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보는 얼굴의 손님 두 명이 왔다.
보통 우리 카페&서점은 오는 사람만 오기에, 새로운 손님이 참 반갑다.
손님들은 "와, 정말 아기자기하다"라고 한동안 공간을 둘러보다, 아이스 바닐라라테 두 잔을 시켰다. 나와 같은 얼죽아 동지라니 반갑다!
최근 바닐라라테 주문량이 굉장히 늘었는데, 우리 단골손님 말에 의하면 '바닐라라테와 밀크티 시럽은 대한민국 1% 임!' 이란다.
그 말을 듣고 며칠이나 좋아서 흥얼거렸는지 모른다.
얼음이 짤랑거리는 잔에 맛있게 만든 바닐라라테를 담아 손님에게로 가져간다.
이미 손님들은 이야기 꽃을 피웠다.
부디 이곳에서 즐겁고 또 재밌는 시간 보내다 가시길.
그런데 순간 귀를 쫑긋하는 이야기가 오간다.
"걔 진짜 이상했던 애잖아. 수업시간에 막 BL소설 보고, 알지?"
"어, 찐따같이 막"
"얼마 전에 길거리에서 우연히 만났는데, 완전 다른 얘 같더라. 서로 눈은 마주쳤는데, 서로 모른척했음"
"벌써 졸업한 지 10년 넘었잖아"
"BL소설이나 읽던 앤 데, 걔 인스타 보니까 완전 인플루언서더라"
"대박. 아이디 뭔데?"
BL소설이 뭐냐 하면, BOYS LOVE의 줄임말이다.
즉 로맨스 소설의 주인공이 여자와 남자가 아닌, 남자와 남자인 이야기를 BL소설이라고 부른다.내가 고등학교 다닐 때 BL소설이 유행했었다.
처음에는 막연한 거부감이 있다가, 막상 보니 너무나도 재밌었다.
흥미진진한 소재와 스토리, 그리고 주인공을 남자가 아닌 '나'로 여기고 봐서 그런지 막 심장이 두근거리기도 했었다.
그런데 손님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니 완전 찐따(?) 취급을 하는 게 아닌가. 막상 읽어보면 재밌는데!
"걔 인스타에 BL 읽던 애라고 댓글 달까?ㅋㅋ"
"네 이름 나오잖아"
"가계정 있음"
헉. 사이버불링 아닌가.
나는 냉장고에 있던 귤 두 개와 초콜릿과 온갖 과자를 접시에 우겨담고 그 테이블로 갔다.
손님들은 이게 뭔고 쳐다본다.
"이야기하다가 커피 한잔씩 하며 드세요"라고 전해드린다.
손님들은 접시에 수북한 과자를 보며 감사하다고 말을 건넨다.
잠시나마 나의 간섭이 화제 전환이 되었는지 이제 다른 이야기를 하고 있는 손님을 본다.
<백정, 나는 이렇게 본다>라는 책은 내가 정말 좋아하는 책 중 하나이다. 읽고 또 읽을 정도로 인상이 깊은 책인데, 그 책이 갑자기 떠오른다.
"나와 다른 것을 보는 시선은 흔히 두 가지다. 다르니 다르다고 보거나, 달라서 이상하게 보거나. 다른 점을 받아들여 인정하거나, 다르니까 이상하다며 혐오하거나. (...) 다른 것은 틀린 것이 아니며, 오히려 다양함을 이해하고 성숙해질 수 있는 축복에 가깝다. 하지만 그것을 인정하지 못할 때 다름을 향한 차별이 생기고 천대와 억압, 멸시와 냉대도 자연스럽게 커진다."
BL소설을 읽는 게 뭐 어떤가?
세상에 글은 인문학과 철학서 같은 것만 있는 게 아니다.
세상에 다양한 가족 형태가 있듯, 다양한 연애의 모습이 있다.
'일반적이지 않다', '통념상 다르다', '내가 생각하는 가치관과 다르다'고하여 '틀린'것은 아니다.
나의 생각과 다르면 그냥 '다르구나'라고 생각하고 끝내면 된다. 그것을 다르다고 비난할 필요 없다. 다른 것을 천대하고 억압하고 멸시하고 냉대할 필요 없다.
왜 본인의 부정적 감정 소모를 하는 것인가? 우리의 모습, 성격, 좋아하는 취미와 취향 그 모든 게 다르지 않은가. 세상에는 얼마나 다양한 모습들이 있는가.
각자가 다른 모습으로 살고 있기에 이렇게 다채로운 세상이 나오는 것이다. 각자가 형형색색 빛나고 있기에 이렇게도 세상은 아름답고 재밌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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