨을 쓸 경우
프랜차이즈 전문성, 도덕성 부족으로
프랜차이즈 시스템이 부실해지고 결국 무너진다."
로티보이는 싱가포르에 본사를 둔 프랜차이즈를 국내에 도입했는데, 번(Bun)이라는 모카빵을 주메뉴로 하는 카페이다. 단일 메뉴여서 소형상권에는 버티기 어렵고 중형상권, 대형상권에 입점해야 하는 아이템인데, 본사는 오더맨을 써서 마구잡이로 오픈시키는 대행 컨설팅사에 가맹영업 업무를 맡겼다. 중형상권, 소형상권 가리지 않고 한 달에 매장을 10~20개씩 오픈했고, 매장 개설수익으로 매월 수억 원씩 들어왔다. 당시 본사는 성공가도를 달리고 있다고 착각했을 것이다.
당시 필자가 연세대에서 강의할 기회가 있어 갔다가 본사 사장을 만났을 때, 그 위험성을 언급해 주었는데, 별로 개의치 않은 반응이어서 당황한 기억이 있다. 결국 2016년 9월에 공정위에서 로티보이의 가맹 사업권을 취소했다는 정식 발표가 있었다. 번의 맛이 우수하고 커피 시장이 확장 추세라서 전국적으로 장수 브랜드로도 갈 수 있는 우수한 아이템이었는데, 매우 아쉬웠다. 이처럼 최근에는 가맹영업과 점포개발 대행 컨설팅이라는 이름으로, 오더맨들을 모아서 사업 대행이나 컨설팅 방식으로 진행하는 사례가 생겨나고 있다.
오더맨은 기본급이 거의 없고 많아야 50∼100만 원 이하 수준이거나 차량유지비 정도만 받고, 가맹영업 계약이 체결되었을 때 건당 적게는 백만 원에서 많게는 수천만 원 수준의 인센티브를 받는다. C커피 프랜차이즈 경우는 오더맨을 통해 계약이 성사되면 건당 3,000만 원을 지급해온 것은 업계에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본사 입장에서는 고정비를 별로 들이지 않고, 많은 수의 영업사원과 영업조직을 확보, 운영해서 효율적으로 보일 수 있으나, 이 시스템은 프랜차이즈 사업을 성공적으로 이끌어주지 못한다. 그 이유를 분석해보면 다음과 같다.
※ 오더맨(Order Man)주택분양시장에서 시작된 용어로, 오피스텔 등을 분양해서 기본 월급은 거의 없고 분양 계약 체결(오더)을 딸 때만 수당을 주는 형태를 말한다. 이것이 프랜차이즈 업계로 파고들어 고정 월급은 거의 없고 오더(신규 가맹점 계약체결)을 딸 때만 건당 200만 원~3,000만 원을 지급하는 가맹 영업인력 운영방식이다. |
오더맨 시스템에서는 대부분 가맹 영업사원이 상권분석과 점포개발까지 담당한다. 외부에 아웃소싱 준다고 해봐야 고작 부동산 업자들의 매물 소개 수준이다. 상권분석과 점포개발은 프랜차이즈 사업에서 핵심 요소이다. 핵심 업무를 전문성 없는 오더맨과 같은 임시직원에게 맡길 경우, 상권분석 업무의 전문성과 정확성은 찾아볼 수 없다.
상권분석 및 점포개발 담당은 조사된 상권이 미흡하거나 개발된 점포의 입지가 취약하면 가맹 희망자에게 사실 그대로 정직하게 말하는 기본적인 도덕성을 갖춰야 한다. 그러나 기본급이 없어 생활 보장이 전혀 되지 않는 오더맨에게 정직한 영업을 기대하기란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 고정월급은 없고 수당으로 받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그들도 점포의 입지가 합당하지 않다는 걸 알면서도 별수 없이 무조건 가맹계약을 체결하는 것을 가맹영업 현장에서는 흔히 볼 수 있다.
오더맨 중에서 영업 실적이 미비하거나 계약체결이 나오지 않으면 즉시 교체해 버리는 단순 운영방식은, 교육훈련을 통해 전문성을 갖춰 나가기가 불가능하고, 도덕성을 발휘하여 정직한 가맹영업을 유지하기도 어렵다. 결국 계속 부실한 비전문가인 영업사원을 통해 상권과 입지가 취약한 매장이 오픈된다.
이러한 요인으로 인하여 오더맨 시스템은 일시적으로 영업 인력 비용을 효율적으로 절감하는 것으로 보이나, 프랜차이즈 사업의 핵심인 상권분석과 점포개발에서 반복되는 비전문성과 비도덕성으로 인해 부실 매장의 양산으로 이어진다. 이는 일시적으로 매장 수를 늘릴지라도 매장 수명이 단명하고 프랜차이즈 시스템의 조기 붕괴를 가져오는 주요인이다. 현재 우리나라 프랜차이즈 업계에서 사업 초기인 1년 차∼3년 차 사이인 시스템 준비기에, 매장 수를 급격히 빠른 속도로 확장해서 6개월에 50~100개 또는 1년에 200∼300개씩 늘릴 수 있었던 것은 오더맨들을 가맹 영업사원으로 고용하는 형태인 8도 가맹지사 시스템에 기인한다.
