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슬기로운 사장생활 | 2편 🦉
“초보사장이여, 나이 지위는 잊어라.현장 리더십은 경험적 우위에서 나온다”
처음 겪는 위기는
반드시 함께 뛰어들어라 🤝
아무리 경력이 많아도 처음 겪는 위기는 항상 생기게 마련이다. 경력 10년 차인 세 번째 주방장을 채용한 지 얼마 안 돼 주방 하수구가 역류했다. 오래된 건물인지라 이전에도 전문 업체를 불렀는데 해결되지 않았던 것이다. 게다가 이번에는 하수관에 묵혀있는 기름때까지 올라와 주방 바닥이 온통 미끄러워서 요리하기가 불가능한 지경이 되었다.😌 ‘아 하필이면 새 주방장을 채용한 시점에 이런 일이..’
무엇보다 막 새 식구가 된 주방장에게 미안했다. 직접 해결해야겠단 생각에 주방장과 함께 머리를 맞댔다. 이전 업장에서 효과를 봤다는 용해제를 구매하고 기계로 하수구 내부를 긁어내며 용해제 투입을 반복했다. 휴관일에도 직접 작업했고, 이때 근무시간 보존을 위해 주방장은 따로 부르지 않았다.
달라진 사장, 달라진 직원
결국 문제는 해결했는데 이 시점이 바로 COVID-19 가 발발한 지 얼마 되지 않은 2020년 3월이었다. 손님은 크게 줄었고, 따로 홀 직원을 뽑지 않은 채 최근까지 필자와 주방장 둘이서 2년을 버텼다. 올봄에 매출이 거의 회복됐는데, 며칠 전 영업 마감 후 야식에 소주 한 잔 나누며 그동안 고생한 이야기를 나누던 중 살짝 취한 주방장이 이런 말을 했다.🤭 “저 그때 사실 대표님 혼자 나오셔서 하수구 퍼내시는 거 보고 생각했죠. 사장이 이런 분이라면 이 가게는 어떻게든 버텨질 거다. 웬만하면 끝까지 함께 가봐야겠다고 말이죠.”
역설적으로 주방장이 없었으면 코로나 시국에 가게는 유지되지 못했을 거다. 서로 조금씩 양보하고 공생하려 노력했기에 버틸 수 있었다. 만약 내가 그때 적극적으로 문제를 해결하지 않고 ‘이건 주방 문제이니 경력 많은 주방장 당신이 알아서 처리하세요’ 했다면 하수구 역류보다 훨씬 더 심각한 위기 상황을 맞이했을 것이다.
초보 사장이 저지르는 흔한 실수
자영업 사장이 된 이후 새롭게 보이는 몇몇 장면이 있다. 그중 하나가 식당 사장이 손님 들으라는 듯 직원들에게 고압적으로 질책하거나 큰 소리로 지시 내리는 모습이다. 이는 ‘초보 사장’의 경험 부족으로 인한 불안감에 나오는 경우가 많다. 직원 실수가 마치 식당에 결정적인 피해인 것처럼 과대 망상하기 때문인데, 정작 고객이 더 불편하게 느끼는 건 대놓고 질책하는 가게 분위기, 즉 사장 본인이다.실무 경험이 충분한 사장에게는 직원의 대부분 실수가 사소하게 보인다. 실수를 만회하고 대응하는 여유가 있다. 고객이 불편하지 않게 부드러운 어조로 상황을 정리하며, 때론 직접 나서서 문제를 해결한다. 이는 마치 초보 부모가 첫째 자녀에겐 한없이 엄격하다가 둘째에겐 다소 관대해지는 것과 비슷한데, 그렇게까지 야단 떨 필요가 없단 걸 경험을 통해 알게 된 것이다.
충분한 경험 있는 사장이
직원을 대하는 법 💡
필자도 두 번째 채용했던 홀 직원에게 고압적으로 대했던 적이 있다. 스승처럼 삼았던 첫 번째 홀 매니저가 떠나 불안했던 것이다. 고압적인 지적보다 더 효율적인 것은 조용히 직원의 실수를 사장이 커버한 후 별일 아닌 듯 해당 직원에게 자신이 개입한 이유를 조리 있게 찬찬히 설명해 주는 것이다.만약 같은 실수가 반복되거나 사장이 커버해준 것을 편히 여기며 업무 스킬이 나아지지 않는다면 채용을 잘못한 거다. 결국, 사장 책임인데, 필자의 경우 다행히 그런 직원을 만난 적은 없었다. 현장 경험치가 쌓이면서 새롭게 뽑은 직원을 리드하기가 점점 쉬워지고, 화낼 일도 점점 줄어들었다.
어떤 마음으로 직원을 대하는가
생각해보면 직원은 원래 사장이 해야 하는 일을 일정 대가를 받고 매일 나와 대신 해주는 사람들이다. ‘사장이 할 줄 모르는 일이니 돈 주고 시키는 거고, 돈 받은 이상 알아서 척척 해야 하는 거 아닌가’하는 생각은 초보 사장이 흔히들 하는 착각이다. 그런 맘으로 직원을 대하면 계속 화만 내게 된다. 어떤 직원도 사장 마음과 같을 순 없기 때문이다.어떻게 보면 손님 이상으로 고마운 사람들이 직원인데, 그들에게 화내는 건 경험 부족을 드러내는 것,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니다. 코로나 2년간 홀 직원 없이 홀로 손님들을 응대하면서 깊이 깨달았다. 어떤 상황에도 홀로 다 쳐낼 수 있다는 자신감이 생기면 직원의 웬만한 실수에도 전혀 화가 나지 않는다. 충분히 대응 가능하기 때문이다. 그만큼 공력이 쌓였다는 이야기다.
지훈아울의 좌충우돌 자영업 경험담
🦉 슬기로운 사장생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