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군가 나를 두고 '성공'한 카페 사장이라는 이야기를 한다. 그도 그럴 것이 카페 사장으로 있으며 책도 한 권 냈으며, 그 책을 바탕으로 북토크쇼도 진행했고, 카페에 방문하는 손님들과 함께 다양한 문화활동도 하고 있다는 점에서 무언가 '있어'보이긴 한다. 당장 우리 카페의 SNS만 들어가 봐도 다양한 손님들이 이 공간을 방문하고 있고, 커피를 사 마시고, 책을 사읽으며, 독서모임을 비롯한 다양한 취미를 즐기고 있다. 그것도 매일, 매일.
그런데 나는 그 말이 너무 아득하게만 들린다. 4년 차 카페&서점의 사장으로 있지만, 내 인건비를 건진 날은 고사하다. 내 이름의 책을 한 권 냈지만 베스트셀러는 아니고 아직까지 인세를 받아보지 못했다. 수많은 손님이 방문하는 것으로 보이지만 저번 주만 해도 너무 추워진 날씨 탓에 매출 '0원'으로 마감한 날이 두 번이나 됐다.
주변에서 나를 성공한 사람으로 바라보지만, 내가 보는 나 자신은 성공과는 거리가 꽤나 멀어 보인다. 남들이 바라보는 시선이 아닌, 그 삶을 살고 있는 주체는 '나'이기 때문에, 보이는 것이 아닌 있는 그대로 날것의 삶을 '내'가 제일 잘 알기 때문이다. 그러다 점차 손님이 나를 보는 '성공한 나', 내가 나를 보는 '현실의 나', 이 둘이 만들어내는 괴리감이 점차 커지기 시작한다.
"베스트셀러 작가이니 이제 여기저기 사인회나 북토크쇼 하러 다니시겠네요?"
"장사가 잘되니까 요새 정신없이 바쁘죠? 매출이 얼마나 뛰었어요?"
"카페에서 못 보던 컵이네요! 사장님이 돈을 많이 벌긴 벌었나 보다"
"성공한 사람이네요! 진짜 부럽다. 나는 뭐 하고 있지?"
'어라? 나 그 정도 까진 아닌데?'
이쯤 되면 생각해보게 된다. 우리가 늘 입버릇처럼 말하는 '성공', 그 '성공'이란 대체 무엇일까? 남들이 벌어보지 못한 돈을 버는 것? 남들보다 많은 돈을 버는 것일까? 누구나 부러워하는 일자리를 잡은 것일까? '부'가 없으면 남들이 우러러보는 명예라도 달고 있는 것이 '성공'이란 걸까? 그렇다면 나는 더욱더 성공과 먼 것이 아닌가. 돈도, 명예도 없는 그저 카페 사장일 뿐이니까. 경운기가 털털거리고 지나가는 8평짜리 자그마한 공간을 지키고 있는 한 사람일 뿐이니까.
하지만 되새겨본다. 손님들이 나를 '성공'했다고 바라봐주는 이유, 그것은 비단 돈과 명예에만 있지 않을 것이라고 본다. 누구보다 하루를 오롯이, 잘 살아가기 위해서 열심히 버티어 나가는 모습이, 다양한 손님들과 '돈'에 얽매어 있지 않고 삶의 보람과 재미를 찾아나가는 모습이 좋아 보여서. 친구들과 함께 독서모임을 하고, 카페 앞에 쓰레기를 주우러 다니고, 손님들과 함께 '컵홀더'나 '캐리어'를 재활용하는 캠페인도 벌이며, 우리에게 주어진 삶을 오롯이 살아내려 애쓰고 있는 이 모습이 좋아 보였기 때문이라고. 그렇게 생각해본다.
지금 내가 하고 있는 일은 항상 좋은 순간만 있지는 않다. 매일이 행복만으로 가득 차 있는 건 아니다. 수많은 손님들을 만나고, 수많은 손님들과 친해지고 교류해도 채울 수 없는 정신의 허기짐도 있다. 현실의 벽은 나날이 두터워져 '이대로 계속 카페&서점을 운영하는 게 맞는가?' 고민도 든다. 다만 나중에 되돌아봤을 때 후회 없을만한 삶을 살아내고 있기에, 나중에 되돌아보았을 때 힘든 순간마저도 '추억'이라고 부를 수 있을 만큼 하루를 살아내고 있기에. 나는 지금 내게 주어진 삶을 충만히 살아가고 있다. 이런 내 모습을 '성공'으로 바라봐주는 손님 덕에 오늘 나는 '성공'한 사람이 된다. 내게 주어진 '성공'의 의미를 다시금 되새겨본다.