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소한 1000번은 먹어봐라 🥢
외식업을 하면서 자주 듣던 말인데, 레고를 하면서 작품을 만들려면 많은 레고 블록이 필요합니다.
레고 블록은 무엇이든 만들 수 있는 기본이 되는 요소입니다. 그 요소는 다양합니다. 정보나 지식이 될 수 있고, 경험이나 기술이 될 수도 있습니다.
블록이 적으면 작은 집 정도만 만들 수 있지만, 블록이 많으면 건물도, 성도 심지어 도시도 만들 수 있습니다. 물론 많다고 해서 무조건 잘하는 건 아닙니다. 책을 많이 읽는다고 다 성공하는 것이 아니듯, 자료나 지식이 많다고 다 되는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그만큼 바탕이 되니 가능성이 커지는 것도 사실입니다.
저는 그 레고 블록 중 가장 중요한 것 하나가 벤치마킹이라고 생각하기에, 벤치마킹에 대해 이야기하려고 합니다.
많이 배우고 경험하라 📔
외식업 하는 젊은 친구들을 만나면 저는 항상 물어봅니다. 얼마나 많은 경쟁자나 배울 곳에 찾아가서 보고 먹어보고 경험했는지 말입니다.본인이 어떤 분야를 하겠다면 참고 자료를 많이 모아야 하는데, 그런 과정이 없다는 것은 천재이거나 바보이거나 둘 중의 하나입니다. 모든 것을 스스로 생각하고 그 컨셉대로 하는 사람도 분명 있을 겁니다.
하지만 세상에 새로운 것이 없다는 격언처럼, 새로움을 만들기 위해 다른 사람의 것을 참고하는 과정은 매우 중요합니다. 그런 준비도 없이 바로 시작하는 바보들이 세상에 꽤 많다는 사실에 안타까운 마음이 듭니다.
1000판의 피자 🍕
저는 이탈리안 피자가게를 준비하면서 국내에 있는 화덕 피자집들을 벤치마킹하기 위해 서울뿐만 아니라 지방의 유명하다는 곳까지 꼭 찾아가 먹어보았습니다. 참고가 될 만한 집은 3~10번도 넘게 방문하고 공부했습니다.
그리고 이탈리아에서 공부하면서도 여러 피자 가게를 수없이 다니며 먹어보았습니다. 뿐만 아니라, 프랑스, 스페인, 영국, 독일 등 이탈리아와 인접한 나라에 있는 유명하다는 가게들을 꼭 찾아다녔고, 미국, 일본, 중국, 홍콩, 싱가포르, 베트남 등 화덕 피자집도 어떻게 피자를 만들고 가게를 운영하는지 벤치마킹했습니다.
제가 늦은 나이에 석사과정을 하면서 다른 과의 수업을 들은 적이 있었습니다. ‘100년 기업’이란 주제를 다룬 다큐를 짧게 시청했는데, 미국의 유명 스테이크 전문점인 올드홈스테드와 나폴리의 스타리타가 소개되었습니다. 교수님은 수업 듣는 사람 중 유일하게 외식업을 하는 제게 질문을 하셨습니다. 저 가게들을 가보았는지 말입니다.
💭 “네, 가보았습니다. 그런데 저 집들이 최고의 맛집은 아니고, 뉴욕에서는 피터루거 스테이크 하우스가 독보적이며, 나폴리는 지노소르빌로 핏제리아가 독보적으로 맛있고 유명한 집입니다. 저 다큐에서는 최고를 다룬 것 같지는 않습니다.”
저의 엉뚱한 답변에 교수님은 다시 질문하셨습니다.
🤔 “그 근거가 뭐죠?”
💭 “스테이크 전문점도 전 세계 수십 곳을 가보았고, 피자집도 수백 곳을 갔으며 먹어본 피자만 1,000판이 넘습니다. 그 과정에서 보고 듣고 느낀 게 있어서 그렇습니다.”
이 답변을 하자마자 주변에서 웅성거리기 시작했습니다.
👨👧👧“피자를 천 판이나 먹어봐? 가능한 일이야?”
이런 말들이 들렸습니다. 나도 모르게 얼굴이 빨개졌습니다.
‘혹시 내가 거짓말했나? 잘 세어보고 말할 걸… 괜히 잘난 척했구나.’ 짧은 순간, 후회가 밀려왔습니다.
그날 하교해서 집에 가자마자 제 핸드폰과 컴퓨터에 보관한 사진들을 보기 시작했습니다. 확인해보니 1,000판이 아니었습니다. 약 3,000개나 되는 피자 사진이 있었습니다. 그렇게 많이 먹어보고 연구했음에도 저는 아직도 연구할 게 많고, 가보고 싶은 가게들이 많습니다. 여전히 부족함을 느끼기에 더 공부하고 싶습니다.
벤치마킹과 카피 📝
그렇다고 해도 벤치마킹과 카피를 혼동해서는 안 됩니다. 남이 잘하는 것을 그대로 베끼는 카피는 도덕적으로 해서는 안 됩니다.외식업에도 그런 분들이 계시는데 저는 그런 사람을 지적 도둑이라고 생각하고 경멸합니다. 많이 보고 공부해서 자기 것으로 만들고, 그것을 바탕으로 새로움을 추구하는 방향으로 가야 사회가 발전하는 것이지, 남의 것을 그대로 베끼는 건 사회악입니다.
한 달간 칼럼에서 계속 공부에 대해 이야기했습니다. 그만큼 공부는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침이 없습니다.
겸손함이 오만도 아니라, 실제로 공부하면 할수록 부족함을 느끼고 더 알아야겠다는 생각이 강해집니다.
앞으로 피자 이야기가 주를 이루겠지만, 어느 분야를 하든 공부해야 합니다. 그 분야에 대해 정말 많이 공부해서 최고가 되겠다는 마음이 있어야 최소한 절반이라도 갑니다.
막 시작하는 분이든, 현업에 계시든 계속해서 공부를 놓치지 않길 바랍니다.
이탈리안 ▪ 한식 전문가이진형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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