본래 프랜차이즈는 미국에서 시작되었는데, 미국은 1개 주(state)가 우리나라 남한 전체보다도 넓은 주가 한둘이 아닐 만큼 넓은 대륙 국가이다. 그러다 보니 미국은 미국 전역으로 전국화하지 못한 채 각 주별로 일정 지역을 묶어서 지역본사(Area Franchisor)를 통해 프랜차이즈 시스템을 많이 구축, 발전해왔고, 한 지역만 프랜차이즈 시스템을 구축하는 경우도 많다.
이러한 지역본사(Area Franchisor) 개념이 우리나라에 들어오면서 한국식 이름인 가맹지사(Area Franchisor)라는 이름으로 확산하였다. 가맹지사 가입비는 적게는 3,000만원에서 많게는 1억 원 이상으로, 본사에 납부한다. 전국적인 사업 전개를 위해서는 초기에는 프랜차이즈 시스템 구축을 위한 기초 공사를 해야 한다. 그러나, 이 시스템 준비 기간에 유통 노하우 구축작업과 프랜차이즈 시스템 구축을 하지 않고, 매장 수만을 늘리기 위해 전국 8도에 가맹지사를 개설하여 바로 가맹영업을 시작하는 것이다.
전국지인 조선일보와 중앙일보 같은 유력 일간지에 5단 통광고나 전면광고가 나가면 전국 8도에서 가맹사업에 대한 문의 전화가 온다. 이때 경상남도 지역에 사는 사람은 서울 본사까지 가지 않고 부산 가맹지사에, 전라도 지역에 사는 사람도 그 지역과 가까운 광주 가맹지사에 곧바로 문의하면 된다. 최근에는 1588 대표전화로 일괄 접수한 뒤, 각 지역의 가맹지사로 연결하는 방식을 취하고 있다.
전국 8도에서 불과 몇 달 사이 급속히 개설된 가맹지사들이 전국에서 동시다발로 가맹영업을 진행하기 시작하면, 1개 가맹지사에서 3∼4건씩 계약을 성사될 경우, 1회 신문광고에 8개 지사를 통해 30∼40개의 매장이 생겨난다. 이런 8도 가맹지사 시스템을 도입한 회사의 광고주기는 과거에는 최소 주당 1회 이상, 심한 경우 3∼4개의 유력일간지에 같은 날 동시에 광고를 냈으나, 최근에는 많이 줄어들었다.
프랜차이즈 시스템 준비기에 매장 수 확장에만 나설 경우, 유통의 노하우 개발과 구축이 어려워 브랜드가 장수할 수 없다. 8도 가맹지사 시스템 방식으로 매장 수만 늘리는 사업 방식은 다음과 같은 문제점을 안고 있다.
우리나라 프랜차이즈 경우 정부로부터 허가받지 않아도 사업 개시가 가능하다. 대신 프랜차이즈 전개에 필수적인 노하우가 있어야 하는데, 그 대표적인 업무가 상권분석과 점포개발이다. 상권분석 능력과 점포개발 업무는 서적 10권을 구입해서 일주일간 독파한다고 마스터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기본적인 경험의 축적이 필요한데 3,000만 원이나 1억 원의 가맹비를 주었다고 해도, 8도의 지사장들이 그 능력을 전수받아 갖추는 것은 불가능하다. 결국 비전문가가 자기보다 더 모르는 가맹 희망자들을 상대로 가맹영업을 하며 눈속임하게 된다.
유통 상품의 노하우를 구축해야 할 시기(도입기)에 본사가 매장 확산에 주력하여 유통 상품의 노하우를 구축하지 못한 브랜드로 전락하면, 매장 수가 몇 백개가 되어도 본사를 유지해주는 고정수익인 유통 수익이 제대로 들어올 수가 없다. 더욱이 현재 우리나라에서는 로열티 같은 지식재산권 개념이 다소 약해, 로열티 납부에 대한 가맹점주 거부감이 아직 높은 편이라, 무조건 로열티를 거두기가 어렵다. 가맹점주들이 구매하고 이용할 수밖에 없는 높은 수준의 퀄리티를 갖춘 유통 노하우가 있어야, 본사 유통이 유지되고 유통 수익을 확보할 수 있다.
고정 수입이 약한 수백 개의 매장을 계속 매달 수억 원씩 쏟아부으며, 매장 관리를 해나갈 수 있는 본사는 존재하지 않는다. 더불어 가맹지사의 고정 수입도 기대하기 어렵다. 이렇듯 유통 노하우가 약해서 유통 수익이 미미한 시스템에서는 오직 신규 매장개설을 통한 개설수익(가맹비, 초도상품 수익, 시설 수익, 인테리어 수익)에만 주력하게 된다.
