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포항에서 손님이 왔다. 타지에서 온 손님은 정말이지 오랜만이라, 반가웠다. 이 외딴곳에 어떤 연유로 오게 된 걸까? 순수히 궁금해질 때가 가끔 있는데, 오늘의 손님은 내게 먼저 답을 건네주었다. “이 주변에 놀러 왔는데 갈만한 곳이 없더라고요. 마침 검색을 해보니까 나와서 들렀어요.” 그러셨구나. 인터넷상 많고 많은 카페&서점 중에 이곳이 눈에 띄어 오게 되다니. 이 인연이 또 반갑다.
자그마한 8평 공간이지만, 손님은 찬찬히 그리고 신중하게 공간을 둘러본다. 한쪽 벽에는 손님들이 써준 편지가 다닥다닥 붙어있다. 그 옆에는 책들이 주르륵 진열되어있는데, 처음에는 책 표지가 보이게 전면 진열되어있다가 이제는 시간이 더해갈수록 책의 권수도 늘어나 빽빽하게 가득 차 있다. 책 진열장 반대편에는 때수건, 스티커, 메모지, 인테리어 데코용품, 텀블러 등등 잡다한 것들이 가득 들어차 있다. 나름 주인장의 독특한 안목으로 고른 것들이라 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손님은 한참 둘러보다 커피를 한 잔 주문한다. “헤이즐넛 커피 한 잔 주세요.”
타지에서 온 손님들 중에는 문 열고 들어왔다가 실망하고 돌아가는 사람이 제법 된다. 생각보다 오지에 있는 데다가, 공간도 협소하고, 사진 찍기에 구도가 안 나오는 이상모호한 공간구조, 무난 무난한 커피 메뉴들과 책, 잡다구니한 소품들을 보고 되돌아선다. 하지만, 시간을 들여 찬찬히 둘러보는 사람은 이 작은 공간에 나름의 재미가 있다는 걸 알게 된다. 무엇보다도 사장의 서비스가 짱이라는 것도.
“골라, 골라, 다 골라보세요!”
손님은 쭈그려 앉아 상자를 열심히 뒤적인다. 상자 안에는 사진과 일러스트 엽서가 한가득이다. 손님은 신나 하며 묻는다. “여긴 어디예요?” “아, 여긴 제가 정말 좋아하는 초전공원이에요. 진주시민들이 자주 가죠. 여긴 진주성이요. 유등 축제하면 얼마나 예쁜데요.” 이번에 손님은 일러스트 엽서를 들어 묻는다. “왜 그림 주인공이 개미예요?” “그건, 여기 가게 마스코트가 개미거든요. 주인장이 개미를 닮기도 했고요?” 손님은 하하 웃는다. 손님이 신나 하며 고르는 모습을 보니, 정말 기분이 좋다.
우리 카페&서점에서는 방문하는 손님에게 사진과 일러스트 엽서를 무료로 드리고 있다. 별거 아닌 엽서에 불과할지라도, 엽서를 통해 이 공간에서 조금이나마 행복했음을 느꼈길, 그 감정을 집에 가져가길 바라는 마음에서 시작했다. 역시나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
손님은 엽서를 고르며 말한다. “이건 미술을 좋아하는 친구가 있거든요. 그 친구에게 선물로 줘야겠어요. 아! 이 사진은 요리하는 친구한테 줘야겠어요. 뭔가 잘 어울려. 이건 연극하는 친구한테 줄까? 아니다 걔가 더 잘 어울리려나?” 산타가 되어버린 친구의 고민이 담긴 뒷모습을 바라본다. 선물로 책 한 권씩 고르며, 엽서 한 장씩 고르며, 그 사람이 좋아했던 것, 그 사람이 평상시 관심 있던 것에 대해서 생각해보는 시간. 그 시간이야말로 그 사람을 온전히 사랑하는 시간이 아닐까 생각해본다. 선물아, 부디 행복을 전해주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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