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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세이
빵 사주는 어른(1)
저도 사장님 같은 어른이 되겠어요!
안녕워녕
카페 사장님의 일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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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주부터 새로운 알바생과 함께 일을 하고 있다.

그래도 2주를 함께 지냈더니 꽤 친해져서 이런저런 이야기들을 했는데, 알고 보니 이 알바생은 엄청난 빵순이였다. 빵을 너무나 너무나 좋아하는. 빵순이를 넘어 빵귀신인 나는 빵순이를 만나자 신나서 온갖 빵과 빵집에 대해 이야기했고, 우리는 근처 빵집을 하나씩 섭렵해가기로 했다. 한참을 이야기하면서, 내가 작년, 재작년에 빵에 한창 꽂혀서 아주 그냥 빵을 엄청 사 먹었다는 이야기를 하게 되었다.

그때는 빵에 돈을 어마어마하게 썼다고. 한번 빵집에 들어가 먹고 싶은 빵을 다 골라 한가득 빵이 담긴 빵 봉지를 양손에 들고 나오면 3~4만 원, 심할 때는 5~6만 원도 쉽게 쓰고 나왔다고.그렇게 몇 번을 하고 나면 한 달에 빵값으로만 돈을 꽤 많이, 정말 꽤 많이 지출했다고. 그러면서 빵이란 빵은 다 먹었다고. 실컷 먹었다고. 나는 별생각 없이, 그냥 그때 내가 빵을 너무나 좋아했어서 온갖 빵을 다 먹어보았다는 이야기를 했던 것인데, 이 알바생의 눈빛이 조금 달라지더니 결심한듯한 목소리로 나에게 말했다.


"저도 사장님 같은 어른이 되겠어요!"

응? 갑자기 그게 무슨 소리냐고 했더니, 자기는 3000원이 넘는 빵은 큰 맘먹고 사 먹는다고 했다. 파리바게뜨에서 2000원짜리 빵을 집으려다가 옆에 1500원짜리가 있으면 그걸 집는다고 했다. 그러면서 자기도 언젠가 빵집에 가서 가격표 보지 않고, 싼 빵인지 비싼 빵인지 고민하지 않고, 그냥 먹고 싶은 빵을 집어 먹을 수 있는 멋진 어른이 되고 싶다고 했다. 그러고 보니 이 알바생은 스물두 살이었다. 키가 170이 넘고, 외모도 성숙한 편이라, 그리고 나도 별로 내 나이에 대해 깊이 생각하고 살지 않아서, 그래서 우리는 서로 스스럼없이 지내서 잠깐 잊고 있었는데, 이 알바생은 스물두 살이었다.

아무리 열심히 알바를 해서 자기 손으로 번 돈으로 생활비를 쓰고 있다고는 하지만, 그래도 스물두 살이었다. 난 5~6만 원 정도는 지나가는 길에 슥 써도 아무렇지 않은 서른다섯 살이었고, 알바생은 큰 결심하고 심호흡하고 힘겹게 5만 원을 쓰는 스물두 살이었다.


동네의 모든 빵을 다 먹어보며 찾아낸 나의 인생빵



나는 스물두 살 때 어땠더라.

대학교 3학년이었고, 공부에 지쳤던 것 같다. 대학원은 가지 말아야겠다고 이때 다짐했다. 대학교를 졸업할 때까지만 딱 공부하는 걸로 하자고. 이 정도면 할 만큼 한 것 같다고. 물론 공부는 평생에 걸쳐 하는 거지만, 그래도 정식적인 공부는 여기까지만 하자고. 그렇게 억지로 억지로 공부를 하며 학교를 다녔지만, 그럼에도 후배들은 나를 우러러봤다. 1학년 새내기들은, 그리고 친한 2학년 후배들은 자꾸 나에게 이것저것 물어보며 친한 척들을 했다. 후배들과 밥을 먹으면 선배랍시고 내가 밥을 샀다.

그때는 최저시급이 4000원이 채 되지 않을 때였는데, 나는 뼈 빠지게 알바를 하면서 번 얼마 안 되는 돈으로 후배들 밥을 사주었다. 후배들 앞에서는 가격표를 보지 않았다. 학생식당이나 근처 맛집은 그래도 1~2만 원 선에서 해결이 되었으나, 한 번씩 호기롭게 아웃백 스테이크를 지르는 날이면 5~6만 원이 쑥 나갔다. 10시간을 일해도 벌 수 없는 5~6만 원. 이렇게 한 번 돈을 쓰고 나면 밤에 침대에 누워 '이게 지금 잘하는 짓인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난 스물두 살이었다. 파리바게뜨의 피자빵을 선뜻 집어 들지 못하던, 나는 스물두 살이었다.


👉 [빵 사주는 어른 2편] 보러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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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02월 17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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