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랜차이즈 실패 법칙
1편 - 이지컴 이지고의 법칙
“쉽게 빨리 매장이 늘어난 프랜차이즈 브랜드는
역시 쉽게 빨리 브랜드가 꺾이고 사라진다.”
한국은 세계사에서 유례를 찾기가 어렵다는 속도로 성장하여 선진국 문턱 진입에 성공한 국가이다. 그런 탓에 속도는 우리 삶의 미학이 되었고, 대다수가 지향하는 방법론과 수단으로 자리매김한 지 오래다.
프랜차이즈도 예외는 아니어서 1년 만에 몇백 개 매장을 오픈시키는 매장과 브랜드가 우후죽순 생겨났고, 지금도 그것을 목표로 뛰고 있는 프랜차이즈 본사가 아직도 많다.
그렇다면 과거에 1~2년 사이 빠른 속도로 매장을 수백 개씩 오픈했던 프랜차이즈 브랜드는 지금 어떠한가?
1997년경에 불과 1∼2년 사이 매장 315개를 오픈하며, 당시 매장 340개 배스킨라빈스 아이스크림의 강력한 경쟁자로 떠올랐던 쓰리프티 아이스크림은 동네마다 아직도 매장이 살아있는가?
1990년대 말, 전국에 500~600개를 삽시간에 오픈시켰던 하이트 광장은 몇 개 남아 있는가? 2000년대 들어 유행했던 닭갈비, 우동 브랜드들은 어떠한가?
모두 망해 사라져 버린 탓에 이제 찾아보기 어렵게 되었다.
🍴 1990년대 후반 프랜차이즈 브랜드 🍴
[잘못된 상권 결정으로 사업 철수한 하이트 광장, 카스타운]
위 표와 같이 그들이 정점을 찍은 후 사라지는 데 불과 1∼2년도 걸리지 않았다. 여기서 우리는 재미있는 현상을 찾을 수 있다.
그것은 프랜차이즈 브랜드가 1호점을 오픈해서 매장을 전개한 후, 정점(보통, 전국 최대 매장 수)을 찍을 때까지 걸리는 기간과 정점을 찍고 브랜드 성장세가 꺾여 매장이 망해 없어져 버리는 시간이 거의 비례한다는 것이다.
특히 이것은 해당 본사의 첫 번째 프랜차이즈 사업 브랜드일 경우 더욱 밀접한 관계로 나타난다.
🍦 국내 아이스크림 프랜차이즈 🍦
(단위 : 개)
[300개 이상의 매장이 있었으나 사업 철수한 쓰리프티]
물론 첫 번째 브랜드를 성공시킨 프랜차이즈 본사에는 운영노하우, 사업 인프라, 전문화되고 훈련된 인재들을 통해 구축된 프랜차이즈 시스템이 있기에 두 번째 브랜드 사업 전개 속도는 더 빨라질 수 있다.
그 예로 놀부도 첫 번째 브랜드인 놀부보쌈보다 후속 브랜드인 놀부부대찌개의 매장 전개 속도가 더 빨랐다.
부실 프랜차이즈의 최대 가맹점수 및
본사 운영기간 및 브랜드
(단위 : 개)
위 표에 나와 있는 육영탕수육은 불과 1~2년 사이 650개 매장을 확대했지만, 본사가 장악하고 컨트롤하기 어려운 8도 가맹지사 시스템, 전문성 없는 오더맨을 통한 가맹영업 등 부실한 사업 방식으로 1~2년 사이 망해버렸다.
이처럼 빨리 일어선 브랜드는 빨리 망해버린다. 프랜차이즈는 결코 속도 위주로 사업해서는 안 되며, 매장개설만을 목적으로 해서도 안 된다. 즉, 프랜차이즈는 충분한 시간을 들여 시스템을 구축하고 차근차근 전개해야 한다.
1∼2년 내 빨리 큰돈을 벌고 싶은 기업은 프랜차이즈 가맹사업보단 다른 사업에 뛰어들어야 한다. 이런 현상이 나타나는 이유는 너무도 자명하다. 프랜차이즈 사업은 유통업에 있어 대표적인 지식사업이기에 프랜차이즈 시스템 구축이란 말이 늘 붙어 다닌다.
각 분야에 구축해야 할, 분야별 지식이 방대하기 때문이다. 이런 이유로 체계적이고 전문적인 프랜차이즈 시스템 구축 없이 주먹구구식으로 매장확장에만 목표를 두고 시간에 쫓겨 속성으로 구축한 시스템은 속성으로 무너질 수밖에 없다.
기본적인 프랜차이즈 업무구성만 보아도 기획팀, 마케팅팀, 가맹영업팀, 상권분석팀, 점포개발팀, 매장 인테리어팀, 매장 오픈팀, 매장관리(S/V)팀, 물류팀, R&D팀, 교육팀, 경영관리팀 등의 업무가 있다.
프랜차이즈 시스템 준비기간에 이런 업무들이 체계적이고 전문성을 가진 조직으로 구축해야 한다.
