뭣이 중헌디?!
#31 양배추
계절 타는 양배추 🥵🥶
양배추는 맛있다. 언제나 맛있지는 않다.겨울 양배추는 금이고, 여름 양배추는 무(無)맛이다. 태백 고랭지에서 난 것은 괜찮지 않나요? 내 답은 이렇다. “아뇨”. 양배추는 저온에 적합한 작물이다. 15도 정도에서 잘 자란다. 한여름의 태백을 가보면 안다.
바람의 언덕이라 부르는 해발 1,300m의 매봉산 꼭대기의 배추밭. 바람 불어 서늘하겠다고 생각한다. 한여름이라도 산꼭대기 온도 또한 평지하고 거의 비슷하다. 밤이 돼야 겨우 조금 서늘해질 뿐이다.
양배추와 돈가스
양배추는 돈가스와 단짝이다. 채를 썬 양배추에 새콤달콤한 소스를 곁들여 먹으면 돈가스의 느끼함을 지그시 눌러 준다. 같이 나온 단무지나 작은 깍두기가 제 몫을 해도 돈가스에 양배추가 빠지지 않는다.
마치 법칙처럼 그리한다. 잘못된 법은 개정을 통해 바꾼다. 양배추와 돈가스 조합 또한 때에 따라 바뀌어야 한다.
얼마 전이었다. 서울에서 돈가스로 이름이 널리 알려진 곳에서 밥을 먹었다. 가격도 만 원 후반대로 제법 비싼 곳이다. 일본처럼 비계가 붙어 있는 등심으로 만든 돈가스가 맛난 곳이다. 옛날식 돈가스도 나름의 맛이 있다.
그래도 두툼하게 튀긴 일식 돈가스, 특히 미디엄 레어로 익힌 것을 입안 가득 채워 넣고 우걱우걱 씹는 맛이 한 수 위다. 내 기호에 맞게 튀겨서 나온 것을 먹고는 양배추를 먹었다. 돈가스를 다 먹을 동안 다시는 젓가락이 양배추로 가는 일이 없었다.
아삭한 식감은 여느 양배추와 다르지 않았다. 다만, 맛이 아무 맛도 없었다. 소스 맛 외에는 재료 자체에서 나는 맛이 아예 없었다. 씹을수록 단맛이나 고소함은 없고 물맛만 났다. 씻을 때 물기를 덜 빼서 그런 것은 아니다.
양배추 맛 💧
여름 양배추 맛의 특성은 물의 맛이다.
습도가 높은 여름이다 보니 양배추가 품고 있는 수분이 겨울보다 많다.한여름에 밥맛 없을 때 양배추 쌈을 먹는다. 맛있을 것처럼 보여 맛을 보면 역시나 된장 맛밖에 안 난다. 여름 양배추라서 그렇다.
5월이나 6월 초의 양배추는 그냥 먹어도 달다. 겨울에 생산한 것을 그때까지 보관 유통하기 때문이다. 보관하면서 수분 또한 증발해서 단맛이 더 나기도 한다.
여름철 양배추는 삼가하자
돈가스에 양배추를 사시사철 낼 필요는 없다. 배추나 양배추가 강원도에서 나오기 시작하면 다른 가니쉬를 찾는 게 좋다. 제철인 감자, 아삭한 맛이 일품인 오이를 활용하는 것이 좋다.
분질 감자와 삶고, 오이를 채 썰어 샐러드 또한 좋다. 아니면 오이만 채 썰어 내는 것이 어떨까 싶다. 맛없는 양배추를 굳이 낼 필요는 없다.
일본에서 돈가스 먹을 때 항상 양배추가 나온다. 일본의 여름은 우리보다 더 덥다. 하지만 나온 양배추를 맛보면 달다. 위도가 높은 홋카이도가 있기에 가능하다. 반면 우리는 불가능하다. 여름 양배추는 농약으로 키운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과량의 농약을 살포한다.
기후가 맞지 않으니 농약이 필수다. 겨우 모양만 ‘양배추스럽다’. 여름에 양배추는 그만 사용했으면 한다. 양배추 제철을 알면 낼 수가 없다. 내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다. 맛있을 때 내야 하고 손님에게도 양해와 이해를 구해야 한다. 양배추 뭣이 중헌디 알면 여름에 내지 말아야 한다.
양배추즙 여담
여담으로 양배추즙은 과음으로 속 쓰릴 때 가끔 마신다. 양배추의 비타민 U 성분이 위 염증을 완화한다. 며칠 달리고 나면 밥을 먹어도 속이 쓰릴 때가 있다. 이때 며칠 동안 양배추를 먹으면 거짓말처럼 가라앉는다.
좋은 양배추즙을 고르려면 성분 중에 브로콜리 함량을 봐야 한다. 양배추만 있는 것보다는 브로콜리가 5~10% 정도 들어가 있는 것을 선택하는 것이 좋다. 참고로 브로콜리는 양배추 꽃대가 모인 것이다. 꽃이 모인 것은 콜리플라워다.
농산물 전문가 김진영이 전해주는
생생한 식재료 이야기 뭣이 중헌디?!
👉 고기는 씹어야 맛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