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출확장의 승부수, 사이드메뉴 🥘
삼국지에서 유비는 적벽대전이 일어나기 전 제갈량을 찾아가 삼고초려의 예우를 한 후 그를 자신의 모사로 데리고 온다. 자신에게는 없는 초인적인 지략과 혜안을 제갈량에게서 발견하고 무기로 삼은 것이다.
외식업에서는 사이드 메뉴가 곧 제갈량이다. 메인 메뉴에 힘을 불어넣으면서 때로는 메인만큼의 특별한 매력과 전략으로 추가 매출을 높인다. 어차피 메인 메뉴엔 모두가 공을 들일 것이다. 가장 자신 있는 한 가지를 내세워 맛도 내고 모양도 내고 잘 팔기 위한 전략도 짠다.
그러나 메인이 갖지 못한 틈새 니즈를 채워주는 것은 사이드 메뉴다. 제갈량을 자신의 군사로 맞았던 유비의 전략처럼 숨은 매출을 끌어올리기 위한 완성도 높은 사이드 메뉴에 대한 전략이 필요하다. 사이드 메뉴, 잘 만들어 잘 파는 4가지 전략을 설명하겠다.
POINT 1. 선택과 집중, 고객의 숨은 니즈 공략
메인 메뉴가 모든 걸 채워줄 수는 없다. 핵심 메뉴에 대한 니즈는 분명 있지만, 그 빈틈을 비집고 들어와 의외의 포인트와 조합에서 감동과 만족감, 기대 이상의 화룡점정을 누릴 수 있는 요소는 사이드 메뉴에 있다. 메인이 갖고 있지 않은 2%, 그 부족한 한 끗을 사이드 메뉴가 채워줌으로써 점심 저녁 매출 밸런스를 적절하게 맞출 수도 있고, 신규 고객층 유입을 기대해볼 수도 있다.
사이드 메뉴는 플레이팅이나 구성에서 간결할수록 좋다. 그리고 자신 있는 한 가지에만 승부를 거는 게 승산있다.
🔎선택과 집중을 잘 한 음식점 사례는?
서울 숭인동<골목 흑돼지>는 사이드 메뉴로 해물짬뽕밥 한 가지만 판다. 경영주가 오랜 시간 중식당을 운영했는데, 그 강점을 살려 얼큰하고 매운 짬뽕밥을 완성하였다. 짬뽕밥 하나에 13,000원, 80% 이상 주문하는 시그니처 메뉴다.
<장호왕곱창>은 곱창집인데도, 직접 담근 숙성된 김치로 김치찌개를 제대로 끓여냈더니 현재는 점심에만 180인분을 파는 압도적인 김치찌개 맛집이 됐다. 이처럼 선택과 집중을 위해 한 가지만 팔 경우 다음 두 가지를 체크해야 한다.
✅ 해당 메뉴에 승부수를 걸 정도로 완성도에 자신 있는가?
✅ 메인메뉴가 갖고 있지 않은 틈새 니즈를 해당 메뉴가 지니고 있는가?
POINT 2. 매장 컨셉에 맞는 기획형 메뉴 개발
2000년대 초중반 : '다다익선'의 시대, 메뉴 종류 수가 경쟁력
사이드 메뉴에도 시대별 흐름이 있다. 2000년대 초중반엔 저렴하면서 다양한 가짓수의 메뉴를 두는 것이 자연스러웠다. 말 그대로 ‘다다익선’의 시대. 한식당에 가면 제육볶음, 된장찌개, 김치찌개, 소불고기, 냉면, 막국수 심지어 떡볶이와 순대까지 팔았다. 수십 가지 메뉴가 있는 <김밥천국>의 바이브가 그냥 나온 게 아니다.
2000년대 말~ 2010년 초반 : 이색 메뉴에 집중
이후 각각의 외식업소에서 이색 프로모션, 이색 메뉴에 집중하면서 2000년대 말부터 2010년 초반까진 맛도 모양도 특이한, 눈길을 끌 만한 메뉴들을 사이드로 두기 시작했다. 대중 시장에서 살아남아야 하는 메인메뉴는 스테디 셀러로 가되, 사이드 메뉴로 개성을 표출하는 식이었다.
그러나 무엇이든 튀면 오래 가지 못한다. 상품력이 받쳐주지 않은 개성은 유행에서 그쳤다. 2010년대 출시됐던 다양한 외식 FC브랜드의 사이드 메뉴들, 개인 매장에서 홍보했던 비주얼 중심의 메뉴들은 금방 사라졌다. 이를테면 자극적인 매운맛, 치즈 폭탄, 특정 콘셉트에 과하게 치중한 음식 말이다.
2010년대 초중반~ : 매장 브랜딩에 맞는 기획형 메뉴 개발
사이드 메뉴가 고객 니즈의 본질에 접근하기 시작한 건 2010년대 초중반, 기획형 식당들이 생겨나기 시작하면서부터다.기획형 식당은 매장 콘셉트부터 메뉴 기획·개발, 디자인, 홍보·마케팅, 고객 서비스까지 브랜딩의 전 과정에서 각 분야 전문가들이 합심해 면밀하게 만든 식당을 편의상 일컫는 말이다. 메인메뉴뿐 아니라 나노 단위의 틈새 매출까지 끌어올릴 수 있는 사이드 메뉴를 전략적으로 구성하고 판매했다.
🔎기획형 식당으로 어떻게 성공했을까?
1,000원짜리 된장찌개와 시판용 냉면만 있던 고깃집에서 직접 만든 수제 완자가 들어간 부대찌개를 팔아 주류 매출을 올리기도 하고, 자가제면한 웰빙식 막국수를 접목해 추가 매출은 물론 독보적인 정체성을 만들어나갔다.
