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디까지 해봤니?]
소상공인 서바이벌
🚨 '철벽 코로나시대' 🚨
🥦 영양사, 웹콘텐츠 기획자에서 푸드 스타일리스트, 케이터러를 시작으로 소상공인 반열에 들어, 칼럼니스트, 음식 축제와 요리대회 기획, 메뉴개발, 강의 등을 하며 도시락 전문업체 나무그늘파크픽앤캐리를 운영 중. 🎤 음식으로 하는 모든 일들을 하며, 기업부터 탈학교 한 청소년, 외국인에게 관련 강의를 하기도 하고, 대통령에서 해외 유명 팝스타까지 살면서 만날 수 없을 것 같은 분들을 고객으로 만나면서 하루하루가 신기하고 즐거운 성취감에 도취되어 있다. 😏 먼 나라 에콰도르에서 온 카카오톡 주문을 스팸인 줄 알고 차단할 뻔하기도 했고, 대테러작전 행사에 나가 선도차량을 빼라고 해서 함께 일하는 셰프들을 기막히게 한 허당이자 머리부터 발끝까지 음식쟁이, 좌충우돌 소상공인으로 서바이벌 중. |
📃 ‘황혜성 선생님 팔순 잔치에 다녀왔습니다. 날이 좋았지만 바람이 불어 이리저리 사람들이 우왕좌왕할 때, 꼿꼿하게 앉아 묵묵히 바라보는 선생님 모습은 수십 년을 외길을 걸어온 사람에게 느껴지는 힘이 있었습니다. 저도 그렇게 평생을 ‘음식’을 공부하며 일하고 싶습니다.’ |
쉽진 않았지만 그 마음 변치 않고, 20년 넘는 세월 동안 ‘음식’을 통해 내가 원하는 일을 하고 있다. 콘텐츠 기획자, 케이터러, 메뉴개발자, 교육자, 칼럼니스트 등 내가 꿈꾸던 일은 다 ‘음식’을 통해 이루어졌다.
노동 강도는 있지만 순탄하게 일을 해왔고, 이에 힘입어 2010년에 가로수길에 차린 ‘나무그늘파크’라는 작은 테이크아웃 도시락집은 시작과 함께 소위 말하는 대박이 났다.
지점을 내달라는 예비창업자들이 찾아왔고, 백화점에서 입점 제의가 와서 실제 입점하기도 했었다.
하지만, 지금은 과거가 되어버렸다.(우리 지점 이야기와 백화점 입점기도 언젠가 이 칼럼을 통해 이야기하고 싶은 주제다)
2020년은 10년 차 되는 해여서, 안식 기간을 갖자고도 이야기했었다. 일해서 벌어야 생활할 수 있는 소상공인인지라 1년씩 쉴 순 없지만, 우리도 교수님들처럼 간지나게 안식월을 갖고, 좋은 곳에 가서 재충전하자고 계획했다.
처음에는 바람같이 지나갈 줄 알았던 역병 코로나를 만났다.
911테러, 사스와 메르스 장벽도 넘어왔던 나인데, 코로나도 곧 끝나겠지 싶었다.
다행히 2019년은 어떤 해보다 꽉 찬 연말을 보냈기에 마음도 지갑도 든든하게 채워져 있었다. 늘 바쁘고 긴장된 일상을 보냈으니 “다 지나가리라”라는 믿음으로 이참에 좀 쉬자며 신나게 놀았다.
예약이 좀 미뤄졌지만 우리에겐 아직도 수십 건의 예약 행사가 있지 않은가!💁♀️
우리 고객들은 대략 기업과 VIP, 그리고 좀 더 특별한 음식이 필요한 개인 고객들이다. 기업 예약의 경우 일정이 변동되는 일이 거의 없다. 예산이 넉넉해서 결제 걱정이 없고 고객 니즈에 맞춰 음식만 잘 준비하고 실행하면, 해냈다는 성취감 또한 컸다.
정해진 예산을 소진해야 하거나, 꼭 치러야 할 행사들이기 때문에 오늘이 아니면 내일, 내일이 아니면 모레 진행될 거라는 믿음이 있었다.
2020년 초 예약이 미뤄지고, 취소되고, 재예약되고 끊임없이 반복되던 어느 날, 지금도 기억난다.
아이들도 방학이어서 함께 신나게 놀던 그날, 거리두기가 시행되었다는 뉴스가 나오고, 전화 끊기가 무섭게 전화벨이 울리기 시작했다.
행사를 완전 취소하고 추후에 다시 계획을 잡아야 한다는, 약속이라도 한 듯 같은 시간에 연락이 왔다.
눈앞이 깜깜했다. ‘아! 이건 진짜 큰일이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고, 등골이 오싹해졌다. 우리가 열심히 해도 해결될 수 없는 문제가 터진 것이다.
뉴스에서는 연일 늘어나는 확진자와 사망자를 보도하고, 아이들 등교는 미뤄졌다.
대한민국에서 학교 문이 닫히는 걸 보게 되다니, 2년 정도 기다려야 치료제나 백신이 나온다는데 그때까지 우린 뭘 하고 살아야 할까?
머릿속에는 안 좋은 생각들이 도돌이표처럼 돌아가고, 불안한 마음에 잠도 안 왔다. 무엇보다 가장 힘들었던 건 사무실에 나가도, 매장에 나가도 별로 할 일이 없다는 거였다.
일하고 싶은데, 일이 없다니 그 막막함에서 벗어나려 하면 더 막막해지고, 우울해졌다. 우리 음식을 찾는 곳이 없다는 게 이렇게 절망적이라니…
그간 우리가 음식을 통해 얼마나 행복한 삶을 영위할 수 있었는지 알 수 있었다.
한동안 마음의 갈피를 잡지 못하고 방황할 즈음, 한 줄 희망 같은 예약들이 들어오기 시작했다. 레스토랑을 예약했다가 가지 못하거나 호텔에서 모임을 하려다 못한 가족 단위 행사 의뢰가 들어오기 시작한 것이다.
‘그래, 내가 일을 시작할 때 처음부터 잘된 것은 아니지! 잘 될 수 있다는 믿음, 잘 될 거라는 희망으로 꾸준하게 일하다 보니, 어느 순간 궤도에 올라 있었지. 하나부터 천천히 다시 시작해보자.’
언제나 우리의 고객은 우리가 나아갈 길을 알려준다. 지금 고객들에게 필요한 것은 무엇인지 귀담아듣기로 했다.
💬 “호텔에 예약해 둔 부모님 생신 잔치를 집에서 해야 할 거 같아요.”
💬 “식당에서 하려던 돌잔치를 집에서 해야할 거 같아요.”
이런 문의가 오면서, 우리도 우리 갈 길과 방향을 조정해보았다.
대규모로 진행되던 행사들이 가정용 푸드 박스와 플레이트 투고(To-Go) 서비스로 바뀌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