대다수 가맹지사들은 *오더맨(Order Man)을 고용하는 경우가 많다. 이 오더맨들은 전문성과는 거리가 멀다. 이 오더맨 방식은 본사 입장에서 비용만 고려하면 경제적, 효율적이라고 생각할 수 있으나, 점포개발 등 특히 상권분석과 같은 전문성을 요하는 업무를 본사가 비전문가에게 맡긴다는 자체가 무지의 소산이거나 도덕성 해이로밖에 볼 수 없다.
반면, 국내 프랜차이즈의 대표 성공사례 기업인 이랜드 경우 1980년 창업해서 대기업이 되고 난 2000년대 들어서도 20여 년간 상권분석 업무를 실행하는 부서가 시장조사팀이란 이름으로 회장 직속 조직으로 남아 있었던 사실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프랜차이즈 상권분석이 얼마나 중요하면 대기업이 된 후에도 계속 회장이 직속 팀으로 관장했겠는가.
오더맨과 가맹지사 시스템을 도입하면 즉시 전국적인 매장개설의 증가로 개설 수익확대가 가능하지만, 결국 견고한 프랜차이즈 시스템 구축에는 실패한다는 것을 알기에, 회사가 자금에 쫓기거나 경제적 압박을 받을 때 프랜차이즈 본사의 오너들은 이 시스템 도입을 유혹받거나 갈등하기도 한다.
그나마 프랜차이즈 시스템 수준이 낮아서 운영 가능한 소형 프랜차이즈에서는 시스템이 약해도 버텨볼 수가 있다. 투다리도, 농협 목우촌의 또래오래 치킨 프랜차이즈 등도 가맹지사 시스템이지만 견고하지 못한 부분이 많다. BBQ도 가맹지사로 시작했다가 후에 본사 직영체제로 전환했고, 놀부도 영남지역을 가맹으로 해주었다가 운영의 어려움을 겪자, 다시 본사 직영 체재로 복귀한 지 오래다.
특히 중형 프랜차이즈에 이 가맹지사 시스템을 적용할 경우, 시스템 구축이 거의 불가능해 결국 망하게 된다. 대표적인 사례가 바로 ‘쓰리프티’이다. 1990년대 후반 아이스크림 업체인 배스킨라빈스가 전국 340여 개 매장으로 선두에 있었고, 300개를 넘어선 쓰리프티가 국내 아이스크림 업계 2위를 달리는 것으로 보였으나 2년 뒤 상황은 달라졌다. 가맹지사 시스템과 오더맨을 썼던 쓰리프티 아이스크림은 완전히 시스템이 무너졌고, 결국 망했다. 3위였던 미국의 드라이어스 아이스크림도 오더맨과 가맹지사 시스템으로 같은 길을 걸었다.
시스템 준비기와 매장 수 성장기를 거쳐 현재 유통사업 성숙기에 들어선 배스킨라빈스의 경우 사업 초기 3년간의 적자를 감수하면서도 상권입지가 약하거나 부족한 입지에는 매장을 개설하지 않았다. 과도한 매장 수 확장에 주력하지 않고, 건실한 프랜차이즈 시스템을 구축한 결과, 한국 아이스크림 업계 탑 브랜드로 포지셔닝 되었고, 2020년 기준 1,500여 개가 넘는 매장을 보유하고 있다. 현재 그 아성을 쉽게 허물만한 회사를 찾아보기 어렵게 되었다.
하지만, 8도 가맹지사 시스템을 사업초기부터 도입, 곧바로 가맹점 개설에만 주력하여 300개 이상의 매장을 확보했던 쓰리프티는 사업 시작한 지 불과 2년 뒤 본사가 망해버렸다. 그 요인은 중형 프랜차이즈인 아이스크림 매장을 소형상권에 입점시켜 대부분 가맹점이 수익을 올리지 못하는 상황에 빠진 것이다.
이처럼 가맹지사 시스템은 브랜드 장수를 위한 장기 운영보다는 단기 개설 수익에만 몰두하는 시스템이기 때문에 쉽게 무너진다. 물론 치킨 프랜차이즈처럼 아이템이 단순하고 배달 위주로 하는, 단순한 운영방식의 소형 프랜차이즈 브랜드는 영향을 덜 받을 수 있다. 그러나 브랜드가 견고하게 장수하기 위해서는 시간이 좀 걸려도 손쉬운 가맹지사 시스템 유혹에서 벗어나 본사 직접 체제의 프랜차이즈 시스템을 구축해야 장수하는 우수한 브랜드가 될 수 있다.
🧐 오더맨의 법칙이란?전문성과 도덕성이 결여된 오더맨을 통한 사업방식은 단기적으론 빠른 속도로 확장을 꾀할 수 있으나, 부실한 상권입점이 반복되어 결국 프랜차이즈 시스템이 붕괴되는 법칙을 말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