각 분야마다 요구되는 전문성은 한두 달 배워서 쉽게 처리할 수 있는 수준이 아니라, 분야별로 최소 수년간 습득하고 연마해야 기본을 갖출 수 있다.
💼 프랜차이즈 기본업무별 팀 구성표 💼
또 이 업무들이 서로 유기적으로 관계를 맺고 체계적인 시스템을 통해 제대로 스피드 있게 움직일 때 비로소 프랜차이즈 시스템이 구축되었다고 볼 수 있다.
따라서 이런 구조와 시스템을 오너의 단순한 사업적 욕심과 부하직원의 전문성 없는 충성심으로 프랜차이즈 사업을 과도하게 빠른 속도로만 진행하면, 매장은 망가지고 시스템은 무너져서 본사는 주저앉게 된다.
반면, 일본에는 장수 브랜드가 많다. 우리나라 투다리가 벤치마킹한 브랜드인 대길은 이미 40~50년을 넘어서는 브랜드이다.
이로하니호또, 토라야, 쿠라노쇼, 교자노오쇼 등도 대부분 30∼40년 넘는 브랜드이다. 프랜차이즈의 백미는 장수 브랜드이다.
장수 브랜드가 됐다는 것은 그만큼 시스템이 잘 갖춰져 있다는 뜻이다. 그리고 30~40년 이상 이 치열한 시장에서 버티기 위해서 끊임없이 변화하고 발전했다는 것으로 볼 수 있다.
고객은 이기적이고 냉정해서 조금만 만족도가 떨어지거나 가성비가 떨어진다고 느끼면, 그 브랜드를 바로 외면하고 다른 브랜드를 선택해 버리는 일이 다반사이지 않는가.
우리나라의 파리바게뜨, 놀부보쌈도 이제 30년을 넘기고 있으니 장수 브랜드라 불릴 만하다. 현재 매장 수가 3,500개가 넘은 파리바게뜨는 1986년에 1호점을 시작했지만, 매장 수가 바로 육영탕수육처럼 늘어나지 않았다.
파리바게뜨는 시스템을 서서히 준비하면서, 경쟁력을 키워오다가 약 10년 뒤인 IMF 전후해서 매장이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한해에 200~300개씩 매장이 폭발적으로 증가해서 현재 우수 브랜드가 되었다.
그 당시 필자는 프랜차이즈 특강을 해주러 2~3년간 계속 파리바게뜨 신규점 주 단체교육에 강사로 매달 강의하게 되었다. 모두가 망한다는 소리만 들려오던 IMF 때인데 매달 다음 달 오픈 예정인 신규 점주들을 20~30명을 만날 수 있었다.
파리바게뜨는 1~2년 사이 만들어진 브랜드가 아니다. 비슷한 시기에 맥필드베이커리 브랜드는 2년 사이 700여 개 매장을 오픈했지만, 몇 년 버티지 못하고 모두 망해버렸다.
[판교에 오픈한 랩 오브 파리바게뜨]
프랜차이즈에서는 누가 전국 브랜드를 만들어 더 오래 장수하느냐가 사업의 관건이다. 전국 확산 브랜드와 동시에 장수 브랜드가 되는 것이 모든 프랜차이즈 사업 계획의 첫 번째 전제가 되어야 한다.
📈 공정거래위원회 등록 본사 및
브랜드 수 추이 📉
(단위: 개)
빨리 만든 브랜드는 빨리 망가지고 서서히 잘 준비해서 만든 브랜드는 매장 수가 많아져도 체계적인 시스템으로 계속 운영해나갈 수 있다.그러기 위해서는 주먹구구식 급진적 매장 전개를 피하고, 체계적으로 차근차근 하나씩 시스템을 구축해나가는 방식으로 사업 진행을 해야 한다. 서두르지 말아야 한다. 단시간에 일확천금을 노리는 사업계획을 통해서는 우수한 장수 브랜드가 만들어지지 않는다.
프랜차이즈 시스템을 구축한다는 것은 빌딩을 건축하는 것과 같다. 기초공사가 제대로 되지 않는다면 사상누각인지라 결국에는 오래 못 버티고 무너지고 만다.
기초를 제대로 다지지 않고서도 높게만 층수를 쌓으면 괜찮아 보이는 빌딩이 될 거라는 기대는 버려야 한다.
이것을 간과하면 결국 멀지 않은 장래에 자신들이 쌓아 올렸던 빌딩이 무너지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앞만 보고 더 높이, 더 빠르게만 외치면서 쌓는 데만 집중한다면, 그만큼 빠르게 무너질 뿐이다.
그래서 쉽게 온 것은 쉽게 가는 이지컴, 이지고(easy come, easy go) 법칙이 프랜차이즈에도 적용되는 것이다.
🧐 이지컴 이지고 법칙이란?사업 초기 프랜차이즈 시스템을 체계적으로 구축하지 않고 가맹점 수만을 늘리는 데 급급했던 기업들은, 수년 사이 수백 개 매장으로 급성장할 수 있지만 모두 몇 년 버티지 못하고 사라지게 되는 법칙을 말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