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식당창업 분투기 | 3편
장사할 때 절대 잊으면 안 되는
자기절제와 휴식
장사를 시작하고
첫겨울로 접어들었다
날씨는 점점 매섭게 추워졌다. 한 달 동안 하루도 쉬지 않고 열심히 계속 일만 했지만, 매출은 떨어져 수익 계산기를 매일 두드려 봐도 월급쟁이보다 못한 수익이었다.그래도 들어간 돈이 있으니 사업을 중단한다는 것은 꿈에도 생각하지 않았다. 이제 시작이니까 내가 더 열심히 해야겠다는 생각만 들었다.
젊고 열정은 있어서 직원들과 파이팅 하겠다며 거의 하루건너 회식이었다. (고강도의 노동자에게 술은 쥐약이다. 또 회식은 생각보다 많은 문제를 일으킨다.)
13시간이 넘는 고강도의 노동으로 저녁마다 술 생각이 났고, 그 시간만이 나의 유일한 휴식 시간으로 여겨졌다.
매장에서 연기 같은 게 올라왔다
늦게까지 술을 마시고 다음 날 아침 장을 보고 와 9시쯤 매장 앞에 도착했다. 연기 같은 것이 수족관 위로 올라오는 것이 보였다.
나는 불이 난 줄 알고 놀라 수족관 앞으로 급하게 뛰어갔다. 수족관 위로 올라오는 것은 불이 아니라 수증기였다. 수족관 안 바닷물에서 올라오는 김이었다. 너무 깜짝 놀랐다.
수족관에는 매운탕에 떠다니는 생선처럼 눈깔이 하얗게 변하고 껍질도 색깔이 변해 마치 생선 맑은국에서나 볼 수 있는 우럭과 광어가 보였다.
수족관 유리에 손을 대보니 수족관이 따듯했다. ‘아 이런…’, 그때야 알아챘다. 수족관 온도센서가 밖으로 빠져나와 있다는 것을.
온도계가 밖으로 나와 있는 상황에서 온도를 맞추려고 히터가 최대한 가동되고 있었다.
원인은 어제 술안주로 광어를 먹겠다고 주방 보조가 광어를 건지다 온도센서를 건드려서, 온도센서가 밖으로 나와 있었던 것이다. 수족관이 대형 매운탕 냄비가 되었다.
💬 ‘주말이라고 활어를 평소보다 두 배는 많이 넣어 뒀었는데, 이게 무슨 일인가… 나에게 왜 이런 시련을 주시는가.’
불행 중 다행인지 중국산 점성어 두 마리는 살아있었다. 너무 더워 고통스러운지 심하게 아가미를 벌름거렸다.
매출은 없는데
비싼 식재까지 버려지게 되었다.
내 자신이 너무 원망스럽고 한심스럽고 절망스러웠다. 이때 처음으로 ‘내가 왜 식당을 시작했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그나마 2마리 남은 점성어를 살리겠다고 죽은 활어를 다 건져내고 수족관의 물 온도를 낮추기 위해 제빙기의 얼음을 몽땅 다 붓고 소금을 한 바가지 넣었다.
이날은 장사도 못 하고 하루 종일 수족관의 점성어를 살리려고 애썼다. 하지만 퇴근 직전 점성어 두 마리마저 황천길을 떠났다.
‘급한 마음에 소금을 너무 많이 넣었나...’ 점성어가 바닷물에 빠져 죽은 것처럼 나도 식당에 빠져 죽을 거 같았다.
다음 날부터 우리 매장의 직원 식사는 일주일 내내 갖가지 광어와 우럭요리였다. 광어가 너무 많아 몇 마리는 모텔 옥상에 널어 말렸다.
이 추운 겨울 동안 먹으면 딱 좋을 거 같았다. 그날부터인가 나는 장사 의욕을 잃었고, 아내도 많이 지친 모습이었다.
이제 7개월밖에 안 했는데…. 아내는 그전부터 그만하자고 했지만, 나는 들어간 돈 때문에 도저히 그만 둘수가 없었다.
손님이 떨어지는 수만큼
담배와 술은 늘어갔다
어떤 경우에도 휴식 없이 장사하는 것은 스스로 무덤을 파는 일이다. 휴식을 취하지 못하고 장사를 하면 장사가 더 싫어지고 집중력도 떨어진다.
고된 노동으로 사업의 방향이나 구상을 하기 어렵고, 장기간 견디기 어렵다. 쉬지 않고 벌어들인 돈이 지금은 내 주머니에 있으니 내 돈 같지만, 그 돈은 다 병원에서 소진해야 할 때가 온다.
장사를 오래 할 생각이라면되도록 더 많이 쉴 것을 권한다. 열심히 하는 것보다 잘하는 것이 중요하다.
겨울이 막바지에 이르렀지만 군대에서 겪은 겨울보다 더 추운 겨울 같았다.
해가 중천에 떠도 볕이 잘 들지 않는 지하 방의 곰팡이 때문에 결국 아내와 나는 피부병이 생겼고 음식을 해야 하는 나는 하루 종일 긁어 가면서 일을 할 수 없어 무리해서라도 이사를 갈 수밖에 없었다.
통풍이 잘되고 햇볕이 잘 드는 3층의 작은 원룸으로 이사를 갔다. 그 덕에 피부병은 나아졌지만, 부부싸움은 더 잦아졌다.
모든 상황은 점점 나빠져만 갔다
나는 항상 피곤함에 절어있었고 우리 부부의 대화는 점점 줄어들었다. 직원들도 하나둘씩 그만두거나 무단결근이 잦아졌다.자꾸 월급 받고 출근을 안 하니, 직원 급여를 보관하고 주는 일명 ‘급여 깔고 주기’를 시작했다. 직원들이 월급 받고 출근하지 않을 때, 급여를 안 주거나 늦춰줘서 직원을 골탕 먹이는 방법이다.
나도 일반식당에서 일할 때, 사장한테 당했으면서도 나도 그 짓을 시작한 것이다. 급여를 깔고 주는 것은 직원을 못 믿는다는 것을 전제로 시작하는 방법이다. 이럴 경우 직원들이 매장에 애착이 가지 않는 것은 당연하다.
장사가 안돼 활어를 많이 쓰지 못해서, 활어 거래처에 물건을 주문할 때 광어 1마리 우럭 2마리 이렇게 소량으로만 주문하니 기름값도 안 나온다며 거래를 끊기까지 했다.
업체가 거래를 끊는 갑질을 하다니…. 이 얼마나 우울한 일인가. 직원도 그만두고 식자재도 안 갖다주고 몸은 힘들고, 봄은 언제 오는 건지…. 다행히 봄이 오기 전에 피부병은 다 나았다.
장사에는 '최소한'이라는 것이 있다.
그 최소한 밑으로 내려오는 순간, 대부분 포기해야 하는 상황이 왔다는 증거다. 그런 악순환에 빠지지 않으려면 시작부터 강한 상품력을 갖는 것이 성공 확률을 높인다.
외식경영 전문가
민쿡의 식당창업 분투기
👉 금붕어만 있고, 손님은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