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군신화에서 한식을 찾다
🌿 2편 🥗
곰이 먹은 마늘은 본디 달래였다
‘산이십매(蒜二十枚)’의 ‘산(蒜)’은 ‘달래’ 혹은 ‘마늘’이다. ‘달래 산’ 혹은 ‘마늘 산’이라고 읽는다.단군신화가 기록된 <삼국유사>는 고려시대 승려 일연(一然)이 편찬했다. 연대는 고려 충렬왕 7년(1281년)이다. 5천 년 전 우리 민족의 시작을 기록했지만, 기록 시기는 13세기 후반이다. 13세기 이전까지 민간에서 전해진 이야기를, 당시 시점으로 기록했다는 뜻이다.
마늘은 그 후에 한반도에 전래한다. 승려 일연이 <삼국유사>를 쓸 무렵에는 한반도에 오늘날 같은 마늘이 없었다. 마늘이 달래가 아니라 산마늘(명이나물)이 아닐까, 라는 주장도 있었지만, 그렇진 않다. 명이나물은 오늘날에도 흔하지 않다. 울릉도와 강원도 산지 등 한정적인 곳에서만 생산한다.
쑥과 달래는 우리나라 산과 들 어디서나 쉽게 볼 수 있는 나물이다. 흔하고 쉽게 구할 수 있는 것, 누구나 큰 어려움 없이 해낼 수 있는 미션이 등장하는 것이 바로 단군신화다.
한자 표기로도 ‘蒜(산)’이면 달래다. 구하기 쉽다는 점에서도 역시 달래다.
다산과 풍요의 상징, 쑥 🌿
한식은 요란한 식재료를 구하지 않는다. 재미있는 것은 쑥과 달래 모두 약성, 독성이 있는 식재료라는 점이다.마늘에 항균, 소독 성분이 있듯이, 달래도 항균, 소독 기능을 한다. 널리 식용으로 사용하지는 않지만, 유럽인들에게도 쑥은 친숙하다.
쑥의 학명인 아르테미시아(Artemisia)는 다산, 풍요, 출산을 뜻한다.
아르테미시아는 그리스 로마 신화에 등장하는 다산의 여신 아르테미스에서 비롯되었다. 쑥은 여성 그리고 다산, 풍요로움, 출산과 깊은 관련이 있다.
곰은 깊고 어두운 동굴에서 21일을 보낸 후 ‘여자사람’ 웅녀(熊女)가 된다. ‘21’은 ‘37’이다. ‘3’과 ‘7’은 모두 양의 숫자들이다. ‘양양’은 극양이다. 임산부가 아이를 낳고 21일이 지나면 몸의 모든 기능, 뼈의 조직이 원상회복이 된다고 한다. 이른바 ‘삼칠일’을 지나면 출산을 겪은 여성의 몸이 원상회복이 된다.
농경민족과 기마민족의 결합 🤝
곰과 호랑이는 각각 곰을 숭상하는 부족과 호랑이를 숭상하는 부족이다. 농사를 짓지 않고 깊은 산속에서 수렵하는 민족이었을 것이다. 하늘에서 내려온 환웅을 받들며 농사를 짓던 농경 부족은 혼인을 통하여 이웃 수렵 기마 부족과 융합했을 것이다.여러 부족 중, 곰 토템의 부족을 택한 것이다. 농경민족과 수렵 기마민족의 결합으로 태어난 사람이 바로 단군이다.
단군은 농경민족과 수렵 민족을 아우른 존재다. 먹는 것도 마찬가지다. 호랑이는 육식, 곰은 잡식성이다.
환웅은 잠깐 사람의 몸을 빌어 웅녀와 결혼한다. 곰은 잡식성이다. 육식+채식이다. 곰은 물고기, 고기도 먹지만, 꿀도 따먹고, 각종 과일도 먹는다. 심지어 죽순을 골라 먹는 곰도 있다. 곰은 채식성이 좀 더 강하다.
민족 결합이 낳은 ‘섞임’ 음식, 한식 🥣
우리는 곡물+채소의 식사를 한다. 나물로 국을 끓이고 반찬을 만든다. 생선, 고기를 먹지만 나물을 널리 먹는다.
산나물을 우리처럼 다양하게 먹는 민족은 없다. 드넓은 중국 땅에 나물이 나지 않을 리 없다. 중국인들은 산에서 채취하는 버섯 정도를 먹는다.
우리는 매년 상당수의 고사리를 수입한다. 백이 숙제의 고사리는 산나물이 아니라 잡초다. 중국인들은 고사리를 거의 먹지 않는다. 우리는 고사리 수입국이면서 수출국이다. 외국에서 사는 교민들은 늘 고사리를 찾는다. 본국으로 연락해서 고사리를 수입한다.
한식은 ‘섞임’의 음식이다. 우리 민족은 기마민족과 농경민족의 결합체다. 섞였다.
음식도 마찬가지다. 북방 수렵, 기마민족의 음식과 농경민족의 음식이 섞였다. 한식은 귀한 식재료를 찾아 헤매지 않는다. 우리 땅에서 누구나 쉽게 구할 수 있는 식재료로 음식을 만든다. 한식이다.
쑥과 달래가 좋은 계절이다. 쑥떡과 쑥국이 좋을 계절이다. 생선과 쑥을 뒤섞어 도다리쑥국을 끓인다. 곡물과 쑥을 섞어 쑥떡을 만든다. 곡물이 귀하면 쌀겨라도 넣어 떡을 만든다. 쌀겨떡이다.
우리 시대가 ‘개떡’으로 하찮게 여길 뿐이다. 개떡이 아니라 겨떡이다. 흔하게 구할 수 있는 것으로 만든 우리의 귀한 떡이다.
단군신화 속 한식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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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식의 뿌리는 단군신화에서 시작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