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페 사장에게 행복을 주는 손님
카페에 방문해주시는 손님들은 모두 소중한 분들이지만, 그중에서도 카페 사장을 웃게 해주는 손님들이 있다. 기억에 남는 손님들을 몇몇 적어본다.
‘날씨가 궁금한 손님’
50대 중후반의 웃음이 매력적인 손님 네 분. 손님들은 요새의 기술에 대해서 열띤 토론 중이다. 그러다 한 분이 휴대전화를 꺼내고 큰 소리로 말한다. “내일의 날씨가 어떻게 되나요?” 휴대전화는 상냥하지만 조금은 딱딱한 기계음으로 말해준다. “구름이 조금 끼고 비가 올 예정입니다. 우산 잊지 마세요.” 손님은 화창한 창밖을 바라보더니 한마디 더한다. “거짓말하지 마세요.” 그런데 잠시 뒤 장난스럽게 느껴지는 기계음이 들린다. “저는 진실만을 말하는 걸요.” 카페 안 여기저기서 피식피식 바람 빠지는 소리가 난다. 그날은 결국 병아리 눈물만큼의 비가 왔다.
‘걷는 소리가 안 들리는 손님’
(feat. 다크템플러)
그날따라 유독 조용한 카페를 둘러보다 냉장고 정리를 시작했다. 재료들 유통기한도 다시 한 번 점검하고, 냉장고에 성에가 꼈는지 확인한다. 그렇게 냉장고 청소에 열을 올리고 있는데, 뒤에서 누군가 “사장님” 하고 부른다. 20대 중후반의 바닐라라테를 좋아하는 손님이셨다. “으아아악!” 손님의 면전에 대고 소리를 지르고, 손에 들고 있던 행주를 바닥으로 내던졌다. 입구에서 ‘딸랑’ 소리도 안 들렸는데! 기척도 없었는데! 발걸음 소리도 안 들렸는데! 손님은 이런 나를 보고 빵 터져버린다. 민망하면서도 웃긴 이 상황에 함께 빵! 웃어버린다. 손님한테 행주를 안 던져서 참 다행이다.
‘태풍을 함께 이겨낸 손님들’
처음 와본 카페에서 노동을 겪고 만 손님 세 분 이야기다. 비 온다는 소식이 있어서 구름이 가득 끼어있던 날이었다. 오후 2시
밖에 안 됐는데도 밖이 어두워서, 조명이 밝게 느껴졌다. 마른 하늘에 번개가 번쩍 치더니, 무지막지하게 바람이 분다. 바람으로 카페의 유리문이 ‘쾅!’ 하고 열렸다. 유리창에 자잘한 돌멩이들이 ‘팍!’ 하고 부딪힌다. 손님 셋, 그리고 나. 우리는 다같이 소리쳤다. “어마맛!!!!” 엄청난 양의 모래와 나뭇가지, 어딘가 나뒹굴었던 쓰레기들이 가게 안으로 들어온다. 다들 머리가 엉망진창으로 날리고 있다. 뒷머리를 질끈 묶은 덕분에 앞머리만 바람에 팔랑팔랑 거렸다. 손님 두 분은 앞문으로 가서 문을 잠그고, 나는 밖에 내놓은 배너를 가게 안으로 들고 왔다. 다른 한 손님은 내가 들어오길 기다렸다가 재빨리 문을 잠갔다. 양쪽 문을 다 잠그고 나서, 우리는 서로를 번갈아본다. 그리고 우리는 무언가 통한 것처럼 미친 듯이 웃었다. 온갖 쓰레기들이 들어와서 카페는 엉망진창이 됐지만, 그냥 마냥 웃긴다.
매일 아침 똑같은 시간에 일어나서, 똑같은 버스를 타고, 똑같은 회사로, 똑같은 사람들을 만나던 일상. 그런 일상에서 이제는 손님이 많거나, 적거나, 없는 날도 있는 일상으로 바뀌었다. 손님들은 매일 달랐고, 손님들이 이야기하는 주제도 매번 달랐다. 똑같다는 안정감에서, 다르다는 불안정을 느낄 때 괴로웠다. 하지만 똑같지 않은 하루, 매번 다른 하루에 전에 없던 ‘재미’가 있다. 삶을 살아가는 진짜 ‘재미’가!
오늘도 애매한 인간의 카페를 방문해주신 손님 여러분 감사합니다. 덕분에 오늘 하루도 행복합니다.
올해도 행복한 카페 사장으로 만들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내년에 우리 또 얼굴보고 인사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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