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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세이
또 오는 손님(2)
나는 '동네 사람들의 카페'를 꿈꿨다
안녕워녕
카페 사장님의 일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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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고도 좀 하고 본격적으로 마케팅을 좀 해서, 그러니까 소위 '핫플레이스'가 되어 멀리서도 사람들이 찾아오게끔 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의견을 종종 듣는다. 그런 의견을 들을 때면 나는 매우 감격하는데, 아직 오픈한 지 2달밖에 안된 우리 가게에 이런 애정을 가지고 이렇게 적극적으로 의견을 내주시는 손님들은 그 자체로 이미 감동적이다. 나는 "네, 해야죠! 할 거예요! 저희도 핫플레이스 한 번 되보죠!"라고 기쁘게 대답해드린다. 그런데 나는 작년에 카페를 하기로 결정하고 나의 카페에 대한 그림을 그릴 때 '핫플레이스'는 두 번째 목표로 두기로 했다.

첫 번째 목표는 무조건 '이 동네의 카페'였다. 나는 '동네 사람들의 카페'를 꿈꿨다. 먼 곳에서 일부러 찾아오게 하는 카페도 좋지만, 그전에, 같은 사람을 두 번 오게 하는 카페가 되었으면 싶었다. 작년에 다른 많은 카페를 다니면서 보니, 어서 자리를 뜨고 싶은 카페가 있는가 하면 눌러앉아 집에 가기 싫어지는 카페가 있었다. 어떤 카페는 한번 와본 걸로 충분했고, 어떤 카페는 몇 번이고 계속 와서 모든 메뉴를 하나씩 다 시켜봐야지 싶었다. 나는 나의 카페가 너무 편해서 집에 가기 싫어지는 곳이 되었으면 했고, 다시 와서 이것저것 시켜 먹어보고 싶은 카페가 되었으면 했다.


가끔 먼 곳에서 일부러 찾아오시는 분들이 있다.

가게로 미리 전화해서 주차할 곳은 있는지, 휴무일은 언제인지를 꼼꼼히 알아보고 오신다. 그런 분들은 "여기 괜찮다~"며 사진을 찍으며 즐거워하지만, 아무래도 다음에 한번 더 오기는 힘들 것이다. 하지만 동네 사람들은 다르다. 우리 카페에는 왔던 손님이 계속 오신다. 어떤 손님은 일주일에 두세 번 오시고, 어떤 손님은 토요일마다 오시고, 어떤 손님은 매일 오신다. 혼자 오시고, 친구나 직장동료를 데리고 오시고, 가족들을 데리고 오신다.

한 사람이 두 번 이상 같은 가게에 온다는 건 여러 긍정적인 의미를 담고 있다. 일단 맛있어야 하고, 깨끗해야 하고, 그리고 편해야 한다. 나는 맛있는 커피를 준비해야 했고, 깨끗해야 했고, 여기가 너무 편해서 집에 가기 싫어질 만한 안락한 분위기를 만들어야 했다. 여기에 더불어, 왔던 분을 알아보고 반가움을 더해주면 손님은 함께 반가워해 주셨다.

사실, 나는 내가 이렇게 아는 척, 친한 척하는 게 손님들을 불편하게 하는 건 아닌가 하고 조심스러웠다. 손님들은 각양각색이어서, 내가 "오늘은 날씨가 많이 풀렸네요!"라고 말 걸기 전에 먼저 "이 화분 정말 잘 자라죠! 우리 집에도 있는데 날이면 날마다 쑥쑥 자라더라고요."라며 훅 다가오시는 분이 있는가 하면, 간단명료하게 주문만 하는 분들도 계신다. 할 말만 하시는 분들에게는 나도 눈치를 봐서 오지랖을 부리지 않는다. 그런 그분이 다음에 또 오시면 나는 눈빛으로 살짝 아는 척을 하는데, 그러면 그분도 아는 척을 해주신다. 나는 조금씩 친한 척을 하고, 다행히 그분은 다음에 또 오시고 또 오신다.



조희창, 베토벤의 커피, 60p

인간을 정의하는 여러 가지 말 중에 '호모 나란스(Homo Narrans)'라는 말이 있다고 한다. '이야기하는 인간'이라는 뜻이란다. 사람은 이야기하고, 이야기로 관계를 맺어나간다. 결국 사람은 관계를 맺으며 살아야 하는 것이다. "또 올게요!"라는 말은 얼마든지 할 수 있지만, 정말 또 오는 건 다른 차원의 일이다. "또 올게요! 다음에 오면 나 기억해줘야 해요!"라고 하신 분은 정말 또 오셨고, 나는 "오셨네요!"하고 반가워했다.


우리는 이야기하며 관계를 만들어간다.

어떤 분들은 약속을 잡을 때 일부러 여기로 잡는다고 했다.조금 멀리 떨어진 다른 곳에서 식사를 하고 일부러 여기로 오셨다고 했다. 가끔 이 동네에서 모임이 있다고 하는 분은, 모임이 있을 때마다 우리 카페에 오신다. 오실 때면 "사장님! 저 왔습니다!"하고 들어오신다. 나는 "오셨어요!"하고 맞이해드린다. 자주 오던 손님 중 한 분이 한동안 안 오셔서 걱정했는데, 오늘 드디어 나타나셔서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달라고 하셨다. 나는 정말이지 너무나 반가워서 "안녕하셨어요!!!"라고 인사를 했고, 그분과 함께 빵 터져 한참을 웃었다.




손님들이 10개의 도장을 모아 사용한 쿠폰들. 사실 훨씬 더 많은데 이것밖에 못 모았다. 겨우 두 달밖에 안된 카페에 10번 이상 온 손님이 이렇게나 많다.

이제 겨우 두 달이 지난 나의 카페는 이런 분들의 사랑으로 꿈의 카페가 되어가고 있다. 언젠가 우리도('우리'라고 말해주셨다!) '핫플레이스'가 되어 멀리서들 기차 타고 찾아와 바글바글 앉아있으면 너무 좋을 것 같다고 말해주는 손님들 덕분에 나는 꿈을 이루고 있다. 아직 좀 더 해봐야겠지만, "다시 태어나면 카페 사장 하실 건가요?"라는 질문에 나는 일단 이렇게 대답하기로 했다.

"힘들겠지만, 그래도, 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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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01월 27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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