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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장님119
재료와 타협하면 안 되는 이유
[민쿡] #나의_식당창업_분투기 #4편 #식재료 #초심
민쿡
주방설계 및 외식경영 전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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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식당창업 분투기 | 4편
재료와 타협하면 안 되는 이유




정신없이 지나간 10개월


하루에 300만 원씩 찍을 것 같았던 나의 기세는 하루에 30만 원이라는 매출에도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저조한 매출에 대한 나의 해석은 상당히 관대했다. 날씨가 좋지 않아서, 카드값 갚는 날이라, 경기가 나빠서 등…. 가끔 생기는 일이지만 손님이 많이 드는 날은 직원들이 거품을 물 정도로 힘들어했고, 손님 없는 날은 직원들이 미안해할 정도로 손님이 없었다.

매출의 기복이 심하다 보니 식재료 준비량을 맞추기 어려웠다. (신규 매장들은 되도록 빨리 매출 기복을 잡는 것에 집중해야 한다.)

손님이 좀 많을 것 같아서 준비를 많이 해 놓으면 손님이 없고, 손님이 없을 것 같아서 준비 안 하면 그날따라 손님이 들었다. 어쩌란 건지….




직원에서 사장이 되어보니...


사장이 되니 아내도 직원들도 나에게 물어보는 일이 많아졌다. 나는 그 질문에 답을 해야 했고 결정을 내려줘야 했다. 이 ‘결정’은 내가 장사를 시작하기 전에는 생각하지도 못한 일이었다.

하지만 결정해야 하는 일은 너무 많았고, 쉽게 내리기 어려워 자주 망설였다. 이것을 결정하면 저것이 걸리고 저것을 결정하면 이것이 걸렸기 때문이다.

(식당을 시작하면 생각보다 많은 결정을 내려야 한다. 하지만 생각보다 오래 고민한다. 그것은 고민이 아니다. 그냥 망설임일 뿐이다. 단지 손해 보기 싫은 마음에 생기는 망설임이다.)


업주가 되기 전, 직원 입장에서 볼 때 간단해 보이고,손가락만 까딱해도 될 것처럼 쉬워 보였던 일들이 식당업주가 되어 결정하려 하니 어려웠다.

그리고 장사를 하면 할수록 정말 힘들었던 것은 기존에 있던 주방 동선을 그대로 쓰는 일이었다. 매출은 별로 없는데도, 일이 힘들게 느껴졌다. 업무의 효율성이 너무 떨어졌다.

기존 한식당과 카페 형태에 맞춰진 조리 환경을 우리 식당의 조리과정에 맞는 동선으로 다시 설계하고 주방 시설들을 옮겨야겠다고 생각했다.

한 번에 할 수 없으니 조금씩 장비를 옮기고 조리 방법도 조금씩 바꿨다. 냉장고를 빼고 옮기고 다시 넣고… 난생 처음 해보는 일이라 여러 시행착오가 있었고, 생각보다 오래 걸렸다.




타협을 하기 시작했다




주방의 동선을 바꾼 뒤로는 업무의 효율이 엄청나게 향상됐다. 손님이 좀 몰려 들어와도 우왕좌왕하는 일이 줄고 일도 줄어든 느낌이었다. 하지만 손님이 없다는 심각한 문제는 해결하기 어려웠다.

그러다 보니 준비한 식재 상태가 나빠졌다. 나의 의도였든 아니었든 시간이 지날수록 그런 식재료로 조리된 음식이 손님상에 올라가는 일이 빈번해졌고, 나는 음식을 낼 때마다 ‘이 정도면 괜찮겠지?’ 라며 타협하기 시작했다.

손님이 먹는 동안 멀리서 손님의 눈치를 봐야 했다. 손님이 아무렇지 않게 먹으면 안심했고, 다소 손님이 인상 쓸 때면 걱정했다.

💬 ‘아… 지금 생각해보면 얼마나 한심한 짓인가?’

그것은 먹고살겠다고 하는 도둑질과 다를 바 없었다. 시간이 지날수록 직원들 보기에도 창피했다. 요리사로서 자부심이 있었고 자존심을 지켜야 한다고 다짐하고 떠들고 다녔는데, 생활비도 안 나오는 상황이 오다 보니 자꾸 잘못된 선택을 했다. 이렇게 빨리 무너질 줄이야…. 요리를 시작했을 때의 초심이 뿌리째 흔들리기 시작한 것이다.

장사가 안되자 술과 담배는 점점 더 늘었고 식당을 시작하기 전보다 몸무게는 훨씬 더 불었다. 한심하게도 손님도 없고, 매출도 없는데 직원들 사기 올려준다며 회식은 자주 했다. 나를 더 힘들게 한 건 아내와의 다툼이었다. 그렇게 순했던 아내가 점점 목소리도 커지고, 화도 자주 내는 사람으로 변해갔다.

하루 12시간이 넘는 노동이 아내를 예민하게 만든 것이다. (가족경영 식당에서 다툼이 잦은 가장 큰 원인 중 하나는 고강도 노동으로 예민해지기 때문이다. 근무 시간만 줄여줘도 가족끼리 다투는 일은 확연히 줄어든다.)

내가 힘이 들고 짜증 날 때면 항상 가장 가깝고 다 받아줄 것 같은 아내에게 탓을 하고 큰소리를 쳤다. 그 문제의 시작이 ‘나’라는 것을 그때는 전혀 알지 못했다.

식당에서 변하지 않는 것은 없다. 식당은 메뉴와 동선, 근무 환경 등 그 상권의 손님에 맞게 변해야 한다.

그럼에도 변치 말아야 할 것이 있다. 내가 처음에 다짐했던 초심, 그것만은 지켜내야 한다.


외식경영 전문가
민쿡의 식당창업 분투기


👉 장사는 자기절제와 휴식이 필요하다




2022년 05월 3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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