그 밖에 5년 묵힌 재래식 된장으로 전골을 만들어 팔아 폭발적인 반응이 오자, 재래 된장을 별도 패키지 제품으로 제작한 삼겹살집, 10여 가지의 계절김치를 매장 한쪽에 일렬로 세팅해놓고 찾아오는 고객들 입부터 떡 벌어지게 만드는 한식당 등 본질에 충실한 스테디셀러에 그들만의 인사이트를 녹여 완벽한 베스트셀러로 만들어버리는 것이다.
POINT 3. 매출 향상을 뛰어넘는 매출 확장
⭐고객이 다시 찾아오게 하려면?
사이드 메뉴의 궁극적인 목표와 가치는 매출 확장에 있다. 이는 단순히 매출 향상만을 뜻하는 건 아니다. 예를 들어 순두부 전문점에서 적극적으로 홍보해 점심시간 순두부찌개 판매율을 20% 높였다고 치자. 이건 매출 향상이다.
그러나, 단체 고객을 겨냥한 3~4인용 해물순두부전골을 개발해 저녁 시간 회식 팀이나 주류 고객을 신규로 끌어들이며 저녁 매출이 20% 올랐다. 저녁에 왔던 고객이 전골 메뉴에 만족해 다시 점심에 순두부찌개를 먹으러 온다면, 이러한 흐름은 단순히 매출 향상이 아니라 매출 확장에 해당한다. 사이드메뉴를 잘 구성해 놓으면 이런 식의 매출 확장이 가능하다.
🔎매출 향상을 넘어 매출 확장까지 성공한 음식점 사례는?
어떤 칼국수 전문점 경영주는 칼국수 아이템이 저녁 시간 주류 매출을 올리는 메뉴로는 한계가 있다고 판단하여, 술 한잔 걸치기 좋은 한식 위주의 안주 메뉴를 사이드로 구성했다. 그러자 저녁 시간대 사이드메뉴 주문율이 늘면서 전체 매출이 눈에 띄게 신장했다. 칼국수와 맛깔난 안주들이 자연스럽게 합을 이루면서 점심 저녁 매출 밸런스가 맞아떨어진 것이다.
대전시 유성구의 <태평소국밥>은 점심엔 소고기뭇국 스타일의 국밥, 저녁엔 육사시미를 주력하는데 보통 2~3만 원 하는 고가의 육사시미를 100g 단위로 작게 끊어 1만 원대에 판매한다. 혼자서도 부담 없이 먹을 수 있는 양과 가격이다 보니 대부분의 고객은 점심시간 소국밥과 함께 육사시미를 주문한다. 육사시미 상품력이 좋다고 느낀 점심 고객은 자연스럽게 저녁시간에도 재방문해 육사시미 또는 육회에 술을 마실 수 있다. 이렇게 술안주로 구미에 당기는 메뉴를 작게 쪼개서 저렴하게 판매하는 전략도 매출 상승에 기여했다.
POINT 4. 사이드 메뉴는 전부 '고기'서 '고기'다
🥩모르겠다면 만만한 건 고기다!
그래도 감이 잘 안 잡히는가. 앞서 언급한 <골목흑돼지> 경영주처럼 중식당 운영 경험도 없고 자신 있는 메뉴 한 가지도 딱히 떠오르지 않는다면만만한 건 육류다. 하다못해 돼지고기 전지나 사태를 각종 채소와 함께 매콤하게 볶아 1인 300g 이상 푸짐하게 내거나 덮밥으로 만들어 점심시간 한정 판매한다면 무조건 잘 팔린다. 오피스 상권에 위치해있다면 더더욱 육류메뉴가 유리하다. 반칙일 만큼 호불호가 없는 재료이기도 하고, 소든 돼지든 전지나 목심 등의 정육 부위를 상품화한다면 원가 경쟁력도 있다.
고깃집을 운영한다면 육류 사이드메뉴 개발에 유리하다. 남는 게 고기인데 개발 자원은 충분하다. 수입산 소고기를 토마호크 형태로 정형하여 갈비찜으로 만들어도 상품성이 있다. 이때 양념은 간장 베이스 한 가지, 또는 매운 고추장 양념 한 가지로 선택하게 하는 것도 좋다. 갈비 작업 후 남은 덧살과 잔여육 등으로 장조림을 만들어 파는 것도 아이디어다.
🔎고기를 이용한 사이드메뉴가 성공한 음식점 사례는?
강원도 춘천시 <큰집한우>는 숯불 위에 소고기와 삶은 메추리알, 간장 양념을 담은 작은 쇠그릇을 구이메뉴와 함께 올려준다. 불판 위에서 펄펄 끓이면 즉석 장조림이 완성되는데 등심과 갈비 작업 후 남은 잔여육으로 작은 퍼포먼스를 내는 것이다. <큰집한우>를 방문하는 많은 고객들이 이 서비스 장조림에 대해 이야기하고 SNS에 포스팅한다.
서울 서교동 <미담진족>은 족발과 프리미엄 생맥주를 파는 곳인데, 돼지고기로 사이드 메뉴를 적절하게 구성하면서 잔여육을 현명하게 잘 활용한다. 메인인 오향장육용 족발을 작업하고 남은 자투리로 족발 비빔국수, 족발 비빔밥, 족발 카프레제 등을 만들어 판다. 족발 자체가 기본 간이 돼 있고 삶은 후 식히면서 육질이 쫄깃해져 그냥 먹어도 맛있는 상태이다. 이걸 매콤한 비빔국수나 비빔밥 고명으로 올렸으니 훌륭한 토핑이자 매력적인 사이드 메뉴가 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