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임신을 했다. 기쁨과 우려가 교차했다.
'카페는 어떻게 하지?' 임신 초기, 무척이나 졸렸다. 한 것도 없는데 정말이지 졸리고 피곤했다. 손님들이 없으면 테이블 하나에 팔을 베고 엎드려 누워있었다.
그러다가 들어오는 손님들이 나를 보고, 그냥 나가는 일도 있었다.
그 뒤로는 카운터 뒤 구석에 수그려 앉아서 졸았다. 잘 먹어야 한다는 생각 하나로 김밥을 사들고 출근을 했다.
그러나 입덧이 너무 심해서 먹고 토하기를 반복했다.
카운터에서 주문하고자 하는 손님을 내버려 두고 화장실로 뛰어가기도 했다.
그날의 원두가 어떤지, 내린 커피 맛은 어떤지 알기 위해 매일 아침마다 에스프레소를 내렸었지만, 이제 그럴 수 없었다.
카페 사장이면서 커피를 마시지 못했다. 어떤 맛인지 알지 못하는 상태로 손님께 대접했다. 그게 무척이나 신경 쓰였다.
임신 중기, 배가 불렀다.
체중은 20kg가량이 쪘다. 중기지만 나는 만삭의 몸이 되었다.
낮에는 김밥으로 때우고, 저녁에는 배달음식으로 허기를 채웠다.
잘못된 식습관과 카페를 지키느라 온종일 앉아있어 체중만 불었다. 카페를 휴업해야겠다고 진지하게 고민했다. 하지만 막막했다. 월세, 관립, 전기비 등등의 그 수많은 고정비는 어쩌냔 말이다.
카페 문을 닫아도, 전기를 쓰지 않아도 전기세는 나간다. 가정집과 다르다. 상업용 전기는 '계약'을 체결하기 때문이다. 모든 전원을 차단해두어도 기본요금이 4~5만 원 정도가 발생한다.
계약해놓은 인터넷 요금은 어쩌고, 남은 카페 재료들은 어쩌냔 말이다. 하지만 어느 날 카페로 출근하기 위해 운전대를 매는데, 핸들에 손이 안 닿였다.
나는 그 뒤로 휴업을 결정했다. 단골손님들과 하고 있는 독서모임이라던가 그림 그리기 모임을 위해서, 그날만, 딱 그날만 손님들을 위해 가게를 열었다.
12월 9일, 출산을 했다.
휴업을 결정한 뒤로 잘 먹고, 잘 자고, 잘살아서 그 뒤로 10kg가 더 쪘다.
총 30kg나 쪘다. 그래서 아이도 무려 4kg대에 출산했다. 그날 나는 산부인과에서 1등을 했다.
그런데 4kg 가빠져나갔는데도 체중은 되려 2kg가 쪄있었다(지금 생각해도 어이가 없네) 출산의 과정은 한 마리의 짐승 같았다. 아이의 머리가 커서 질과 항문이 이어졌다. 항문을 꿰매는 과정은 마취 중이라 아프지도 않았지만 나는 아프다고 의사 선생님께 울부짖었다.
며칠의 조리 뒤 집으로 돌아왔다. 그런데 아이는 3시간마다 배고프다고 울었다. 그러니까, 낮시간에 3시간마다 우는 게 아니라 24시간 중 3시간마다 울었다.
3시간마다 울고, 먹고, 자고를 반복했다. 출산을 하자 내 몸은 아이에게 적합하게 바뀌어갔다. 가슴에는 젖이 만들어지느라 찌릿찌릿 통증이 돌았고, 젖이 차오르면 땡땡해서 고통스러웠다. 그리고 12월의 마지막 주, 나는 아이를 부모님께 맡기고 카페에 출근을 했다.
오랫동안 문을 닫아두면 손님들이 떠날까 봐 두려웠다.
타지에서 새벽에 출근해서 밤늦게 퇴근하는 남편이 벌어다준 월급을 비어있는 공간의 월세로 내는 게 무척이나 아까웠다.
남편의 시간이 벌어다준 돈을 그저 흘려보내는 것 같아 죄스러웠다. 생계에 대한 두려움도 생겼다.이젠 둘이 아닌 '셋'이니까.
하지만 출근한 지 한 시간도 안되어 가슴에서는 젖이 흘러나왔다. 젖은 윗옷을 푹 적셨다. 가슴은 어서 젖이 차올라서 빵빵하게 부어있었다. 이러다 터지는 건 아닐까 걱정되면서 또 부어오르는 느낌이 고통스러웠다.
갓 태어난 아이를 엄마가 아닌 다른 사람의 손에 맡기고 왔다는 죄책감은 그 이상으로 나를 짓눌렀다.
카페를 지키며 앉아있는 시간이 버겁고 힘들어진다. 그렇게 온종일 카페를 지키며 번 그날의 매출은 '0원'이었다. 몇 개월 휴업한 영향이 그대로 드러난 것이다.
나는 그렇게 연장 휴업을 결정했다.
그리고 단골손님들과 하고 있는 독서모임을 위해서 정해진 그날만 문을 열었다. 내게는 3살짜리 남자아이 한 명이 있다. 하필이면 12월에 태어나서 나이 하나를 거저먹었다.
가끔 이 아이를 데리고 카페&서점에 출근을 하는데, 일을 도와주기도 한다. 행주로 테이블을 닦거나, 손님들이 읽고 간 책을 가지런히(?) 정리한다.
그래서 알바로 채용하기도 했는데, 손님들 사이에 '쪼꼬미 알바생'이라고 소문이 났다.
손님들이 뽀로로 빵이며 초코바며 간식을 가져다줘서 알바생은 무척이나 행복하게 일을 한다. 단것만 많이 먹어서 큰일이다. 그런 알바생을 바라보고 있으니 갑자기 만감이 교차한다.
남편이 없었더라면, 혼자인 나는 어떻게 되었을까?
육아휴직도 없는 그 수많은 자영업자들은 어떻게 버티고 있는 것일까?
아이를 온전히 돌보지 못한다는 죄책감, 아이를 일찍 어린이집에 보내서라도 가게문을 열었지만 돌아온 매출장부를 보고 오는 허탈함은 어떻게 견뎌냈을까?
온종일 일을 하다 집에 들어가 집안일도 하고 아이를 돌보는 삶의 무게는 어떻게 지탱할까?
손님이 준 마카롱 하나를 나에게 가져와 봉지를 뜯어달라는 무언의 눈짓을 보내는 아이를 바라본다.
손님에게 감사하다는 인사를 건네고 아이에게 봉지를 뜯어준다. 아이는 봉지를 털어 마카롱을 꺼내어 크게 한입 깨물어먹는다.
온 혀를 아릿하게 하는 단맛에 그저 좋아하는, 너무 좋아서 돌고래소리를 내는 아이를 그저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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